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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강유정의 ‘영화에 수작 걸기’

내겐 자식 따윈 없…있다

박지원 감독의 ‘부산’

  •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내겐 자식 따윈 없…있다

내겐 자식 따윈 없…있다

독특한 조폭 연기를 펼친 김영호(왼쪽)는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야수’ 같은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영화 ‘부산’에는 매력적인 세 남자 김영호, 고창석, 유승호가 등장한다. 김영호는 주로 TV 드라마에서 선 굵은 남자의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추성훈과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을 만큼 김영호는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야수 같은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배우다.

고창석은 ‘영화는 영화다’에 맛깔스러운 조연으로 출연, “그 영화감독 연기하던 특이한 배우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만년 단역배우이던 그에게 이름이 생긴 순간이었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그 이름만으로 관객에게 호소력을 지닌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배우다.

‘부산’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비 부(父)’자를 써서 ‘아버지의 산’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한 작품이다. 짐작하겠지만 부산이라는 거친 도시에서 아버지의 뜨거운 정을 보여주겠다는 게 영화의 목표. 김영호라는 남성적 배우와 고창석이라는 독특한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의도는 절반쯤 성공한 듯 보였다. 게다가 아들 역이 유승호라니, 이 세 배우의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충돌하고 결합할지도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는 매우 유기적이어서 ‘X+Y’의 값이 늘 ‘Z’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 정도 궁합이라면 저 정도의 만듦새가 나와야 할 텐데 꼭 예상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세 배우의 시너지를 방사형으로 낭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호는 나름대로 고유한 조폭 연기를 보여주지만 늘 인상을 쓰고 다니듯 부자연스럽다.

유승호는 관객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엄마뻘 되는 여자를 ‘누나’라고 부르지만, 아역인지 성인 배역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가장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캐릭터는 유승호를 데려다 키운 아버지, 고창석의 이미지다. 그는 미래가 없는 도박중독자, 인간 말종의 모습을 고창석만의 분위기로 해석해낸다. 하지만 그나마도 헌신적 아버지로 돌변할 때, 갑작스럽다 못해 어색하다.



‘부산’의 줄거리는 ‘나 하나만 믿고 거친 인생을 살던 조폭 보스가 갑작스럽게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줄거리를 극적으로 지탱하는 이야기는 그 아들이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을 이식받아야 한다는 설정이다. 데려다 키운 아버지는 신장을 주려야 줄 수 없는 상황인데 아들은 시름시름 죽어간다. 친아버지는 “내게 자식 따윈 없어”라고 부정하지만 결국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한다. 아버지의 산, 부산인 셈이다.

소설 ‘가시고기’처럼 ‘부산’은 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지만 하려고만 하지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는 게 안타깝다. 극적으로 연출한 장기이식 장면이 한 편의 소극(笑劇)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아버지가 칼을 맞은 채 아들에게 장기 이식을 해주러 온다. 그런데 장기 밀매업자가 제공한 수술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 허술한 수술실에서 친구가 수혈을 하고, 장기가 적출되며 이식되기까지 한다. 게다가 신장을 떼어준 친아버지는 1시간 만에 일어나 슈퍼맨처럼 1대 17로 싸움을 한다. 이식받은 아들이 3시간 후에 일어나 앉아 웃고 있는 설정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 현실의 필연성을 잊는다. 이는 관객이 필연성의 개념을 몰라서가 아니다.

관객들은 영화적 허용을 즐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필연성과 개연성은 요구된다. 예컨대 피 흘리고 있는 친아버지를, 키운 아버지가 찾아갈 때는 장소를 알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홍길동처럼 적시적소에 나타나는 적들의 행보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영화 ‘부산’은 이미지에 꼭 맞는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모두가 어색해진 작품이 됐다.

눈물을 흘리도록 마련된 장면에서 관객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만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는 코믹 판타지인가. 곱씹어보니 오히려 더 흥미로운 지점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 웃음이 의도된 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너무 늦게 왔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도착한 것임이 분명하다. 관객은 그리 쉽게 눈물을 흘려주지 않는다.



주간동아 2009.10.27 708호 (p84~84)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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