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한여름, 토바고 Midsummer, Tobago

한여름, 토바고 Midsummer, Tobago

한여름, 토바고 Midsummer, Tobago
한여름, 토바고

Midsummer, Tobago


-데릭 월콧 Derek Walcott(1930~ )



태양이 내리쬐는 넓은 해변들.      Broad sun-stoned beaches.

하얀 더위.      White heat.



푸른 강물.      A green river.

다리 하나,      A bridge,

노랗게 그은 야자나무들      scorched yellow palms

여름에 잠자는 집에서     from the summer-sleeping house

8월 내내 꾸벅 졸며.      drowsing through August.

내가 붙들던 날들,      Days I have held,

내가 잃어버린 날들,      days I have lost,

자라나는 딸애들처럼,      days that outgrow, like daughters,

내 팔에 넘치는 세월들.     my harbouring arms.


*밑에 두 줄이 없으면 시시한 유행가가 됐을 텐데…. 번역하기 아주 까다로운, 짧은 한글로 옮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영어다. 시간을 성장하는 인격체로 보고, 현재를 압도하는 과거를 ‘내 품에서’ 웃자란 아이들에 비유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아이들처럼 걷잡을 수 없는 세월. 소파에서 졸다가 느닷없이 밀려드는 지난날의 추억들을 감당하지 못해 팔을 늘어뜨린 중년 남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서인도제도의 여름 풍경이 섬처럼 드문드문 나열되며 전체적으로 나른했던 분위기가 마지막에 팽팽해진다. 이 긴장감이 바로 시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열쇠다.

데릭 월콧 Derek Walcott(1930~ ) 영연방 세인트루시아에서 태어나 영어로 시를 쓰는 카리브해의 시인이다. 199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간동아 2008.08.19 649호 (p64~64)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4

제 1214호

2019.11.15

윤석열 대망론이 나오는 이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