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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선택의 계절 사립초교 vs 공립초교 04

“학비 아깝지 않은 교육 서비스에 만족”

사립초 학부모들의 경험담 … 학교마다 교육철학 달라 꼼꼼히 비교한 후 선택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학비 아깝지 않은 교육 서비스에 만족”

“학비 아깝지 않은 교육 서비스에 만족”
“우리 아이가 왼손잡이거든요. 입학 직후 담임선생님에게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정말 1년 내내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에게 ‘○○는 왼손잡이라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 것이 느리다’고 이해시키고요. 과연 이런 식의 세심한 배려를 공립학교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요?”(서울 H사립초교 3학년 학부모 전모 씨)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를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사립초교에 넣었어요.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 많은 저와 달리 아이는 태연하더라고요. ‘엄마 걱정 마, 나 잘할 수 있어. 선생님이 그랬어’라면서요. 정말로 학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줬고, 따로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았는데도 지금 영어 실력이 학교에서 중간 정도예요. 3학년 때 괌으로 가족여행을 갔는데, 거리낌 없이 미국인들과 얘기하는 걸 보고 놀란 적도 있고요.”(서울 Y사립초교 6학년 학부모 김모 씨)

“학비도 학비지만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다들 잘사니까요. 생일파티는 보통 호텔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별장 같은 곳에서 이벤트업체 불러서 치릅니다. 그런 곳에 초대받으면 생일선물로 폴로 티셔츠나 크룩스 신발 정도는 준비해야 해요. 저희 딸도 얼마 전 생일선물로 MP3 플레이어를 받아왔고요. 옷도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 입혀 내보내야 기죽지 않아요.”(서울 S사립초교 4학년 학부모 고모 씨)

8월31일부터 일주일간 12명의 서울 소재 사립초교 학부모들을 만나 생생한 ‘사립초교 경험담’을 들었다. 이들은 여러 이유에서 “학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만족해하면서도 빈부격차에서 오는 당혹감, 학부모끼리의 지나친 사교육 경쟁 등은 사립초교 학부모들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녀의 사립초교 진학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가질 만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정말로 교사들의 열의가 공립초교보다 높은가.



사립초교 학부모들이 연간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도 사립 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열의 때문이다. 학급 규모가 30명 안팎으로 공립초교와 비슷한데도 학생 개개인에 쏟는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 성동초교의 한 학부모는 “교장선생님이 전교생 이름과 장점을 모두 외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영훈초교의 한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많이 해줘서 아이들이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다”며 만족해했다.

Q 학교에 촌지를 갖다 줘야 하나.

학교마다 다르다. 아주 엄격하게 금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알게 모르게 ‘방조’하는 학교도 있다. 촌지가 없기로 유명한 학교로는 이화여대사범대학 부속초교, 명지초교, 화랑초교 등이 꼽힌다. 이대부속초교 한 학부모는 “한 선생님이 꽃은 받겠다고 했다가, 엄마들이 가져오는 꽃의 크기가 점점 커지자 다시 금지했을 정도”라며 “스승의 날에도 아이나 부모가 쓴 편지만 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K초교와 H초교의 학부모들은 “촌지를 가져가면 아주 공손하고 감사하게 받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공립과는 다른 점이 있어요. 촌지를 가져오라고 은근슬쩍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없거든요. 또 촌지를 가져왔다고 특별대우를 하거나 안 가져왔다고 차별하지도 않습니다.”(H초교 학부모 이모 씨)

Q 공립보다 공부를 많이 시키나.

“학비 아깝지 않은 교육 서비스에 만족”

서울의 한 사립학교의 음악수업. 사립초교 학부모 중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예체능 교육에만 만족하는 이도 있고,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이도 있다.

역시 학교마다 다르다. 강도 높은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학교들의 경우 정규수업이 공립초교보다 주당 10시간 이상 많을 정도로 수업강도가 세다. 그러나 공립초교에 일반화된 기말시험까지 치르지 않는 사립초교들도 있다. S초교 3학년 학부모 박모 씨는 “등교하자마자 수학문제부터 풀고 재시험 제도까지 있는 사립초교가 있는가 하면, 우리 학교처럼 시험이 거의 없고 등수를 매기지 않는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방학숙제도 거의 없는데, 그마저도 안 해갖고 온 아이가 있었어요. 선생님이 ‘너 진짜 열심히 잘 놀았니?’라고 묻더니 아이가 ‘네’라고 하자 ‘그래, 그럼 됐다’라고 했대요.”

Q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학교에 보내려면 영어유치원을 나오는 것이 좋은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기초부터 가르치기 때문. 그러나 영어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Q 사립초교를 다니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나.

