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2008.10.28

앤디 워홀 작품인 것 같은데 살까 말까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10-22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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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 작품인 것 같은데 살까 말까

    1962년작 ‘Lemon Marilyn’.

    국내 마켓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작가에 대한 구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최고 인기작가는 물론 앤디 워홀이다. 그의 원화뿐 아니라 판화, 포스터 등도 어렵지 않게 국내 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 특성상 원화 작품도 실크스크린 작업을 했기 때문에 판화와 원화를 구분짓는 기준도 모호하다. 물론 캔버스 작품은 유일한 데 비해 판화작품은 대량의 에디션을 갖고 있지만 말이다. 시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지속적으로 최고가를 경신했고, 최고 낙찰가가 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던 것도 사실이다. 앤디 워홀은 미술계에 영원히 남을 팝아트의 아이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와 마켓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는 다르다. 앤디 워홀의 예술철학인 ‘오리지낼러티의 부정’은 미술사에서 획기적인 반전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술철학으로 마켓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기법과 크기가 같은 작품임에도 어떤 작품은 수백억원을 호가하고 어떤 작품은 몇억 또는 몇천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듯한 작품이 왜 이렇게 큰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단지 종이가 아닌 캔버스에 찍었다는 이유로, 단지 이 종이에 파운데이션 스탬프가 찍혀 있고 다른 종이에는 스탬프가 없다는 이유로 큰 차이가 난다면 미술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정당할까. 미술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미술시장이 그러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앤디 워홀의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마릴린 먼로’ 판화작품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작품을 권하는 판매자에게 작품의 기법이나 정확한 제작연대, 적절한 가치, 마켓 등에 대해 물어보면 의외로 정확한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해 진위를 판가름해줄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마켓에서는 매우 불안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간혹 서명조차 안 된 작품을 앤디 워홀 파운데이션에서 나왔다며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컬렉터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명은 없지만 앤디 워홀의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안정성을 위해 선택한 해외 작품 구매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네임 밸류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진위 여부이며 작품의 가치평가가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간단하다. 잘 모르겠으면 구매하지 말라. 이게 가장 안전한 컬렉션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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