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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선택의 계절 사립초교 vs 공립초교 03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현장 교사들이 본 사립초 “진화와 성취도 원천은 자유경쟁”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사립학교 교사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때로는 교육열이 과도한 학부모 등쌀에 치이기도 하고, 불합리한 교육현실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립초등학교 교육현장에 대해 ‘10점 만점에 10점’은 아니더라도 7점 이상은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의 사립초교 교사 10명을 만나 그들이 경험한 생생한 교육현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공립초등학교 교육현장과의 비교를 위해 공립초교 교사 2명의 얘기도 들어봤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바라보는 이들 교사의 시각은 공립초교 교육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도태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공부”

“앞선 교육을 해야 하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사들의 자질이 부족하면 당장 다음 해부터 학생들이 학교에 지원하질 않아요.”

서울 중대부속초등학교 안삼환 교사의 말처럼 가만히 있어도 일정 수의 학생들이 자동 배정되는 공립초교와 달리, 사립초교는 학생들의 지원에 의한 추첨으로 선발이 이뤄진다. ‘교사들 실력이 부족하다’ ‘수업 커리큘럼이 형편없다’는 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돌면 다음 해부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립초교 교사들은 “우리에게 자기계발과 수업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중대부속초교 조현희 교사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영어학원에 등록한다. 조 교사는 학교에서 23명의 영어 관련 선생님들을 관리하는 ‘영어교육 총담당’이다.

“대학원 테솔(TESOL) 과정을 다녔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다니던 1990년 후반~2000년 초반만 해도 주로 중등교사들이 테솔 과정을 들었고, 초등교사는 저 하나였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고요. 영어는 쓰지 않으면 잊어먹게 되니 공부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립초교에는 석사학위를 가진 교사도 많다. 안삼환 교사는 “우리 학교 30여 명의 교사 중 70% 이상이 석사학위 소지자”라고 전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 교사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대학원을 다녀 받은 학위다. 하지만 공립초교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의지는 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

“사립초교의 경우 오전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기본 과목을 가르치고 나면 컴퓨터, 바이올린 등 나머지 예체능 과목은 대개 보조교사들이 담당합니다. 그러니 사립초교 교사들은 시간을 절약해 학생들 생활지도에 힘쓰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립초교에서는 보조교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처리해야 할 공문이 많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서울 인헌초등학교 전상훈 교사의 말이다. 그가 하루에 처리하는 공문은 최소 두서너 건. 부장 직책이라도 맡게 되면 하루에 대여섯 건의 공문을 처리해야 한다.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책임의식 vs 공무원의식

공립초교 교사들은 스스로가 공무원의식이 강하다고 고백한다. 서울의 한 공립초교 교사는 “열심히 해본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열심히 해도 특별한 보상이 따르지 않다 보니 승진을 앞둔 몇몇 교사만 나서서 일하게 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사립초교 교사들은 공무원의식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서울 영훈초등학교 신명기 교사는 “학부모들이 공립이 아닌 사립을 택한 것은 그만큼 자기 아이를 책임져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립초교 교사들은 책임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정부의 지원이 공립학교에 치중되다 보니 시설 면에서는 공립초교가 사립초교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지역의 공립초교들은 웬만한 사립초교의 시설이 부럽지 않다. 따라서 이제 사립초교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얼마나 차별화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서울의 한 사립초교 교장은 “사립초교 교과 커리큘럼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의 간섭이 많다”고 지적했다.

“큰 틀에서 정부의 의도를 따라간다 할지라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자유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사립초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육 당국의 생색내기 지원과 과도한 간섭은 사립초교와 공립초교 교사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많은 권한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으로 이양됐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단위학교로의 권한 이양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한 교사는 “교과부 이주호 차관이 교육청을 수업지원 학습지원센터로 성격을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장학사는 여전히 일선 학교 관리감독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훈초교 조효숙 교감은 사립초교의 강력한 라이벌로 대안학교를 꼽는다.

“대안학교는 사립초교보다 자율성이 많습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늘 변화하는 학교,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학교가 돼야 합니다. 재정적 지원에 앞서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공립초교 교사들에게 사립초교의 부러운 점을 물어보면 남녀 교사 비율이 엇비슷해 학생들이 남녀 교사에게서 양성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맨 먼저 꼽는다. 사립초교의 남녀 교사 비율은 대부분 1대 1이다. 사립초교는 직접 교사를 뽑을 수 있어 채용 때부터 남녀 교사 비율을 고려한다. 반면 공립초교는 “남자는 교장선생님과 공익근무요원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여초 현상이 극심하다. 여교사의 비율이 90%대에 이르는 학교도 있다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남다른 자부심 … 특권의식 변질될 수도

