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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에선 ‘해적’이 1등 신랑감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호크 다운’

  • 이명재 자유기고가

소말리아에선 ‘해적’이 1등 신랑감

소말리아에선 ‘해적’이 1등 신랑감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해적은 매력적이고 낭만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21세기 국제화시대의 갱단일 뿐이다.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에서 해적선 ‘모닝스타’호가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나부끼며 대양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게다가 이 배의 선장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얼마나 멋진가.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주인공 조니 뎁의 캐릭터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그려지는 해적은 매력적이고, 그 세계는 누구나 꿈꿔봄 직한 낭만적인 생활이다.

그러나 현실의 해적으로 돌아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성위치 확인시스템(GPS)이 탑재된 쾌속선에 로켓포 등 중화기까지 갖춘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뉴스는 영화 속 환상에서 깨어나게 한다.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다국적 군함들을 따돌리며 유람선을 공격하는 이들은 21세기 국제화시대의 갱단이다.

요즘 해적 하면 소말리아 해적을 지칭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소말리아 앞바다에만 해적이 출몰하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군도 주변에는 그전부터 해적이 있어왔다. 소말리아 해적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들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출현한 새로운 강자라는 점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의 급부상은 무엇보다 소말리아 해상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소말리아가 자리한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연안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곳.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뱃길이다. 국제사회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 대책에 부산하다. 함대를 파견하는가 하면 유엔에서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결의서’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의 또 다른 근인(根因)에 대한 이해가 없는 한 이 같은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소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을 시사한다. 명장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이 영화는 1993년 10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된 미군 델타포스 부대원들의 임무를 그리고 있다. 대원들은 소말리아 군벌의 고위 보좌관 두 사람을 납치하라는 임무를 맡고 투입된다. 그러나 고립된 채 수천 명의 중무장한 소말리아인들에게 포위돼 결국 18명의 대원이 전사하고 70명 이상이 중상을 입는 희생을 치르고 작전은 실패한다.

‘단 한 명의 전우도 남겨두지 않는다. 죽어도 함께 가야 한다. 역사가 그들을 버려도 그들은 서로를 버리지 않았다.’



영화의 선전 문구처럼 영화는 특수부대원들의 용기와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한 휴먼 드라마다.

그러나 영화는 왜 미군이 공격을 받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유의 배경인 소말리아 내전의 원인에 대해서도 얘기가 없다. 영국 식민지 시절 종족과 문화가 다른 두 부족을 억지로 섞어놓은 것이 내전의 씨앗이라는 것도 관객들은 알지 못한다. 소말리아 내전의 모든 원인을 그 한 가지로 몰아붙일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소말리아 해적의 소탕도 쉽지 않다. 내전을 거치며 힘을 얻은 소말리아 군벌이 해적의 후견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말리아에서는 해적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한다. 젊은 여성들은 호화 별장과 고급 외제차를 보유한 해적과 결혼하는 것을 최고의 희망으로 여긴다고 한다. 최소한 소말리아 사람들에게 해적은 여전히 낭만, 아니 그 이상의 것이다.



주간동아 2009.01.06 668호 (p86~86)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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