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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젊고 무자비한 ‘3차원 입체고속 기동戰’

이스라엘軍 연전연승하는 까닭 … 무기·정신·전략 ‘3위1체’ 보유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젊고 무자비한 ‘3차원 입체고속 기동戰’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군의 작전 속도는 여간 빠르지 않았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손쉽게 가자지구에 침투해 하마스 조직을 소탕했다. 왜 이스라엘군은 싸울 때마다 승리하는 것일까.

‘오퍼레이션 캐스트 레드(Operation Cast Le ad)’. 2008년 12월27일 시작된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공격작전의 영어식 이름이다. 직역하면 ‘납을 던져라 작전’이다. 납은 총알을 뜻하는 경우가 많으니 ‘총알을 쏴라 작전’으로 의역할 수도 있겠다.

유대인들은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부터 8일간 ‘하누카’ 축제에 들어간다. 기원전 168년 유대인들은 유대교를 말살하려는 시리아 군대에 예루살렘을 빼앗겼다가 이듬해 되찾았는데 이를 기념하는 것이 하누카 축제다.

이 축제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드레이델’이라고 하는 팽이 비슷한 장난감을 선물로 받는다. 드레이델은 대부분 납으로 만든다. 우리도 팽이놀이를 할 때 ‘팽이를 돌린다’고 하지 않고 ‘팽이를 던진다’고 한다. 유대인들도 한 해 운세를 보기 위해 드레이델 놀이를 하는데, 이때 ‘납을 던져라’고 하는 모양이다. 드레이델 놀이를 할 때 ‘하누카를 축하하며’라는 시를 읊조리는데, 이 시에 반복해 나오는 구절도 ‘납을 던져라’다. 이렇듯 유대교의 신심(信心)이 녹아 있는 작전명을 택한 것은 이스라엘이 독한 마음을 품고 가자지구를 공격했다는 뜻이 된다.

작전명 ‘오퍼레이션 캐스트 레드’



하마스는 ‘이슬람 저항운동’을 뜻하는 이슬람어의 약자다. 하마스도 신심으로 싸우지만 이스라엘군은 신심에다 애국심까지 겸비했다. 그들이 강한 이유다. 이스라엘은 다민족 국가다. 유대인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이스라엘 국민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히브리어와 함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쓰는 아랍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에는 유대인만 입대한다. 전원 유대인으로 구성돼 있기에 이스라엘군은 아랍 세력과의 전투에 ‘유독’ 강하다

가지지구는 199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맺은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모여 자치를 하기로 한 땅이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는 오슬로 협정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하마스가 바로 그들로, 이들은 PLO가 이스라엘과 평화정착에 대해 논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리고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이 되자 하마스는 그곳으로 스며들어 대(對)이스라엘 공격기지로 삼았다.

가자지구의 남쪽은 이집트에 닿아 있다. 하마스 요원들은 이집트 지역에서 땅굴을 판 뒤 가자지구로 무기를 반입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4일~12월18일 213발의 로켓탄과 126발의 박격포탄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PLO는 이러한 공격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로켓과 박격포는 혼자서도 메고 다니며 쏠 수 있는 무기라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이것이 이번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불러온 도화선이다. 이스라엘 처지에서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을 깨려는 테러단체다. 2001년 9·11테러를 당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2003년에는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 시기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가 반(反)테러법을 만들었고, 국제적으로는 반테러협약 제정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미국이 이렇게 먼저 본을 보이자, 테러를 당한 나라는 테러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테러세력이 숨어 있는 3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만들어졌다.

이스라엘군은 반테러전 명분으로 가자지역을 침공했다. 테러조직과 정규군의 싸움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규군은 다양한 정보자산과 기동수단을 갖고 있어 화력이나 정보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테러조직을 쉽게 공략한다. 그러나 점령이 완료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전 발발 43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며 종전선언을 했지만, 이후 5년이 넘도록 평정(平定)작전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의 면적(43만km²)은 한반도의 2배에 달해 20만명도 안 되는 다국적군으로는 완전 평정이 불가능하다. 종전선언 후 이라크 게릴라에 희생당한 미군 수가 9·11테러 희생자보다 훨씬 많은 4000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가자지구의 면적은 서울시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자지구 점령이 완료되면 이스라엘군은 어렵지 않게 하마스 잔존 세력을 소탕하는 평정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군에 비해 작전무대가 훨씬 좁다는 것은 이스라엘군의 용맹성을 과시하는 핵심요소가 됐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전투기와 미사일을 이용해 적진을 초토화하는 A(Air)-데이 공격을 한 후, 지상군을 투입하는 G(Ground)-데이 작전을 시도했다. A-데이 공격 때 이라크군은 대부분 궤멸됐다. 그 덕에 주공을 맡은 미 육군 4사단은 보급부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격했다.

