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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마포에서의 소녀의 죽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마포에서의 소녀의 죽음’

한글날인 10월9일 금요일 밤 10시쯤이었다. 집 앞 마포대로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119 구조대 차도 보였다. 늘어선 학원 차량들 사이로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축 늘어진 채 길바닥에 누워 있었고, 구조대원이 응급처치를 하는 중이었다. 구조대원의 손놀림은 그리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이미 ‘가망’ 없는 듯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처럼 그 아이의 죽음엔 한 송이의 꽃도, 한 마리의 흰 깃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한 아이는 “우리 학원 아이인 것 같은데, 학원 차 사이에서 대로로 뛰어나가다가 저 아저씨 차에 치였어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중년 신사는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기자의 집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과 마포경찰서 사이에 있다. 그 앞 마포대로는 밤 10시가 넘으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가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학원 차량 7, 8대가 대로 한쪽을 죄다 차지하고 서 있는데, 그 차들을 볼 때마다 ‘저거, 저러다 언제 한번 사고 나지.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라며 속말을 했다.

차량 사이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아찔했다. 기자도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 하도 답답해서 지난해에는 관할경찰서 교통과에 기자 신분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관할구청에도 단속을 요구했다. 하지만 별무효과. 이런 일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동구 길동, 경기 평촌 등 학원가가 형성된 곳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마포에서의 소녀의 죽음’
경찰 순찰차는 한두 개 차선을 떡하니 막고 서 있는 학원 차량을 봐도 소 닭 보듯 그냥 지나친다. 기자는 이번에 사고가 난 대로변 바로 그 자리에 차를 잠깐 세워놓고 집에 다녀온 사이 불법주차로 견인당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왜 학원 차량만 ‘치외법권’을 누리는 것일까. 아마 그 소녀의 부모는 자가용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은 걸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터. 이래서야 어느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 있겠는가. 학원, 경찰, 구청의 뼈아픈 반성과 대책 마련이 간절하다.



주간동아 2009.10.27 708호 (p14~14)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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