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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영웅 ‘호주 낙타의 눈물’

개체수 급증 골칫거리로 전락 … 사살작전 개시, 낙타고기 수출 주장도

  •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건국 영웅 ‘호주 낙타의 눈물’

건국 영웅 ‘호주 낙타의  눈물’

해변에서 낙타 타기를 즐기는 관광객들.

세계인들이 호주를 이국적으로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캥거루, 코알라, 웜뱃(wombat) 등 호주대륙에만 사는 토종 야생동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토종동물이 타 대륙에서 수입된 이주동물에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낙타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낙타는 호주대륙의 정복자입니다. 포식동물인 데다 천적도 없고 웬만한 풍토병에도 끄떡없어요. 또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생존하는 능력이 뛰어나 호주 내륙에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요.”

최근 야생동물학자 글렌 에드워즈 씨가 필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호주 중부내륙의 가뭄으로 레드 캥거루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낙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전 세계에서 낙타가 가장 많은 나라는 호주”라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 낙타는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모두 야생으로 호주대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목초지에 널리 퍼져 산다. 이들은 내륙의 가뭄이 극에 달하자 배수관 파이프를 파괴하는가 하면, 주택에 침입해 수도시설을 망가뜨리는 등 말썽을 부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결국 호주 정부는 토종 야생동물 보호와 목초지 파괴로 인한 사막화 방지를 명분으로 삼아 총으로 낙타를 사살하는 작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유난히 야생동물 애호가가 많은 호주에서 반대운동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 많은 국민이 호주 개척시대에 짐 운반 수단으로 도입된 낙타가 그런 푸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개척시대 유일무이한 이동수단



“낙타가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건 천천히 걷기 때문”이라는 시구(詩句)가 있다. 이렇듯 낙타는 인내심 강하고 순한 초식동물로 알려졌다. 낙타가 아니었다면 중동의 대상(隊商)은 존재할 수 없었을 만큼 낙타는 사막의 유일무이한 이동수단이었다. 이런 사정은 호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주 역사학자들은 낙타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호주의 발전은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1800년대 중반, 수많은 사람이 말을 타고 호주대륙 탐방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탐험대의 장비를 운반하는 건 낙타의 몫이었다. 낙타 한 마리는 650kg의 짐을 날랐다. 말은 생각보다 유용하지 않았다. 짐도 나르지 못했고, 돌이 많고 홍수로 망가진 진흙탕에선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결국 탐험대들은 낙타에 올라타야 했다.

1860년대 한 탐험대의 기록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애들레이드에서 다윈에 이르는 호주 내륙의 여름 기온은 종종 48℃를 상회한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진 낙타는 여러 날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먼 길을 걸어간다.” 호주 사람들은 낙타를 ‘일하는 말(workhorse)’이라고 부른다. 호주대륙 한가운데 있는 내륙도시 앨리스스프링에 1880년 피아노를 처음 가져다준 것도 낙타였다.

건국 영웅 ‘호주 낙타의  눈물’

호주 개척시대 탐험대들은 말 대신 낙타에 의존했다.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에게 생소한 동물 낙타가 등장했으니 낙타 사육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그때까지 유색인종 입국을 금지하던 식민지 당국은 궁여지책으로 이집트, 터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아랍인들을 불러들였다. 백인들은 이들을 ‘간스(Ghans)’라고 불렀다.

재미있는 건 당시 낙타들이 하나같이 악당의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이다. 1840년 첫 번째 낙타가 호주대륙에 도착한 날, 시드니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악당 해리가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를 기념해 그 낙타에게 ‘해리’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그 전통이 이어져 호주 낙타들은 악당의 이름으로 불렸다. 한평생 일만 하는 것도 억울할 텐데, 인간이 지은 업보까지 낙타에게 뒤집어씌워진 셈이다.

호주 정부의 낙타 퇴치작전이 한창인 가운데 낙타고기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편으로는 ‘낙타 희망론’이 대두되고 있다. 호주의 육류수출업자들은 무슬림들이 낙타고기를 즐겨 먹는 것에 착안해 이들 국가로의 낙타고기 수출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호주가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등에 식량원조를 하는데, 낙타고기를 대신 원조하면 예산도 절감하고 낙타 개체수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주장한다.

쇠고기 대신 낙타고기를 즐기는 것이 지구온난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주의 경제학자 로스 가노는 “현재 호주에서 사육되는 수백만 마리 비육우의 트림과 방귀가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67%를 차지한다”며 이에 비해 “낙타와 캥거루는 메탄가스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낙타의 운명은 인간에게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80~81)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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