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2009.01.20

세 번째 찾아온 절대 권력, 롱런할까

김정일 매제 장성택 北 노동당 중앙위 행정부장

  • 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kyle@donga.com

    입력2009-01-13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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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중순 북한을 방문해 조선노동당의 주요 인사를 만나고 돌아온 한 재외동포가 한국 측 인사들에게 북한 내 권력관계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이후 그의 매제인 장성택(63·사진) 당 중앙위 행정부장이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38) 씨와 손잡고 모든 것을 통치하는 구조가 됐으며, 인민군 차수인 그의 형 성우(76) 씨를 통해 군부의 지원도 얻고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을 30년간 보좌한 그가 최고지도자 유고 시 힘을 얻으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지난해 5월 미국 국무부의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5년 내에 후계자를 지명할 경우 정남 씨가 개인적 자질과 권력 기반, 정책 능력에서 월등한 장 부장의 정치적 후원을 받아 집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장 부장의 득세는 다양한 루트와 소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장 부장은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2012년)을 앞두고 평양 시내 재건축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북한 권력기관 소속 외화벌이 일꾼과 정보 당국자들이 들락거리는 중국의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단둥(丹東) 등에는 최근 ‘장성택 계열’ 인사들이 각종 기관장으로 승진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장 부장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던 1~8월에는 5차례 공개 활동을 수행했지만, 그 이후인 10~12월에는 9차례나 수행원으로 등장했다. 대내외 정세에 민감한 시기에 최고지도자를 곁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5년 하반기 이후 북한의 정책적 보수화 경향이 장 부장의 작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001년부터 단행한 제한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2005년부터 후퇴시키고, 자본주의 사상과 시장통제 등 내부 단속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좌천된 장 부장이 현직에 복귀한 것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장 부장의 세력 확대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가 당 행정부장의 고유 업무인 보위사업과 검열사업을 넘어 당 내부인사까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 ‘데일리NK’는 1월4일 북한 당국의 시장통제 정책에 대한 내부 소식통들의 발언 등을 인용해 “백성들도 장성택이 사람을 못살게 하는 주범이라고 수군거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인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의 ‘장성택 흔들기’는 후계 문제를 둘러싼 지도부 내 암투의 발현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건강이 호전돼 장 부장의 독주를 질책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절대 권력에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장 부장은 개인 권력 및 파벌 조성 등을 의심받아 지금까지 두 차례나 권좌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가 세 번째 맞는 ‘기회이자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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