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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선택의 계절 사립초교 vs 공립초교 09

“사립 하나도 안 부러워” 우린 공립초등학교로 간다

  • 김수영 자유기고가 futhark@hanmail.net

“사립 하나도 안 부러워” 우린 공립초등학교로 간다

  • 공립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와 달리 평등 혹은 평균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어쩌면 공립초교에서 명문을 찾는다는 건 그 시도부터가 잘못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명문 공립초교는 존재한다. 평균화 속에서도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들을 찾아봤다.
“사립 하나도 안 부러워” 우린 공립초등학교로 간다

서울 강남구 대치초교에서 2년 전부터 운영한 방과후 원어민 ‘영어회화교실’.

수준 높은 수업, 치맛바람 없는 곳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도·대치초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다. 대도초등학교와 대치초등학교는 그곳에서 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오후 3시, 두 학교에서 거의 동시에 수백명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반에 몇 명이에요?”

“우리 반은 45명이요. 1학년은 30명인데 6학년이 되면 전학을 많이 와요.”

대도초교 운동장은 강남 여느 공립초교들처럼 협소하고 건물도 낡았다. 1학년은 6개 반에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남짓인데, 6학년은 지난해에 두 반을 늘려 11개 반이 됐는데도 학급당 45명이 넘는다.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이 서울시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전학을 오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학부모나 학교 측은 ‘이제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콩나물 교실 신세를 못 면하는 데다 더 이상의 증설도 불가능한 탓이다.



이런 현상에 일조한 것이 최근 실시된 고교 광역학군제다. 이 제도는 고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광역시 전체에서 정원의 20%(1지원)를 뽑고, 40%(2지원)는 거주하는 구내에서, 나머지는 근거리 배정(3지원)을 한다. 대치동에서 1, 2지원에 실패하고 3지원 근거리 배정을 받을 경우 왼쪽은 서초구, 오른쪽은 잠실, 위쪽은 압구정동, 아래쪽은 청담동이다.

어디를 배정받든 강남권이라 아이들이 대치동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대치동은 명문으로 꼽히는 경기고 휘문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은광여고 중대부고에 둘러싸여 있으며 자율형 사립고로는 중동고, 세화고, 내년에 개교하는 현대고가 받쳐주고 있다. 현재 대치초교에는 대치동 우성아파트와 선경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주로 입학하고, 대도초교에는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도곡렉슬, 도곡삼성래미안에 사는 아이들이 들어간다.

두 학교는 학력수준이나 평판이 엇비슷하다. 몇 년 전까지는 대치초교가 조금 앞섰지만, 요즘은 대도초교가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굳이 사립초교에 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녀 둘을 대도초교에 보내는 학부모회 한 임원의 말이다.

“학부모회 임원을 몇 년 했지만 여긴 촌지도 없어요. 전국에서 다 지켜보는 학교잖아요. 학부모회가 강력해서 선생님들이 아이를 편애할 수도 없는 구조죠. 학부모회 내부적으로도 견제가 심해서 어느 학부모가 독주하기 어려워요. 한마디로 치맛바람이 안 통하는 곳이죠. 학부모들은 학교 일에 전혀 신경 쓸 이유가 없고 집에서 내 아이만 잘 챙기면 돼요.”

대도·대치초교는 학교 차원에서 영어나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지 않는다. 학생마다 수준에 맞는 선행학습 스케줄이 있는데, 이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자리한 학교이다 보니 수업의 질도 다른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학교의 교실은 사교육과 공교육이 첨예하게 비교되는 현장이다. 대도초교 평교사의 평균연령은 20대 후반~30대 초반. 대학이나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오거나 2~3년의 짧은 경력을 가진 교사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한 학부모의 이야기다.

“중학교 1학년 입학 직전에 토플(iBT) 110점 정도를 받는 아이는 수두룩해요. 그러니 영어교사들이 아무리 실력이 좋은들 발음이 나쁘면 절대 올 수 없고, 수학은 경시대회 수준의 문제들을 아이와 함께 풀어야 할 정도의 실력은 돼야 하죠.”

