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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권 대박 얍! 마법천자문

‘만화 재미+한자놀이’ 마법의 매출 … 영상세대 아이들 열광 거침없는 질주

1000만권 대박 얍! 마법천자문

1000만권 대박 얍! 마법천자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마법천자문의 인기는 5년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수민(9) 양은 얼마 전부터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자를 배운다. 지난 여름에 한 한자능력시험기관의 급수시험에서 7급(100~200자 습득 수준)을 땄지만 “반 친구 중에는 5급(300~500자)인 아이도 있다”고 한다. 수민 양의 엄마 김선의(34) 씨는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요즘은 중학교부터 일본어, 중국어 등 제2외국어를 배우는데 한자를 많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 (한자 공부를)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자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영어 다음으로 중요한 학습영역이 됐다. 9월 중순 서울 강남교육청이 교육청 특색사업으로 10월부터 강남지역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자교육을 실시할 것을 발표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지만, 사실 초등학생들의 한자학습 바람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어문회에 따르면 2007년의 경우 이 협회에서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치른 초등학생만 전체 응시자의 50% 이상인 50만명에 이른다. 한자능력검정시험 외에도 대여섯 종류의 한자능력시험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이미 한자 관련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마법천자문’의 마법(?)은 이러한 한자 열풍과 함께 시작됐다. 2003년 말 1, 2권을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10월 말 17권을 출간할 예정인 마법천자문은 현재 판매부수 1000만 권 돌파를 앞두고 있다(9월25일 현재 약 999만9000권). 마법천자문을 낸 출판사 아울북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법천자문 시리즈와 이와 연결된 부가 출판물(마법급수한자, 퀴즈천자문, 마법천자문 고사성어 등)의 누적 매출액은 500억원 정도. 지난 5년 사이 매년 100억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 공연과 게임, 기타 캐릭터의 라이선스 사업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배로 커진다.

마법천자문의 위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출판 관계자들은 마법천자문이 학습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인터파크 도서의 김미영 과장은 “마법천자문의 경우 새로운 권수가 나올 때마다 바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면서 “마법천자문 이후로 비슷한 류의 에듀테인먼트형 만화(재미와 학습효과를 더한 만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학습만화 성공 신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마법천자문이 기존 학습만화와 달리 ‘만화적인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주목한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박인하 교수(만화창작과)는 마법천자문에 대해 “학습만화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처음 깨닫게 해준 책”으로 평가했다.

“학습이라는 말로 부모를 안심시키고 마법격투 등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영리한 만화책이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한자는 20자 정도다. 다른 학습만화가 많은 지식을 압축적으로 전하는 것을 주로 하고 만화를 부로 여겼다면, 마법천자문은 캐릭터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만화를 전개시키는 것을 우선시했다. 여기에는 충분한 시장조사와 기획력이 뒷받침됐다.”(박인하 교수)

실제로 박 교수의 평가처럼 마법천자문의 기획과 마케팅은 눈여겨볼 만하다. 마법천자문은 출판계에서는 드문 ‘블록버스터’로 알려져 있다. 아울북의 이유남 이사는 “(마법천자문을 내놓기까지) 기획개발 기간만 2년이 걸렸고 마케팅비도 2억원 가까이 들었다”면서 “이 정도로 성공을 거둘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했던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책 부록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자카드의 경우 초기 부진한 판매율의 타개책으로 서울 강남 일대에 수백만 장을 뿌린 뒤 호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책에 삽입한 아이템이다.

“마법천자문의 성공 비결은 단순 학습만화를 내놨다기보다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기획 단계부터 문화적인 전략을 썼다. 한자를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불어라 바람 풍’ ‘ 열려라 문 문’식으로 아이들이 한자로 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이유남 이사)

세종대 한창완 교수(만화애니메이션학과)는 마법천자문이 영상세대인 요즘 아이들의 취향을 잘 맞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1980, 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먼 나라 이웃나라’와 비교하며 “(한 페이지를 여러 개의 작은 그림으로 채우던 ‘먼 나라…’에 비해) 한 페이지를 그림 한 컷으로 채울 만큼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전 학습만화에 비하면 올 컬러에 묘사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법천자문의 작가는 이미 90년대 말부터 만화잡지를 통해 격투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상세대, 게임세대 아이들은 대강 보는 것에 익숙하다. 마법천자문은 글이 별로 없다. 큰 그림 위주인 데다 대사량도 적고 의태어, 의성어가 많다. 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영상으로 보는 것이다.”(한창완 교수)

이런 매력 때문에 마법천자문은 ‘학습서’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수의 마니아 팬을 거느리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독서지도 교사인 임수연 씨는 “(마법천자문은) 한번 빌린 후 아이들끼리 돌려 보느라 반납이 잘되지 않는 탓에 대출 대신 도서실에서만 볼 수 있다”면서 “두루 인기가 좋지만,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들에게 인기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마천(마법천자문) 17권 언제 나와요?”식의 문의부터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나름의 예상까지 마법천자문 관련 내용이 가득하다. 아울북 측은 “새로운 책이 나올 때 초판 인쇄를 25만부 정도 하면 2개월 안에 소진된다”면서 “시리즈를 계속해서 사고 있는 열독자를 약 30만명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동출판물 학습만화가 잠식 걱정”

1000만권 대박 얍! 마법천자문

아울북 이유남 이사.

그러나 이 같은 인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주인공 손오공의 캐릭터나 움직임이 일본 만화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그대로 따랐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구성이 느슨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마법천자문의 인기 이후 유사한 서적이 쏟아지는 우리 출판문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는 “지금처럼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책이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아동출판물 시장 전체가 학습만화에 잠식되는 상황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어쨌든 마법천자문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마법천자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도 인기를 끌고 있고,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용 애니메이션도 2009년과 2010년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아울북 측에 따르면 최근 강남교육청의 한자교육 계획 발표 이후 마법천자문의 판매율이 상승했다고 한다. 아울북에서는 또한 2010년 20권 완간 예정인 이 책 외에 5권의 외전과 마법천자문 2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마와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이 ‘영리한’ 한자학습 만화의 마술은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주간동아 2008.10.07 655호 (p44~45)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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