1970~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교복은 두 번 다시 입기 싫은 구시대 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후줄근한 교복은 졸업과 동시에 불태워지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사립초교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교복과 스쿨버스가 꼽힐 만큼 사립초교 학생들은 교복을 보물처럼 여긴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전학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처음부터 지역 단위로 모집하기 때문에 특별히 타 도시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전학이 없다. 사립초교는 정해놓은 인원 이상의 학생을 받을 수 없다. 기존에 있던 학생이 전학 가야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새 학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 학생이 사립초교로 전학을 오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일단 입학하면 이탈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간혹 자리가 비면 대기 중인 학생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경쟁률이 5대 1을 훌쩍 넘기 일쑤입니다.”(안삼환 교사)

사립초교 동문들 간의 유대관계도 공립초교에 비해 끈끈하다. 서울대의 경우 초등학교 동문회는 몇 되지 않는데, 그 대부분은 사립초교 동문회다. 명문 사립초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졸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물론 자부심이 지나쳐 그릇된 특권의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런 자부심은 졸업한 학생이 학부모가 돼도 그대로 이어진다. 서울 경복초등학교 김정곤 교사는 “대를 이어 같은 사립초교에 지원해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학부모가 된 학생들은 자신이 어린 시절 받은 교육을 특별한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왜 자녀들을 모교에 보냈냐고 물어보면, 자신이 받은 은혜를 자녀들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말하지요.”

경복초교 추연실 교사는 29년째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경복초교 한 곳에만 머물면서 배출한 제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4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겨야 하는 공립초교와 달리 사립초교는 정년까지 한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옛 선생님이 그리워 모교를 찾아가면 늘 ‘그때 그곳에 그 선생님’이 있다.

“지난 ‘스승의 날’에 1981년에 가르친 제자와 제자 남편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제자의 남편이 ‘집사람이 연애할 때 선생님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꼭 찾아뵙고 싶었다’라며 커다란 꽃바구니를 건네자 눈물이 나더군요.”

추 교사는 “졸업 후 외국으로 유학을 갔던 학생도, 결혼을 앞둔 제자들도, 취업을 한 학생들도 꾸준히 학교를 찾아온다. 그럴 때는 정말 선생님이 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부모 교육열은 過猶不及?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좀더 잘했으면 하는 학부모의 마음은 사립과 공립이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런 마음을 얼마나, 어떻게 실천하는가다. 공립초교와 사립초교를 모두 경험한 한 교사는 “공립초교 학부모들 가운데 10% 정도가 자녀에 대해 과도한 교육열을 보인다면, 사립초교는 거의 모든 학부모가 과도한 욕심을 보인다는 점이 차이”고 전했다.

과도한 교육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사교육이다. 조현희 교사는 “사립초교에서도 사교육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특기적성교육과 방과후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사교육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사립초교 학부모들이 특기적성교육, 방과후교육 외에도 영어 수학 등 각종 사교육을 시킨다. 어린 학생들만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는 것이다.

“입학설명회에 가보면 ‘우리 아이에게 얼마나 영어교육을 시키고 와야 하느냐’고 묻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그러면 저는 ‘ABCD 음가(音價)만 인지할 줄 알면 된다’고 답합니다. 한마디로 사교육을 안 시키고 학교에 보내도 된다는 뜻이죠. 그래도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시킵니다. 부모의 불안심리와 경쟁심리가 학생들을 힘겨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겁니다.”

“비싼 학비 … 서민에겐 그림의 떡”

“앞선 교육환경 제공하려니 공부 안 하면 못 버티죠”
사립초교는 ‘선(先)지원 후(後)추첨’이라 학군 내에 있는 학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론일 뿐이다. 값비싼 교육비와 과도한 학부모의 교육열이 부담스러운 탓에 웬만큼 ‘있는 집안 자제’가 아니고는 사립초교 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내 구성원들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이거나 재벌, 연예인, 정치인 등 사회 유력인사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공립초교와 뚜렷이 대비된다.

그래서 상당수 평범한 학부모들은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알아서’ 사립학교 지원의지를 접는다. 그러나 공립초교는 가난하고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보호가 사립초교보다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상훈 교사의 말이다.

“정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영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일반 수업시간에는 조금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급식 지원도 이뤄지고,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도 방과후수업을 통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사립초교에서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하거나, 처음엔 형편이 좋았지만 입학 후 가세가 기울 경우 학교를 떠나는 일도 종종 있다. 학부모의 두 번째 눈물은 여기서 나온다. 현장 교사들은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집안이 잘살았는데 4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하게 됐어요. 학부모는 교육비 부담이 적은 공립초교로 옮겼으면 하는데, 아이가 전학을 가기 싫어하더라고요. 벌써 몇 달째 분기별로 내는 수업료는 물론 통학버스비, 급식비, 악기·스포츠 등 특기적성교육비 등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압니다. 자기가 여기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요.”

사립초교 교사들은 섣부른 편견으로 사립학교를 바라보지 말라고 요구한다. 빛과 그림자, 양면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은 사립초교 설립 취지가 단지 엘리트 교육을 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교육 수요자의 다양해진 요구에 사립초교가 부응해나간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한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자녀를 충분히 사립초교에 보낼 수 있는 형편인데도 공립초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공립이냐 사립이냐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얼마만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사립과 공립을 불문하고 존재의 이유이자 성공의 관건입니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21~23)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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