예비군도 전쟁 동원

G-데이 작전 때 미 육군은 입체고속기동전을 선보였다. 기동부대만으로 진격하는 것은 평면작전인데, 여기에 공격헬기를 덧붙여 3차원으로 매우 빠르게 공격하는 것이 입체고속기동전이다. 높이 떠 있는 공격헬기가 숨어 있는 적군을 발견해 미리 격파하기 때문에 전차와 장갑차 부대가 신속하게 진격할 수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육군의 공격도 입체고속기동전이다. 입체고속기동전을 펼치면 상대는 엄청난 피해를 당해도 아군은 장갑차량으로 보호받기에 희생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600명을 넘어선 데 반해 이스라엘군 희생자는 자국군 탱크의 오폭으로 숨진 사람을 포함해도 10명이 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군은 미군과 더불어 예비군을 동원해 전쟁을 하는 나라다. 이스라엘 육군부대는 대부분 기계화 부대다. 기계화 부대는 진격전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해도 평정작전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 평정작전은 위험지역을 샅샅이 순찰하는 보병이 맡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예비군을 동원했다는 것은 평정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미군은 이라크 평정작전에서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러나 가자지구는 면적이 좁기에 이스라엘군은 평정작전도 비교적 쉽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군도 없는 아주 작은 나라(가자지구)가 펼친 테러전에 첨단무기를 갖춘 정규군으로 응징에 나선 것이 ‘강한 이스라엘군’이라는 인상을 남긴 비밀이다.

이스라엘 군사력은?

20만명 젊은 군대 … 덩치 작아도 주먹은 맵다


이스라엘은 젊은 군대를 유지한다. 한국군에는 대장이 8명이나 있지만, 이스라엘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은 중장(총참모장)이다. 단 한 명의 ‘쓰리스타’가 이스라엘 육해공군 전체를 이끄는 것이다. 18세가 된 유대인 남녀는 모두 입대해 2년(여성) 또는 3년(남성)간 복무한다. 지휘관도 젊고 병사도 어리기에 이스라엘군의 행동은 빠르다. 이스라엘은 싱가포르와 더불어 군대를 가장 젊게 유지하는 나라다.

미군은 연로한 대장이 많은 조직이지만, 작전부대장만큼은 젊게 유지한다. 한국 해군은 3000t 이상 군함의 함장에 대령을 임명하지만, 미국은 9000t급(이지스 구축함) 함장에도 중령을 보임한다. 대령은 항공모함과 순양함 함장만 맡는다.

4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한국이 67만 대군을 보유한 데 비해 인구가 690만명인 이스라엘의 총병력은 20만명 정도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지출하는 국방비는 한국 국방비(약 210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100억 달러 정도). 또 상시 동원할 수 있는 50만명의 예비군도 갖췄다.

16만여 명의 현역을 거느린 이스라엘 육군에는 소장이 지휘하는 북부·중부·남부의 3개 관구사령부가 있다. 관구사령부는 각자 관할지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투부대는 관구사령부가 아니라 역시 소장이 사령관을 맡는 육군사령부가 지휘한다. 육군사령부 밑에는 실제 전투를 지휘할 5개의 군단(군단장은 소장)이 있고, 그 아래 수십 개의 사단(준장)과 여단(대령)이 있다.

이스라엘 육군은 철저히 편조(編造) 개념으로 운영된다. 작전 규모가 크면 육군사령부가 나서지만 그렇지 않으면 군단, 사단, 여단이 정보와 군수부대 등을 지원받아 작전에 나선다. 필요에 따라 작전부대와 지원부대를 엮어 전투단을 만들어 바로 투입한다. 미국 육군도 편조 개념으로 육군을 운영한다.

편조 개념을 활용하려면 모든 부대가 기계화돼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 육군의 현역 사단과 여단은 전부 기계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화 부대이기에 준장이 지휘하는 이스라엘 육군의 전투력은 소장이 이끄는 한국 육군 보병사단보다 강하다.

이스라엘군에서 가장 약한 것은 8000여 명으로 구성된 해군이다. 그러나 공군은 3만5000여 명으로 편제돼 육군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공군 예비군은 2만4000여 명). 이스라엘의 면적은 경상북도보다 10% 정도 더 넓은 2만1643km²다. 국토가 작다 보니 이스라엘 공군은 훈련할 곳이 부족하다. 그래서 터키로 전투기를 보내 훈련한다.

대장이 이끄는 한국 공군이 500여 대의 전투기를 가진 데 비해 소장이 이끄는 이스라엘 공군은 370여 대의 전투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공군이 갖지 못한 공중급유기와 자국산 조기경보기를 보유해 실제 전력으로 따지면 한국 공군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IAI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방산업체로, F-16 수준의 ‘라비’(히브리어로 ‘사자’라는 뜻)라는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미국의 압력으로 생산을 포기한 바 있다. IAI는 한국이 보유한 정찰위성 아리랑2호 제작기술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UAV라는 무인기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강자다. 그리고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애로우’라는 ‘미사일 잡는 미사일’도 개발했다. 작지만 강한 주먹을 가진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주간동아 2009.01.20 670호 (p56~58)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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