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2008.10.07

아시아 통합 꿈꾸는 ‘한국판 장 모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0-01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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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통합 꿈꾸는 ‘한국판 장 모네’
    “장 모네가 유럽 통합의 아버지라면 저는 아시아 통합의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아시아의 장 모네를 꿈꾼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 바로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박제훈(50) 교수다. 장 모네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유럽 통합을 주도한, 유럽에서는 20세기 세계사의 전환을 이룬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2001년 ‘한국동북아지식인연대’ 발기인대회 때부터 활동한 박 교수는 이후 여섯 차례의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동북아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활동해왔다. 그에게 ‘유럽 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는 닮고 싶은 이상형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러시아 경제체제를 전공한 박 교수는 동북아공동체 구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우연히 장 모네의 회고록을 읽었고, 이후 4년여의 번역 작업을 거쳐 올해 8월 ‘장 모네 회고록’까지 펴냈다.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프랑스어 원판을 해석할 때는 공저자인 옥우석 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해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 문외한이었지만 회고록을 번역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통합 공동체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고 강조한다. 동북아공동체를 넘어 아시아공동체로까지 발전해야 한다는 것.

    “아시아공동체 구성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이미 유로화가 하나의 화폐로 활용될 만큼 통합을 이뤘습니다. 미국도 중남미로 통합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오랜 역사적 갈등과 영토분쟁으로 점철된 동북아에서 과연 통합 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쉽지 않겠지만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60년 전의 유럽은 마치 지금의 동북아와 같았습니다. 아니, 제2차 세계대전 직후라 더했을 수도 있죠. 지금의 아시아도 60년이 지나면 분명히 통합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AEC Foundation) 설립은 통합의 시초가 되리라 봅니다.”

    박 교수의 이 같은 노력으로 9월30일 오후 6시30분 서울 코리아나호텔 7층 로열룸에서 ‘한국동북아지식인연대’가 확대된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발기인대회가 열린다. 박 교수는 이 재단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09년 초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해 11월에는 제1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을 열 계획이다.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의 이사장은 김학수 전 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UN ESCAP) 사무총장이 맡으며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이 고문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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