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2008.10.07

성공가도 엘리트 ‘비리 쇼’의 종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9-29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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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주(52·사진) 전 KTF 사장이 한바탕 쇼(show)를 벌였다. 검찰은 9월22일 그를 중계기 납품업체 실소유주에게서 20여 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부인, 처남, 누나를 비리 쇼에 동원했다. 누나에게 생활비를 보내라고 납품업체에 요구했으며 처남 계좌로도 돈을 받았다. 납품업체에서 처남 계좌로 보낸 돈은 부인이 인출했다.

    조 전 사장을 바라보는 회사 안팎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다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체신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정보통신혁명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외유내강형으로 스포츠 마니아면서 신앙생활도 바지런했다. 즐겨 읽는 시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로버트 프로스트)’.

    그러나 그는 ‘남들이 간 길’을 걸었다. 조 전 사장은 직을 얻고자 줄을 대고 비리로 지갑을 채우는 옛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구태를 답습했다. KTF는 민영회사지만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의 자회사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를 옛 여권 중진 정치인에게 건넸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그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은 노무현 정부의 실세. 조 전 사장과는 고교 동문이다.

    조 전 사장의 연봉은 3억~4억원으로 별도의 성과급도 받는다. 억대 연봉도 모자랐을까? 평판 좋다는 CEO가 이 정도라면 다른 이들은 어떨까? “KT 직원들은 진급 및 인사 때마다 돈 챙길 부서에 가고자 혈안”이라고 폭로한 통신장비업체 대표가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9월23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조사대상 80개국 중 40위. 부패인식지수가 5.6점(10점 만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7.1점)에 크게 못 미친다. 그 중심에 모럴해저드를 체화한 조 전 사장 같은 부도덕한 엘리트가 있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손꼽히는 엘리트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미시간주립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을 수료했다. 한국통신(현 KT) IMT2000 사업기획단장, KT아이컴 대표이사, KTF 수석부사장, KTF 사장으로 내달렸다.

    KTF의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쇼’를 론칭하면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쇼’의 성공 덕에 KTF의 3G 가입자는 2008년 8월 말 현재 709만명에 이른다. 사람들은 그러나 ‘KTF의 쇼’가 아닌 ‘비리 쇼’의 주인공으로 그를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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