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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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로봇의 유쾌한 만남

  • 류한승 미술평론가

    입력2008-08-13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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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로봇의 유쾌한 만남

    이기일 ‘Propaganda’, 담배 케이스와 혼합재료

    로봇의 종류와 쓰임새가 다양한 만큼 로봇과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도 천차만별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미술가에게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미술가의 특별한 상상력과 결합한 흥미로운 예술품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미래주의처럼 기계문명을 찬양하고 적극 애용한 작가가 있는 반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폐해를 경계하는 작가도 있었다. 확실한 점은 사회가 첨단기술에 점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미술과 과학의 만남은 더욱 빈번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출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모두 18명의 작가가 초청된 ‘하이 로봇’ 전시는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로봇과 대중문화’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30, 40대로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등을 통해 대중문화를 향유하며 자라온 세대다. 여러 영웅 로봇과 함께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성장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예술적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김석은 태권V, 마징가Z, 건담 등 만화영화의 로봇을 나무로 제작했고, 고근호는 철판에 화려한 색깔을 입혀 로봇 형상을 만들었다. 이 로봇들은 과거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대중문화의 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파간다(Propaganda)’ 시리즈로 유명한 이기일은 말보로 담배 포장지로 로봇을 제작했다. 그의 로봇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프로파간다의 강력한 힘과 허구를 동시에 드러낸다.

    김석, 고근호, 낸시 랭 등 18명의 작가 참여

    예술과 로봇의 유쾌한 만남

    낸시 랭 ‘터부 요기니’, 캔버스에 혼합재료(왼),오원영 ‘오리엔탈의 빛’, 티타늄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두 번째 경향은 ‘로봇과 캐릭터’다. 로봇이 주인공이 되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낸시 랭은 소녀 얼굴과 로봇 몸체로 구성된 ‘터부 요기니(Taboo Yogini)’를 내놓았다. 그리스어로 천사 혹은 사탄을 지칭하는 ‘요기니’는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메신저인데, 낸시 랭은 이 단어에 ‘터부’를 붙여 터부 요기니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터부 요기니는 인간의 퇴색한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강국형은 2050년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황폐화됐다는 가정하에 ‘클리어봇(Clearbot)’을 고안해낸다. 클리어봇은 하천, 바다, 갯벌에서 중금속을 중화시키고 산소를 발생시켜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로봇이다.

    세 번째 경향은 ‘로봇과 미래’다. 작가들은 예술가적 감수성과 창의력으로 로봇 형상을 제시해 미래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다. 오원영은 가야시대의 금관 문양과 티타늄 골드를 사용해 로봇 모양을 만들었다. 고대 동양의 유려한 선과 현대의 첨단재료가 만난 그의 로봇은 미래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상준이 만든 ‘가상적인 오브제(arti- ficial object)’는 우리에겐 익숙한 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능성은 없다. 기능이 분화되기 전 사물은 어떤 형태일까? 그의 독특한 형상은 미래에 비로소 기능이 생길 것 같은 로봇처럼 보인다. 전시는 8월12일부터 31일까지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열린다(문의 055-220-6670).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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