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2009.01.20

“한나라당은 법적 절차,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김형오 국회의장, ‘친정’ 향해 직격탄… 여야 ‘극적 합의’ 중재 직후 첫 심경 토로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1-13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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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법적 절차,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임시국회 회기를 이틀 앞둔 1월6일,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 방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12월18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단독으로 상정하면서 여야가 대치한 지 20일 만이다.

    그동안 국회는 전쟁터였다. 소화기 분말에 소방호스 물줄기가 맞서고 해머, 전기톱, 쇠 지렛대(속칭 빠루)가 날아다녔다. 국회 상임위 회의장과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한나라당의 법안 날치기 상정 및 처리를 원천 봉쇄했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자 이들과 국회 경위 사이에 거센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우유부단 비난 개의치 않는다”

    김형오(62)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비난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게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강력히 요구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거부할 것을 약속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여야 두 열차가 충돌하려는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김 의장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시국회 회기 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다시 대화에 나서야 했고, 쟁점법안 처리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뤄냈다. 외형상 민주당의 승리다.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비판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김 의장의 속내가 궁금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을 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월8일 오전 9시30분,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만났다. 그는 “하도 욕을 먹고 시달려서 아직 감정의 용해가 덜 됐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나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말 부끄럽다. 국민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막판에나마 파국을 막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협상이 끝난 게 아니다. 여야는 이번 협상을 기초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오고, 강을 하나 건너면 또 다른 강이 나온다. 그게 인생이고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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