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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마흔네 번째 쇼핑

독한 여자들의 ‘해독 다이어트’

  • 김민경 holden@donga.com

독한 여자들의 ‘해독 다이어트’

본격 피서철입니다. 하지만 요즘 휴가나 피서를 ‘내키는 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죠. 어느 집이나 ‘초중고대딩’ 하나 이상을 신전처럼 365일 불 밝힌 책상 앞에 모시고 있으니 좋든 싫든 학원이 쉬라는 날 온 가족이 쉬어야 해요.

갓난아이를 둔 집은 가사도우미가 쉬는 때로 휴가를 맞춰야 하는데, 이분 또한 입시생을 둔 어머니인지라 학원 스케줄에 맞춰지죠. 그래서 온 국민이 8월 초에 모래 반 사람 반인 해수욕장에서 뉴스를 촬영하는 방송사 헬리콥터에 손을 흔들며, 숙명처럼 바가지를 쓰고, 1년에 한 번뿐인 휴가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레크리에이션’이란 돈과 시간,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노동’입니다.

긴급하고 현존하는 또 다른 휴가 스트레스는 ‘살빼기’입니다. 봄부터 몸만들기에 나섰다면, 이미 한두 차례 ‘요요’(몸이 기초대사량을 줄여 열량을 지방으로 보존하는 것)를 겪어 지난 겨울만도 못한 불량 몸매로 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살빼기와 몸만들기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발전의 가장 큰 공로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최근의 트렌드는 ‘디톡스’로 수렴하는 듯하죠? ‘해독(detoxification)’을 통해 체중조절도 하고 피부도 맑게 한다는 디톡스는 3년 전쯤 할리우드발(發)로 인기를 끌었죠.

독한 여자들의 ‘해독 다이어트’

노출의 계절, 속성 몸매가꾸기를 위한 ‘디톡스’ 가 유행입니다. 식물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바이오 디톡스 화장품이 트렌드고요.사진은 국내 바이오기업의 식물줄기세포 화장품 ‘또별’,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비오템’의 화이트 디톡스라인, 디톡스 다이어트 때 섭취한다는 미네랄 소금,확대한 줄기세포입니다(왼쪽부터).

비욘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디톡스로 영화 출연 전 10kg 정도를 쑤욱쑤욱 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죠. 최근엔 졸리가 새 영화 ‘솔트’를 찍으며 다시 디톡스 다이어트를 했다느니 캐머런 디아즈, 제니퍼 애니스턴 등도 토마토로 디톡스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3주일 동안 토마토만 먹으면 당연히 살이 빠지지, 그게 뭐 새로워? 그게 ‘해독’이라는 증거도 없고, 사회생활엔 독극물이 되겠는데?”



이랬던 저는 우연히 환경전문지 ‘이콜로지스트’의 필자로 유명한 팻 토마스가 펴낸 ‘21세기가 당신을 살찌게 한다’라는 책을 읽고 ‘해독’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어요. 저자는 1930년대에 인체를 ‘하나의 기계’로 본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칼로리 이론’-‘몸이 소비하는 열량?섭취하는 열량’이면 몸무게가 줄어든다-이 지난 80년간 다이어트 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워왔다면서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칼로리 이론이 결국 요요로 더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제약회사를 포함한 다이어트 산업이 미국 보건당국에 로비를 한 혐의가 있다고 보는 그는 “펜을 한번 휘갈기는 것만으로 정상체중이던 2500만명이 하루아침에 비만 환자가 되었다”고 한탄합니다. 그는 칼로리가 아니라 사회계층의 문제, 수면부족, 그리고 직접 간접으로 섭취하는 독성물질이 현대적인 비만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체중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에 장애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지방친화적이고, 우리 몸은 강한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지방에 저장하려고 한다는 것이죠. 그가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짧은 기간의 단식을 해보라’고 권하는 대목에서 심 봉사처럼 번쩍 눈을 떴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졸리가 괜히 디톡스를 했겠느냐고!

책을 덮고 즉시 디톡스 다이어트 신봉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최근의, 따라서 가장 발전한 디톡스로 ‘식물 줄기세포’법을 추천해줬어요. 디톡스 쇼핑을 나가 보니, 확실히 식물 줄기세포를 이용한 디톡스 식품과 효소, 화장품이 올해의 트렌드더군요.

그리하여 주말 3일 동안 다이어트를 한 결과는?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은 없었지만(ㅠㅠ) 컨디션은 좋아진 것 같아요. 일주일 동안 커피, 콜라 등 탄산음료, 각종 유탕처리 과자, 라면, 고기와 알코올을 끊었으니, 디톡스 쇼핑과 독한 절제심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21세기는 각종 독극물보다 더 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인 거죠.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83~83)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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