부모의 의지에 달렸다. 초등학생 때는 맘껏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립초교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는 정도에 만족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현실.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영훈초교의 한 학부모는 “특히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이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전했다. 심지어 예체능 과목까지 경쟁적으로 선행학습을 하는 문화가 일반적인 학교도 있다.

“바이올린을 처음 잡아본 아이는 우리 딸밖에 없었어요. 다들 입학 전에 바이올린을 초급 이상으로 배워왔더라고요. 새 학기에 ‘자유형으로 50m 수영하기’를 배울 예정이라면 방학 때 미리 스포츠센터에서 그 이상으로 진도를 나가는 식이지요.”(K초교 1학년 학부모 하모 씨)

Q 사립초교 출신들은 중학교 진학을 어떻게 하는가.

이는 사립초교 학부모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가 다수 있는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공립 말고는 보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 “공립중학교에 무리 없이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국제중 같은 사립중학교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도 있다. 영훈초교 학생들의 경우 절반 정도가 영훈국제중 진학을 고려한다고.

“중학교 진학 직전에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으로 이사 가려는 엄마도 많습니다. 그 동네 중학교에는 사립초교 출신이 흔하고, 인근 공립초교도 수준이 사립만큼 높아 사립 출신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거든요.”(D초교 학부모 김모 씨)

Q 엄마들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요새는 공립초교도 그러하지만 1~2학년 때 대여섯 명 규모로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의 소모임이 결성된다. 이 소모임을 중심으로 갖가지 정보를 교류하고, 함께 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아빠들까지 참여하는 ‘가족 모임’으로 발전해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다. 학교 밖에서 한 학급 엄마들이 단체로 모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Q 아이들이 각자 다른 동네에 사는데, 교우관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학비 아깝지 않은 교육 서비스에 만족”

일부 사립초교 학생들은 호텔이나 별장,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생일파티를 갖는다. 그러나 위화감 조성을 우려, 생일파티를 금지하는 사립초교들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방과 후나 방학 때 일부러 약속하지 않으면 아이들끼리 어울릴 기회가 없다는 게 사립초교의 단점이다. 또 동네 친구를 사귀기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저학년 때는 ‘엄마 소모임’ 중심으로 아이들끼리 만나 놀게 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아이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갖는다. 아이 덕분에 엄마도 새로운 엄마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S초교의 한 학부모는 “방학 모임을 가질 때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나눠줄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고 귀띔했다.

Q 맞벌이 부부에게 사립초교는 추천할 만한가.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맞벌이 엄마에게 사립초교는 최상”이라고 맞벌이 엄마 오모 씨는 말했다. 공립초교에 다니던 딸을 사립초교로 전학시킨 그는 “공립 다닐 때는 친정어머니가 학교 앞 문방구를 매일 다녀와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사립초교는 수업에 필요한 각종 부자재를 학교에서 공급한다. 급식이나 청소 등을 이유로 엄마를 학교에 부르지도 않는다. 공립초교보다 수업시간이 많고, 방과후 수업도 활발히 진행하기 때문에 하교시간이 공립보다 늦다는 점, 스쿨버스가 자녀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점에서도 맞벌이 엄마에게 사립초교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하교시간이 오후 1~2시로 비교적 이른 학교도 있고, 방과후 수업이 끝나는 시각에는 스쿨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Q 학생들의 가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엄마들끼리 딱 세 부류라고 얘기해요. 첫째,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로 부자인 집. 둘째,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집. 셋째, 연소득이 몇천만원 수준이지만 조부모가 경제적 도움을 주는 집. 결국 다들 중산층 이상이라는 얘기죠.”

K초교 학부모 허모 씨의 말이다. 그는 “아이 기가 죽을까 봐 준중형 차를 중대형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사립초교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공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논문에서도 확인된다. ‘사립초등학교 학부모의 학교 선택 배경 및 만족에 관한 연구’(구연식, 동국대 교육학과, 2007)에 따르면 사립초교 학부모의 월평균 가구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비율이 58%로 공립(12%)보다 월등히 높았다.

Q 자녀의 생일파티는 어느 수준으로 치러야 하나.

호텔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별장 등에서 이벤트업체를 불러 치르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하면 안 했지, 어중간하게 저렴한 패스트푸드점에선 열지 않는다고. 그러나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생일파트 개최를 금지하는 사립초교도 있다.

Q 어떤 기준으로 학교를 선택해야 하나.

사립초교는 학교마다 고유의 교육철학이 있고, 그에 따라 교육프로그램이나 특성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학교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선택해야 한다. 이미 해당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또 통학시간은 30분이 넘지 않는 편이 좋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24~26)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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