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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선택의 계절 사립초교 vs 공립초교 02

시기와 호기심 … ‘1%’를 위한 교육

색다른 교육프로그램으로 차별화 시도 … 영어몰입교육 확대, 수업료 상승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시기와 호기심 … ‘1%’를 위한 교육

시기와 호기심 … ‘1%’를 위한 교육

하교를 위해 스쿨버스에 오르는 서울 노원구 화랑초교 어린이들.

동네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지어 학교에 걸어가는 공립초등학교 아이들과 달리, 말끔한 교복을 차려입고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아이. 사립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이처럼 눈에 띄게 마련이다.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의 손자손녀, 유명 연예인 자녀가 다닌다는 소문이 돌아 사립초교는 ‘부잣집 아이들이 모인 곳’이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사립초교 또한 100년 넘게 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온 공교육의 현장이다. 최근에는 자녀 한둘을 둔 맞벌이 가정 등 중산층으로까지 사립초교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추세다. 사립초교란 개인 또는 재단이 설립해 학생들이 부담하는 교육비를 재원으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현재 서울 40개를 포함해 전국에 75개 사립초교가 설립돼 있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367만2000여 명으로, 이 중 사립초교 학생은 4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1%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

정부 지원 전무하지만 학생선발권 없어

사립초교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고 학생들에게서 거둔 학비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된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선발권이 주어져 있지도 않다. 전국의 모든 사립초교는 지역별로 같은 날 벌어지는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따라서 단 1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지원 가능한 학교는 1996년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광역화했다.



서울 거주자라면 서울 소재 사립초교 어디든 지원할 수 있는 것. 1971년까지는 거주지 반경 2km 이내의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었으며, 광역화 이전에는 관할교육청 내에 있는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며 화제가 됐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이 대통령은 중구와 서대문구 등으로 4차례 위장전입을 했는데, 세 딸과 아들을 각각 서울 중구 리라초등학교와 서울 서대문구 경기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함이었다.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내려고 위장전입하는 일은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 일산신도시나 구리 등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이 주소지를 서울로 옮겨놓고 사립초교에 지원하는 것. 일부 사립초교는 이들 지역으로 스쿨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사립초교 입학경쟁률은 1999년 1.4:1로 외환위기 이후 급감했다가 점차 상승, 2006년 이후 2:1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에는 저출산의 여파로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 수가 크게 줄고 경제위기가 닥쳐 경쟁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2.2:1을 기록, 예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사립초등학교장협회 정진해 회장(화랑초 교장)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자녀 수가 줄면서 교육에 투자하려는 계층이 생겨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쟁률이 3:1 이상으로 치열한 사립초교는 영훈, 계성, 이대부속, 화랑, 동산, 경복, 중대부속 정도이고 나머지는 평균 또는 그 이하 경쟁률”이라고 밝혔다. 사립초교와 공립초교의 가장 큰 차이는 학비 부담 여부에 있다. 공립초교는 정부 재원으로 운영되기에 학생이 학비를 부담하지 않지만, 사립초교는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시기와 호기심 … ‘1%’를 위한 교육

1960년대 오전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교실 앞에 몰려선 서울 한 초등학교의 오후반 아이들. 공교육 시설이 크게 부족하자 당시 정부는 사립초교 설립을 적극 권장했다.

따라서 사립초교 학생들은 입학금, 수업료 등을 납부한다(다만 포스코교육재단 소속 5개 사립초교는 재단이 운영비를 부담한다). 대부분의 사립초교가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어 통학비도 따로 지불한다. 급식비나 방과후수업비 등은 공립초교와 마찬가지로 학생 개인이 이용하는 만큼 낸다.

사립초교의 입학금은 대부분 100만원 안팎으로 엇비슷하다. 그러나 수업료는 분기당 80만~170만원으로 학교별 편차가 큰 편이다. 최근 영어몰입(Emersion·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여러 교과목을 배우는 이중언어 수업방식) 교육을 도입한 사립초교가 늘면서 이들 학교를 중심으로 원어민교사 인건비 등이 원인이 돼 학비가 크게 오르는 추세다.

일례로 사립초교 최초로 영어몰입교육을 도입, 반마다 원어민 교사를 부담임으로 둔 서울 강북구 영훈초등학교의 수업료는 분기당 176만8000원이다. 반면 주당 영어수업이 4시간에 그치는 서울 서대문구 추계초등학교의 수업료는 분기당 99만6000원으로 영훈초교와 77만원의 차이가 난다.

사립초교 ‘기부금 입학’ 가능?

