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도시의 침묵보다 바다 속삭임을 들어요

섬으로 떠나자 ② 국내편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9-07-29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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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침묵보다 바다 속삭임을 들어요

    비금도 가산 선착장에서 본 석양.

    휴가철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각종 정보지와 여행 서적을 들춰보며 휴가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흔하게 만난다. 갔던 곳을 다시 가기는 싫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데는 더더욱 싫고, 오붓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럴 때 많은 사람이 ‘섬’에서 답을 찾는다. 다른 여행지보다 교통편이 불편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만 빼면 모든 것이 매력적이다. 자연의 멋이 남아 있고 번잡하지 않게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면, 올해는 섬여행 계획을 세워보자.

    연인과 사랑의 해변 속으로, 전남 비금도

    목포에서 약 54km 떨어진 섬, 비금도는 연인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섬이다. 하트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이름은 하누넘 해변이지만, 내려다본 모습이 하트처럼 생겼다고 해서 하트 해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작고 한가로운 해변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인기 드라마 ‘봄의 왈츠’에서 어린 주인공 수호와 은영의 에피소드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새로이 조성된 전망대에 오르면 하트 모양의 해변을 조망할 수 있다. 가까이에 가면 백사장 뒤로 벤치와 쉼터가 만들어져 있어, 멋진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연인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단지 하트처럼 보일 뿐인데도 어느새 남녀가 이곳을 찾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심지어 전라남도는 매달 14일을 연인의 날로 지정, 이곳을 방문하는 연인들에게 여러 이벤트를 제공한다.



    비금도에는 사랑으로 넘치는 해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수욕하기 좋은 원평 해수욕장을 비롯해 단단한 모래 덕분에 바닷가를 차로 질주하는 재미가 넘치는 명사십리 해변도 있다. 비금도는 전남 신안군의 820여 개 섬 중 하나로, 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비금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웃한 도초도와 서남문대교로 이어져 있어 한 번에 2개의 섬을 여행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비금도를 이야기할 때 빠뜨리면 안 될 것이 소금이다. 비금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 생산지다. 박삼만 씨가 개펄을 막아 재배하는 천일염전인 ‘구림염전’을 개척하기 전까지 커다란 솥에 바닷물을 끓여 생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소금 생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염전식은 다른 섬으로 퍼져나갔고, 이렇게 생산한 소금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혼자 가도 외롭지 않은 섬, 전남 조도 군도

    진도에서 뱃길 따라 1시간여 가면 새들의 섬, 조도에 닿는다. 왜 새들의 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하조도 어류포항에서 조도대교를 건너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에 오르면 알 수 있다. 굽이굽이 폭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르면 시원한 하늘과 푸른 바다 위로 촘촘히 박힌 섬들이 눈을 밝히고 마음을 두드린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은 새들처럼 사뿐히 바다 위에 앉아 서로 다른 모양으로 먹이를 찾는다. 이 눈앞의 위대한 풍경을 보는 것은 복 중의 복이다. 손을 뻗어 손짓하면 새들이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다. 도리산 전망대에서 나오면 임도 옆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나오는데 이곳 역시 들꽃 융단이 깔린 멋진 전망대다.

    상조도에는 도리산 전망대 말고도 볼만한 장소들이 있다. 조도대교를 건너 바로 이어지는 갯벌 사이에 난 도로는 우리나라의 멋진 길 100선에 꼽힌 길이다. 북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여미마을은 담장이 아름답다. 상조도에서 나와 하조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조도등대에 가봐야 한다. 인천 팔미도 등대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유인 등대로 1909년에 세워졌으니 딱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

    등대 뒤의 계단을 따라 운림정에 오르면 등대와 푸른 바다, 그리고 멀리 진도를 포함한 섬들과 작은 어선들을 만날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등대와 어류포항의 바닷길을 따라가는 트레킹도 권할 만한 길이다. 그 밖에 신전 해수욕장과 하조도 돈대산 전망대도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멋진 일출과 일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혼자라고 해서 쓸쓸하거나 외롭진 않다. 오히려 혼자여서 더욱 즐거운 곳이 조도 여행이다. 섬 자체가 여행자의 든든한 친구이자 동행자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떠나는 제주 우도

    가족끼리 떠난다면 이만한 섬이 있을까? 태양을 등지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나지막한 오름, 그리고 말과 돌, 야자 등 이국적 풍경으로 가득한 우도는 도착하기 전부터 가슴 설레는 최고의 여행지다.

    성산포에서 15분이면 도착하는 우도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다. 우도 팔경으로 대표되는 것으로 우도봉의 우도등대와 검은색 모래가 일품인 검멀레 해변, 흰색의 홍조단괴 해수욕장, 고운 모래가 빛나는 하고수동 해수욕장 그리고 걸어서 가는 섬 속의 섬 비양도 등이 있는데 가는 곳마다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트레킹, 오토바이, 자전거, 승마 체험 등 놀거리도 풍성하다. 이뿐이 아니다. 맑은 날 아늑한 펜션에 머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반짝이는 별빛과 함께 보는 제주의 밤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다.

    우도는 아주 작은 섬이다. 반나절이면 모든 곳을 돌아보고도 남는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라면 하룻밤 머물 것을 추천한다. 이국적인 바다 앞에서 손을 꼭 잡고 그림처럼 지는 일몰을 보거나, 붉게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끈은 더 단단하게 조여질 것이다.

    친구와 자전거 타고 섬 한 바퀴, 전북 선유도

    도시의 침묵보다 바다 속삭임을 들어요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좌측사진). 놀거리가 풍성한 우도 홍조단괴 해변(중간사진). 선유도 해수욕장과 망태봉(우측사진).

    친구와 함께 떠나는 길은 쉼의 길이기도 하지만 나눔의 길이기도 하다. 군산시 선유도는 4개의 섬이 연륙교로 연결돼 1석4조의 재미, 서로 다른 4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서해의 보물 같은 섬이다.

    선유도에는 교통수단이 없다. 마차처럼 사람을 태울 수 있게 개조한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전부다. 섬에 들어가 차로 편하게 다니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포기해야 한다.

    아니, 자전거로 대부분 이동하기에 친환경적인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선유도에 있는 민박집마다 자전거를 비치해두고 있다. 섬과 섬들을 일주하는 자전거 코스도 잘돼 있어 하이킹과 트레킹을 겸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선유도에 들어가자마자 달려갈 곳은 따로 있다. 선유도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가 깔린 선유도 해수욕장 앞에는 갯벌과 암봉으로 이뤄진 망주봉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멋진 일몰을 감상하려면 선유봉에 오르면 된다.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자대교와 장자도, 대장도 뒤로 흐르는 일몰은 환상적이다. 해변에서 일몰을 보고 싶다면,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로 가보자. 해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붉은 노을을 감상하다 보면,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시간이 포르르 떠오를 것이다. 친구와 함께 서로를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시간, 여름휴가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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