논술에서 예체능까지 완벽 관리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월촌·목운·목동초교

“사립 하나도 안 부러워” 우린 공립초등학교로 간다

서울 양천구 목운초교 학생들이 지난 7월 여름방학을 앞두고 생활계획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는 영도·월촌·서정·목운·목동초등학교 등이 아파트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목동지역의 초등학생들 역시 대치동과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나자마자 대부분 학원으로 직행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학원에 가는 아이들을 배려해 각종 행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굳이 다른 점을 들자면, 영어와 수학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대치동과 달리, 목동은 논술이나 예체능 쪽에도 신경 쓰는 분위기라는 점. 중간·기말고사 같은 지필시험과 함께 수행평가가 일정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목동지역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예체능, 논술 등 폭넓은 사교육을 시킨다. 영도초교 한 학부모의 이야기다.

“사교육이 치열한 만큼 학생들의 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각 반이 시험을 달리 봅니다. 서술형 30%를 포함하는 등 기본 원칙만 지키면 선생님의 재량이 넓은 편입니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면 시험은 크게 걱정 없지만, 그렇다고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선생님과 학생 모두 학교생활에 빈틈이 없죠. 선생님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보니 가장 근무하기 어려운 곳이라고들 말합니다.”

이런 지역적 특징은 방과후 특기적성수업에서도 드러난다. 영도초교는 이미 개설된 과학실험, 로봇아카데미, 외발자전거, 바이올린, 탁구, 재즈댄스, 영재수학, 중국어, 플루트, 컴퓨터, 독서토론, 배드민턴, 원어민 영어 등의 과목에 제과제빵, 드럼 같은 과목을 추가 개설하기 위해 수요를 조사한 바 있다. 방과후 수업을 토요일에 실시함으로써 학생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지역 공립초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의 학습능력부터 수행평가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 교사들은 학생별 알림장에 모든 사항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정리해서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수준과 교육열이 높은 이 지역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숨막혀할 수도 있지만, 아마 전국에서 아이들 관리를 가장 잘하는 곳이 바로 목동지역 초등학교일 것”이라며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은 교사들은 버티기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유명 인사 다수 배출, 도심 속 여유로움 서울 강북지역 신용산·매동·덕수초교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신용산초등학교는 수학경시대회, 영어말하기대회, 영재교육원 선발시험 등에서 늘 상위에 랭크되는 학교다.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영어말하기대회 등 각종 대회 소식이 즐비하다. 2000명이 넘는 대형 학교이다 보니 학생 간 경쟁뿐 아니라 학부모 간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쟁보다는 시골학교 같은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서울 도심의 초등학교들은 1980년대 도심 공동화로 한때 폐교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서울 정동에 자리한 덕수초교도 그중 하나.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근·현대사를 수놓은 정관계 인사를 많이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하지만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몰리자, 동문회에서 국제규격의 수영장을 짓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덕에 지리적 환경과 교통, 시설까지 사립초교 못지않은 학교로 탈바꿈했다. 덕수초교 이외에도 계동·제동·청운·매동초교 등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명문으로 꼽히던 서울 도심의 초등학교들이다.

그중 청운초교와 덕수초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교생이 200명 남짓 되는 미니학교로 바뀌었다. 이들 미니학교 중 요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는 매동초교다. 매동초교는 영어거점학교로 지정돼 영어전용 수업관이 들어서는 등 교육청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한 학급당 학생 수도 15~20명으로, 열린 통합교육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사립 하나도 안 부러워” 우린 공립초등학교로 간다

경기 양평군 서종초교 학생들이 전문교사에게 바이올린 수업을 받고 있다(좌). 서울 덕수초교에서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리더육성 수업(우).

다양한 체험 학습, 특기적성교육 무상 지원 경기 양평군 서종·수입초교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서종초등학교는 교육 인프라 면에서 웬만한 사립초교보다 우수하다. 오후 3시만 되면 학원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도시 학교와 달리, 이 학교는 오후 6시까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골프장에서는 골프를 가르치고, 음악실에서는 첼로와 바이올린 수업이 한창이다. 각종 채소를 직접 기르는 체험학습장에서는 아이들이 기세 좋게 뛰어논다.

