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4

2008.09.30

급성 A형 간염 유행시대

  • 김도영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입력2008-09-24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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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0~40대에서 급성 A형 간염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찾아보기 힘들던 이 질환이 2004년경부터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환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해 질병관리본부가 ‘A형 간염 주의보’를 발령하기까지 했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예방접종 사업을 펼쳐 감염률을 4.6%까지 낮췄고,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B형 간염 관리 성과인증’도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과 함께 불청객인 급성 A형 간염이 날아든 것이다.

    위생과 환경이 불량했던 과거에는 주로 소아기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됨으로써 무증상 감염 후 면역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성인기에 감염되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A형 간염은 B형이나 C형 간염과 달리 만성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급성기를 잘 극복하면 다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명 중 1~4명은 간 손상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으므로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감염 시 연령이 높을수록 황달 등의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타인의 배설물에 의한 직접 접촉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 등을 먹을 때 발생할 수 있고, 우리나라보다 위생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등에서 감염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 약 1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메스꺼움, 식욕감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시작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눈이 노랗게 변하고 소변색이 짙어지는 황달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보통 이때 병원을 찾게 되는데, 황달이 발생한 시기를 잘 넘기면 다시 원래의 정상 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급성 A형 간염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안정과 휴식,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 이용되는데 대부분
    급성 A형 간염 유행시대

    <b>김도영</b><br>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 환자는 1~2주일 지나면 상태가 호전되고 1~2개월 후에는 간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급성 A형 간염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인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늘 손을 깨끗이 씻고, 물은 끓여 먹거나 정수 처리된 것을 마시는 게 좋다.

    백신이 개발돼 있으므로 급성 A형 간염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 1세부터 16세까지는 1차 접종을 한 뒤 6개월 지나 2차 접종을 한다.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환자들은 예방접종 대상이 되고,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 요리사, 단체수용시설 근무자 등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경우 자연면역에 의한 항체 보유율이 95% 이상이었지만 20, 30대 가운데 항체 보유자는 30% 미만이었다. 급성 A형 간염의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예방접종 대상 확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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