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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한국, 금세기 세계 최대 전투기 개발사업 펼친다

KFX 사업 부활 확실 … 시제기 출시 땐 ‘톱5 항공국’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국, 금세기 세계 최대 전투기 개발사업 펼친다

한국, 금세기 세계 최대 전투기 개발사업 펼친다

금세기 초 세계 최대의 개발사업이 될 KFX 모형.

고등훈련기 T-50에 이어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에 성공한 한국이 KFX로 명명한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이 생각하는 KFX 전투기의 성능은 최근 UAE(아랍에미리트)가 미국에서 도입한 최신형 F-16인 F-16E/F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 4개국이 공동 개발해 실전배치하고 있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중간 정도가 될 듯하다.

F-22와 F-35처럼 스텔스 성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를 제외할 경우 가장 크고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는 F-15다. 다음이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프랑스의 라팔이고, 그 뒤가 F-16과 F-18, 이어 그리펜(스웨덴제)이 꼽힌다. 그런데 고등훈련기 제작 경험만 가진 한국이 두 단계를 건너뛰어 ‘중형+(중형 프리미엄)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

한국이 중형 프리미엄 전투기 개발로 기울어진 것은 공군의 강력한 도입 요구 때문이다. 공군은 2020년쯤 현재 전체 전투기 수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F-4와 F-5가 수명이 다해 도태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후속기로 ‘중형+’ 성능을 가진 KFX 도입을 희망해왔다. 국방과학연구소도 KFX 개발에 적극 찬성했다.

공군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주장에 대립각을 세워온 것은 T-50을 양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한국항공)이었다. 한국항공은 “중형 전투기인 KFX 개발에는 6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하지만 T-50을 개조·개량한 소형 전투기 F-50을 개발하는 데는 2조원 이하가 소요된다. 그러니 F-50으로 도태하는 소형 전투기 F-5를 대체하고 후진국에 수출도 하자. 한국이 만드는 중형 전투기는 아직 사줄 나라가 없을 것이다”라며 반대해왔다.

가격경쟁력 높은 KFX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는데, 2007년 KDI는 KFX 개발에 공군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10조~11조원이 들어가고 KFX 개발이 불러올 파급효과도 미미하다며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KFX 사업은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는 굴하지 않고 계속 KFX 사업 추진을 주장했다. 또 공군이 ‘국방개혁 2020’에 10여 년 후 도태하는 F-5와 F-4를 이으려면 KFX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KFX 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이에 정부(방위사업청)는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에 KFX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이 연구소는 5조원 정도면 중형 프리미엄급의 KFX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한국항공도 ‘전투기 개발은 수요자인 공군에 맞춰야 한다’고 보고, 현재 가격으로 5조원 정도면 KFX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반대세력이 사라져 순식간에 KFX 사업 재개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해졌다. 전투기의 크기와 성능은 엔진에 의해 결정된다. 엔진이 크면 전투기도 커져 많은 장비와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엔진 파워가 약하면 소형 전투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신형 F-16인 F-16E/F의 최대 이륙중량은 4만6000여 파운드이고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5만2000여 파운드인데, 현재 거론되는 KFX의 예상 최대 이륙중량은 5만 파운드 안팎이다. 문제는 이러한 힘을 내는 쌍발 엔진이 없다는 점. 그런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들어가는 EJ-200 엔진을 제작하는 유로제트사(社)가 이러한 엔진을 개발해주겠다고 나섰다. EJ-200 엔진을 약간 축소해 KFX용 엔진을 제작해주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KFX의 외양과 장비는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비슷하나 크기만 약간 작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두 기종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데, 불리한 것은 전투기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이 개발한 KFX다. 이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놀랍게도 KFX 사업 찬성론자들은 이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 260여 대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가격경쟁력 때문. 현존 전투기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F-16이다. 때문에 F-16은 박리다매를 할 수 있어 최신형인 F-16E/F의 대당 가격이 6000만 달러까지 내려와 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최근에 개발됐기에 7500만 달러 정도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데 전자기술이 발전했기에 항공전자 장비를 싸게 제작할 수 있다. 찬성론자들은 이러한 한국의 장점을 적시하며 KFX의 대당 가격은 5000만 달러가 된다고 주장한다.

공군 또한 ‘중형+’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5000만 달러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제작자는 무조건 이 가격에 맞춰야 한다. 찬성론자들은 이 정도 가격이면 가격경쟁력이 충분하기에 KFX는 2020년대 130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중형 전투기 시장에서 300~500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KFX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단독으로 이러한 전투기를 개발할 수 없다. 따라서 T-50과 수리온 헬기처럼 선진국 기술을 도입해 공동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한국에 중형 전투기 제작기술을 넘겨주려는 기업이 있느냐는 것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제작을 책임진 EADS와 그리펜 전투기를 제작하는 스웨덴의 사브는 KFX 사업 참여에 매우 적극적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조용한 편이다. T-50 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F-16E/F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 KFX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F-15K를 판매한 보잉도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KFX 사업은 21세기 초에 벌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투기 개발사업이기에, 막상 이 사업이 시작되면 록히드마틴과 보잉도 뛰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의 4개 업체가 맞붙어 보잉의 F-15K가 승리한 FX 사업 규모가 4조원 정도였다. 그런데 KFX 사업에는 개발비 5조원과는 별도로 생산비로 25조원가량(500여 대 생산 기준)이 들어갈 전망이므로, 당분간은 세계 최대의 전투기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중형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소수다. KFX가 개발되면 한국은 단박에 톱5의 항공 중진국이 될 수 있다. 어느 기업이 한국과 손잡고 값싸고 성능 좋은 KFX 전투기를 개발할 것인가. 세계 항공업계는 또다시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고등훈련기 사업 속보 2탄

미국의 엔진 가격 인하로 순항하는 T-50


한국, 금세기 세계 최대 전투기 개발사업 펼친다
‘주간동아’ 701호는 T-50이 싱가포르의 고등훈련기 도입경쟁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T-50의 선전엔 미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항공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전체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엔진이다. 따라서 엔진 제작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항공기 가격을 내릴 수 없다. T-50용 엔진은 미국 GE사에서 납품하는데, GE사는 미국 정부의 지침 때문인지 싱가포르를 위한 T-50에 들어갈 엔진 가격을 대폭 낮췄다. 아울러 T-50을 공동개발한 미국의 록히드마틴도 관련 부품과 기술 가격을 낮춰줌으로써 한국은 UAE 입찰 때와 달리 훨씬 싼 가격에 T-50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기업들이 T-50 가격 인하에 협조한 것은 조만간 열릴 미국 고등훈련기 시장(500여 대 규모)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한편 T-50을 배제하고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의 손을 들어준 UAE는 최종 협상을 앞두고 이탈리아와 다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싱가포르 시장은 미국, 이스라엘 시장과 더불어 군수물자의 성패를 가름하는 기준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미국의 협조로 T-50이 싱가포르에서 성공하면 UAE는 애초 결정을 깨고 T-50을 불러들여 다시 고등훈련기 기종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58~59)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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