서종초교 전교생은 190명. 이들의 특기적성교육을 위해 관할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연간 5000만원이나 된다. 그 덕에 전교생이 2개 이상의 방과후 수업에 참여한다. 학교의 물적 인프라도 수준급이다. 교육에 필요한 골프채와 악기도 학교에서 모두 지원하고, 전교생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강당, 식당, 농구장뿐 아니라 방음시설이 완벽한 음악실, 컴퓨터실, 예절실, 체험학습장, 텃밭, 골프연습장 등도 갖췄다. 지난해 부임한 최재일 교장의 말이다.

“공교육은 지덕체(智德體)의 인성교육과 기초학습을 탄탄히 다져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종면은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작은 지역이다 보니 사교육의 사각지대죠. 그렇기 때문에 수업은 물론, 체험학습을 통한 인성교육이나 예술교육 모두 학교가 맡아야 합니다. 학교가 노력하면 그 임무를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실제로 저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서종면은 문화의 메카다. 서종미술관, 북한강미술관, 가일미술관 등 미술관만 6~7개에 이른다. 음악회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고, 양평의 잘츠부르크를 목표로 어린이합창단도 만들어졌다. 학교에서 300m 정도의 거리에는 작은 도서관과 독서실을 갖춘 문화의 집이 있다. 서종초교는 이런 지역 인프라를 학교 운영에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학교 운영은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공개되고, 다양한 경로로 지원을 이끌어낸다. 서종초교는 역사가 80년 넘다 보니 지역민 중에는 3대가 동문인 경우도 있다. 그만큼 지역주민과 학생들 간 끈끈한 유대감이 존재한다. 군에서도 영어특성화학교 등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시골 학교가 도시 학교에 비해 처지는 부분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이다. 다양한 사교육의 혜택을 받는 아이들과 공교육만 받는 아이들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종초교 아이들의 학습수준은 웬만한 도시 학교의 학생들 못지않다. 양평군에서 영어거점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모든 학생을 무료로 영어마을에 입소시켜 교육하고,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영어말하기대회 등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시한 결과다. 그만큼 교사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현재 서종초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형태는 여러 면에서 지역사회에서의 공교육 롤모델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수입초등학교는 방학에도 학교 문을 닫지 않는다. 매년 방학마다 전교생 전원이 체험여행을 떠나는 것. 지난 1월 겨울방학에는 강원도 스키캠프, 올 3월 봄방학에는 청학동 선비체험, 8월 여름방학에는 제주도 한라문화탐방을 다녀왔고 내년 여름방학에는 백두산으로 체험여행을 갈 예정이다.

방학 기간에는 또 도자기 미술, 록 밴드, 영어회화, 수상스키 등을 가르치는 ‘느티나무 학교’가 열린다. 학기 중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도 미술이나 도자기 수업을 하는 ‘틈새학교’가 열려 1년 내내 학교 문이 닫히지 않는다. 이 학교의 김태연 교장은 “21세기는 지식정보화시대로, 과거 산업시대의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는 소규모 학교에서 개인별 맞춤식 교육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학교가 미래형 소규모 학교의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입초교의 학생은 1학년 4명, 2학년 10명, 3학년 7명, 4학년 16명, 5학년 13명, 6학년 6명 등 다 합쳐도 60명밖에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개인별 맞춤수업이 가능하다. 학습부진아나 장애아를 담당하는 특수교사와 보조교사도 상주한다. 원어민 영어교사와 1대 1에 가까운 수업을 전교생이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 받을 수 있다. 학생 수가 적어 웬만한 영어학원보다 수업의 질도 좋다. 미술관 관장이 도자기와 미술을 가르치고, 논술수업에는 이 학교 학부모인 대학교수가 초빙된다.

수입초교의 교육 형태는 사립학교인지 대안학교인지 공립학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학부모의 4분의 1은 지역주민이며, 4분의 3은 서울이나 분당 등 외부에서 왔다. 이들이 시골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체험학습과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다.

수입초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양평군 내에서 매우 높은 그룹에 속한다. 지난해에는 영어말하기대회에 4명이 출전해 3명이 우수상을 받았다. 학교에서 생활영어책을 만들어 나눠주고, 스쿨버스에서도 영화 DVD를 틀어주는 등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이 밖에도 영재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입초교의 교장, 교사, 학부모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골에서 아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계발해줘야 자신감, 창의성, 무엇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학부모 역시 논술강사, 도서관 도우미 등으로 학교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50~53)

김수영 자유기고가 futh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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