결원 발생 시 편입 학교발전기금 영수증 발급


시기와 호기심 … ‘1%’를 위한 교육
사립초교와 관련해 종종 불거지는 민감한 이슈 중 하나는 ‘기부금 입학’ 논란이다. 정원 내 결원이 생길 경우 학교장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편입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학교 측에서 학부모에게 기부금을 요구한다는 것. 이에 대해 사립학교들은 “불법적인 기부금이 아닌 합법적인 학교발전기금을 받고 있다”고 해명한다.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학교발전기금 조성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 이 법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바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을 거둬 계획대로 집행, 결산하는 것을 허용한다. 물론 강제적으로 기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가 자발적 의사에 따라 기금을 냈는지 여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H사립초교 학부모 이모 씨는 “공립초교를 다니던 중 자리가 났다는 학교 측 연락을 받고 학교발전기금을 내고 자녀를 편입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경우 1학년은 600만원, 3학년은 300만원, 6학년은 100만원 하는 식으로 학년에 따라 액수가 정해져 있다”며 “영수증을 발급해줘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한 사립초교 학부모 김모 씨는 “우리 학교는 편입할 때 내는 학교발전기금이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학교에서 드러내놓고 요구하진 않지만 학부모들이 관행으로 여기고 알아서 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사립초교 학부모는 “요새는 엄마들이 신입생 추첨에서 떨어지자마자 학교 측에 편입 의사를 밝히며 기부금으로 얼마 낼 생각이라고 먼저 말해놓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 소재 H사립초교 학부모 정모 씨는 “편입 기부금을 받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며 “내 경우 다행히 결원이 생겨 둘째를 기부금 없이 편입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학부모는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떠한 용도로 집행됐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의 집행내역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하며, 운영위원회는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집행내역은 관할 교육청에까지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간혹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기금이 조성돼 학부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비싼 곳은 분기당 학비 275만원

현재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교는 서울 노원구 태강삼육초등학교의 국제학부다. 이 학교는 2008년 국어를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부를 신설했는데, 이 학부의 학비는 분기당 275만원(급식비 포함)에 이른다. 반면 이 학교의 영어 이머전반과 중국어 이머전반은 각각 145만원과 103만원으로 국제학부에 비해 저렴하다.

수업료와 급식비, 통학비, 방과후수업비 등을 합하면 사립초교 학부모는 분기마다 170만~200만원의 학비를 내야 한다.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도 ‘1%’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사립초교에 자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의 수준이 높고 열심히 가르친다 △교육과정이 특성화돼 있다 △다양하고 질 높은 체험학습을 한다 △생활지도를 잘해 바른 인성을 길러준다 △쾌적한 환경과 능률적인 학교시설을 갖췄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동국대 박사논문 ‘사립초등학교 학부모의 학교 선택 배경 및 만족에 관한 연구’에서 인용).

정진해 회장은 “사립초교는 생존을 위해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해왔다”고 말한다. 현존하는 사립초교의 대다수가 1960년대 초반 3부제까지 실시해야 할 정도로 교육시설 부족에 시달리던 당시 정부 요청으로 설립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1965년 이후 지원이 중단됐다. 사립초교 처지에서는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라도 자녀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을 확보해야 존립이 가능해진 것.

따라서 공립초교와 차별화한 질 높은 교육서비스 제공은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 됐다. 이에 사립초교들은 수영장, 실내체육관, 음악실 등 첨단시설을 갖춘 교육환경, 다양한 예체능 교육프로그램과 전문강사 확보, 인성교육 강조 등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립초교의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초교가 수영, 스케이트, 스키, 바이올린, 피아노 등 예체능을 정규과목에 포함시켜 가르치며, 방과후수업을 통해서도 이러한 예체능 활동을 심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소 1개 악기를 다룰 수 있게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경복, 숭의, 리라, 홍대부속 등 다수다. 최근에는 한양, 세종, 성동, 화랑 등 골프를 정규수업에 포함시키는 학교도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청원초등학교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글로벌 인재 양성을 취지로 펜싱, 승마, 벨리댄스 등을 방과후수업으로 개설했다. 예체능과 외국어 등 40개 부서 88개 강좌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개설된 서울 중랑구 금성초등학교는 전교생이 평균 2개의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금성초교 관계자는 “각각의 프로그램이 4만원 안팎의 실비로 제공돼 사교육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전했다.

강남 공립초교와 사설학원이 사립초교 라이벌

사립초교를 다니다 공립초교로 전학 가는 것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립초교로의 전학은 정원 내 결원이 생길 때만 가능한데, 학교마다 내규에 따라 자율적으로 편입생을 선발한다. 교직원 자녀나 형제자매가 재학생인 경우 편입 우선권을 주는 학교도 일부 있다. 사립초교의 라이벌은 서울 강남 공립초교와 사설학원들이다.

사립초교 못지않은 시설과 방과후수업,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공립초교들이 강남 일대에 하나둘 생겨나면서 ‘비싼 학비를 들여가며 사립초교에 보낼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 또 사립초교에 보내지 않아 ‘아낀’ 돈으로 우수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정모 씨는 “요즘에는 영어학원에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가지고 영어몰입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굳이 사립초교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ip!

2010학년도 서울 지역 사립초교 모집안내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2010학년도부터 취학 기준일이 종전 3월1일에서 1월1일로 변경된다. 따라서 2010학년도 사립초교 모집대상자는 2003년 1월1일~12월31일에 출생한 아동. 단, 조기입학 및 취학의무 유예자는 지원 가능하다. 모집 일정은 △11월2~7일 원서 교부 및 접수 △11월9일 추첨(남학생 오전 10시, 여학생 오후 2시)으로 진행된다. 원서 교부 및 접수, 추첨은 모두 각 학교에서 이뤄진다. 지원 학생은 학부모와 함께 추첨 30분 전에 지원학교에 출석해야 한다. 입학이 확정된 어린이는 입학승낙서를 첨부해 거주지 동사무소에 12월1~5일 신고한다. 학교마다 9~10월 중 신입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설명회를 개최하므로 이 자리에 참석해 여러 교육 정보를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참고자료 : ‘대한민국 사립초등 백서’(주니어김영사, 2006), ‘한국사립국민학교교육사’(한국사립국민학교장회, 1989), ‘사립초등학교 학부모의 학교 선택 배경 및 만족에 관한 연구’(구연식, 동국대학원 교육학과, 2007)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18~2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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