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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아내의 변신은 무죄

연극 ‘리타 길들이기’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아내의 변신은 무죄

아내의 변신은 무죄

여주인공 수잔 역의 최화정(위)과 프랭크 역의 윤주상.

리타 길들이기(Educating Rita)’(윌리 러셀 작, 박계배 연출)는 우리말 제목만 보면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Shrew)’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리타 길들이기’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반대로 한 여인이 고분고분한 아내의 모습을 과감히 버리고 독립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층 계급의 여인이 교육을 통해 지적인 숙녀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마이 페어 레이디’와 비슷하다. 둘 다 ‘피그말리온’ 신화가 바탕이 됐다.

여주인공 수잔 화이트는 20대 후반의 주부이자 미용사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밤 고양이의 외출’을 쓴 리타 메이 브라운의 이름을 따서 스스로를 ‘리타’라 부른다. 수잔은 매일 미용실에서 손님들의 시시껄렁한 수다를 듣고 형이하학적인 남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야 하는 답답한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개방대학’에 입학한다. 수잔의 교육을 전담한 영문학 교수이자 시인인 프랭크는 그녀와 반대로 지식인들의 허식에 환멸을 느끼며 매일 위스키를 퍼마시는 인물. 이 때문에 그는 생기발랄한 수잔의 모습에 마음이 이끌린다.

수잔은 프랭크의 가르침을 받으며 E. M. 포스터, D. H. 로렌스, T. S. 엘리엇, 안톤 체호프,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등등을 ‘독파’해간다. 그러고는 급기야 평소 두려워하던 ‘진짜 대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그들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기도 한다. 수잔은 어느 순간 자신이 좋아했던 ‘밤 고양이의 외출’을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리타’라는 이름도 버린다. 반면 프랭크는 청년들과 어울리는 수잔을 바라보며 질투를 느끼고, 그녀가 자신이 싫어하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이 연극의 묘미 중 하나는 백치미와 지성미를 오가는 수잔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단기간에 ‘급변신’하다 보니 캐릭터가 다소 과장되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만, 어쨌든 ‘수잔이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라는 기대감은 이 연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요인이다. 1980년 런던에서 초연됐을 당시 유명 여배우인 줄리 워터스가 이 입체적인 성격의 여인으로 출연해 호평을 받았다.

이 연극은 두 시간 동안 10개가 넘는 장면을 단 두 사람이 이끌어가는 데다 무대 전환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두 배우가 얼마만큼 맛깔나게 극을 이끌어가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잔 역을 맡은 최화정은 초반부의 껄렁껄렁하고 백치스러운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특유의 야무지고 쫀쫀한 말투와 쾌활한 몸짓으로 당찬 수잔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프랭크 역의 윤주상은 실력 있고 권위 있는 중년 영문학자의 모습과 한 여인에게 연정을 품은 남자의 어린애 같은 모습을 동시에 잘 표현했다.

두 남녀는 야릇한 관계이면서도 ‘제대로 된 로맨스’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남녀의 사랑에 주안점을 둔 멜로를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스토리도 단순하고 동시대적인 재미는 주지 않으나, 깊이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노동자 계층과 지식인 계층에 속한 수잔과 프랭크의 상대적인 시선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무대는 2층 책꽂이가 좀 허전하지만 오래 묵은 냄새를 풍기는 연구실답게 잘 꾸며져 있다. 장면 사이사이에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의 음악들이 삽입되는데, 오래되어 늘어진 테이프를 연상시키는 음질의 음악은 센스 있는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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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9.01.06 668호 (p81~81)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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