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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오동진의 ‘영화로 사는 법’

관객 뒤통수 치는 범죄 속 범죄

웨슬리 스나입스의 ‘카오스’

  • 오동진 영화평론가 ohdjin@hanmail.net

관객 뒤통수 치는 범죄 속 범죄

관객 뒤통수 치는 범죄 속 범죄

은행 무장강도로 변신한 웨슬리 스나입스.

니콜라스 케이지와 웨슬리 스나입스의 공통점은 한국계 여성과 결혼한 할리우드 스타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두 사람의 모습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반면, 웨슬리 스나입스는 2류 배우로 추락하고 있다.

한동안 웨슬리 스나입스는 탈세 혐의로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다. 이게 풀리자 그는 바닥난 돈지갑을 채우려는 듯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 대로 출연하고 있다.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가 토니 기글리오 감독의 ‘카오스’다.

그렇다고 ‘카오스’가 되는 대로 만든 작품이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혹시 카오스 이론을 아시는지. 아무런 연관 없이 벌어진 일도 그 안에 내적 질서를 지닌다는, 알 듯 모를 듯 복잡한 논리가 카오스 이론이다.

영화는 여러 범죄 행위가 따로따로 벌어지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는 이를 조종하는 엄청난 음모가 있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극 중반까지는 평범한 척, 진부한 척하다가 중반 이후부터 반전에 반전, 의외의 상황이 툭툭 등장한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대는 시애틀, 그 중심부인 펄가의 한 다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은행을 턴 무장 강도가 인질과 함께 도주하던 중 차가 전복하는 사고가 벌어지는 액션에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이윽고 벌어진 인질극, 그리고 강도와 인질 모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건의 총책임자 격이던 형사 코너스(제이슨 스테이덤)는 총기사고의 책임을 지고 정직처분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은 일종의 플래시백(flash back·다른 장면을 차례차례 필름 단편으로 연결한 몽타주 기법)에 해당한다. 진짜 사건은 로렌스(웨슬리 스나입스)가 이끄는 또 다른 은행강도단에 의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은 꽤나 치밀하게 짜인 듯한데도 로렌스 일당은 곧 경찰에 의해 고립되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고(일부러 져주는 것처럼), 좀더 이상한 점은 정직 후 조용한 삶(실제로는 분노의 삶)을 사는 코너스를 협상 파트너로 고집한다는 것이다.

코너스는 신참인 셰인(라이언 필립)과 함께 로렌스 일당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곧 그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진짜? 제이슨 스테이덤이 죽는다고? 제이슨 스테이덤의 액션영화 팬이라면 그가 죽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게 될 것이다(이 의도된 영웅 스테이덤은 영화 속에서 죽는 법이 없다. 딱 한 편 ‘아드레날린 24’의 마지막 장면에 비행기에서 격투를 벌이다 고공에서 떨어져 죽는다. 떨어지면서 담배를 물고 휴대전화로 애인에게 전화를 걸지만 마침 부재중이다. 그렇게 죽으면서까지 폼을 잡는 모습이란…. 스테이덤은 싸 보이는데도 이상하게 그게 매력이다).

‘카오스’는 일종의 케이퍼 무비다. 케이퍼 무비란 범죄 행위를 시간순으로 낱낱이 보여주는 척하면서 그 안에 이런저런 부비트랩을 숨겨놓은 영화를 말한다. 늘 마지막에 반전이 있으니, 이런 류의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한다. 그렇고 그런, 진부한 범죄영화라고 생각해 중간에 자리를 뜨면 나중에 친구들과 결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의견 차로 싸우기 쉽다. 마지막까지 봐야 하는 영화다.

할리우드산 중급 액션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돈, 돈 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인간 욕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회정의? 양심? 의무? 지금 같은 시대에 그런 걸 조금이라도 기대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순진한 짓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빨라서 좋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처지고 편안한 장면은 형사 셰인과 여형사 테디(저스틴 와델)가 총격전이 끝나고 모든 일이 종료된 뒤(종료됐다고 착각한 뒤) 나누는 대화다. 테디가 셰인에게 말한다. “오늘 우리 둘 다 총 맞았네요.” 둘은 의로운 쪽이다. 의로운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총을 맞는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이 영화가 묻고 있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주간동아 2009.04.28 683호 (p86~86)

오동진 영화평론가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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