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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 스물한 번째 쇼핑

마음의 선물로는 마음을 전할 수 없네

  • 김민경 holden@donga.com

마음의 선물로는 마음을 전할 수 없네

마음의 선물로는 마음을 전할 수 없네

사랑은 선물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면 티파니에서 나온 다양한 ‘마음’ 목걸이나 연인의 별자리대로 고르는-애인이 여럿이어도 문제없는-콜롬보의 키링, 럭셔리 메카닉워치 브라이틀링의 베스트셀러 네비타이머, 쇼콜라 미뇽의 수제 초콜릿은 어떨까요?(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 티파니는 ‘프로포즈’ 성공률 100%고요, 콜롬보는 행운의 악어 가죽으로 유명해요. 쇼콜라 미뇽은 누구라도 초콜릿 모델 채시라처럼 ‘으음~’ 미소짓게 하는 다크한 맛으로 마니아 사이에 정평이 나 있고, 브라이틀링은 50년대부터 파일럿의 손목 위에서 비행기 계기판을 대신해온 시계로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랍니다.

세뱃돈이 줄고 설 보너스가 얇아졌다 해도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예산은 반드시 책정해놓을 것! 혹시 불경기를 이유로 이번 설에는 아무것도 못해드려 죄송하다며 눈물 흘리던 아들딸들이 밤톨만한 초콜릿 한 개에 수만원을 냈다 해도, 12개월 할부로 명품 시계를 사서 애인에게 선물했다 해도, 부모님들은 화를 내거나 억울해하지 마세요. 밸런타인데이니까요. 이건 진화론적으로 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한동안 밸런타인데이를 없애자, 아니면 초콜릿 대신 떡을 선물하자는 전 국민적 캠페인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별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매달 최소 하루씩은 연인들의 명절이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무슨 날이었으면 좋겠고, 겨울 내내 폭설이 내리기를 바라는 눈먼 연인들에게 애정 표현을 자제하라는 것이 청교도 운동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밸런타인데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 백화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로웠어요. 이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선물하는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남성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1위 초콜릿, 2위가 상품권이었습니다(1, 2위 차가 근소합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 등으로 답하는 3월14일 화이트데이의 경우 여성들은 1위 가방, 2위 화장품, 3위 상품권은 받고 싶으나 꽃과 사탕이야말로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이라고 찍었습니다.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받으며 마치 아이처럼 깜짝 놀란 듯, 고마운 듯 웃지만 부글부글한 속에선 ‘쩨쩨하게 굴지 말고 카드 한번 긋지’라고 말한다는 거죠. 많은 여성들이 꽃다발은 으슥한 골목길에 버리고(쓰레기 수거에도 비용이 발생하므로!), 사탕은 조카나 줘버린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걸요. 이미 눈치 있는 남성들 덕분에 화이트데이 선물 매출액이 밸런타인데이의 그것을 넘어섰고요.

사실 연인 사이의 선물은 깊은 정신적 의미도 가지면서,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경제력의 최대치를 헌신하는 면이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3년 백수인 남자친구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선물한다면 그 의미와 1만원이라는 가격이 선물로서 최고의 가치를 가지겠죠? 책만큼 상징성이 강한 선물로 꼽히는 것이 상대의 이니셜이나 별자리가 새겨진 액세서리입니다. 또 열쇠나 하트처럼 의미심장한 형태의 선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시계는 ‘존경받는’ 선물이죠. 어른스럽고, 인생의 일부와 바꿔야 할 만큼 비싸니까요.



특히 시계는 요즘 남성들에게 최고의 선물로 꼽힙니다. 남성 라이프 스타일지 ‘GQ’의 이충걸 편집장은 “시계는 남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허용된 유일한 액세서리”라고 말하고, 사진작가 김용호 씨는 “남자에게 시계는 하나의 우주”라고 하죠. 시계가 결정적으로 발달한 계기를 알고 계신가요? 신대륙 탐험이 본격화한 1700년대에 위치를 알기 위한 ‘경도법’에서 비롯됐답니다. 즉 나의 위치를 알기 위한 인간의 집요한 노력과 의지의 결과가 바로 시계이니, 그 작은 기계에 태양계가 얹혀 있대도 크게 허황된 말은 아닌 듯합니다.

한 시계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는 “서로의 시간을 영원히 나눈다는 의미에서 시계를 주고받는 연인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선물을 고르러 온 연인들을 보면 서로 고가의 기계식 시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도 시계 가격과 함께 진화하는 것 같다”며 웃더군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직장 신입사원이나 통장 아주머니가 나눠주는 마늘 모양 초콜릿으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보내겠죠. 거세게 휘몰아치는 밸런타인데이의 달콤 씁쓸한 바람에 ‘올해도 돈 굳었다’고 외치는 무적의 싱글 부대를 상상해봅니다.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73~73)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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