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4

2008.07.15

드라마 제작 현장 잡음 흥행 필패로 가는 길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2008-07-07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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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제작 현장 잡음 흥행 필패로 가는 길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촬영 현장. 방송 초기 낮은 시청률에 고전했던 이 드라마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상호 신뢰를 통해 흥행 성공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품이라고 본다면, 그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입’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드라마를 처음 구상한 작가와 연출자부터 제작사, 방송사, 배우들까지 ‘한마디’씩 거들다 보면 드라마는 때로 원치 않은 잡음이나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조기 종영의 설움을 당하기도 하고, 방송 도중 작가가 교체되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방영 도중 작가가 바뀌었다. 처음부터 작품을 기획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짠 이기원 작가가 8회를 끝으로 극본에서 손을 떼고 황주하 최윤정 작가가 투입돼 집필을 맡았다.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위험 부담에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까닭은 바로 드라마를 둘러싸고 구성원 간의 의견 마찰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씩이 발단…배우들 기싸움도 비일비재

    이 작가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대로 사회부 기자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 반면, 연출자인 김도훈 PD는 주인공인 손예진 지진희의 멜로 구도에 주목하길 원했다. 이때부터 서로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고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작가 교체라는 강수를 띄우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렸던 ‘스포트라이트’는 안타깝게도 종영 때까지 기대를 밑도는 시청률과 저평가에 그쳤다. 제작진과 출연 배우 모두 아쉬운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출연 배우들 사이에서 ‘기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올해 초 방송했던 16부작 드라마의 경우 주연 배우 2명이 서로 ‘내가 주인공이다’라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였다. 신경전은 드라마 포스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다 시작됐고, 기싸움은 결국 드라마 촬영 내내 계속돼 제작진을 불편하게 했다. 다행히 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들 배우에 대한 평가는 급랭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현재 방송 중인 한 드라마는 배우와 작가 사이에 한창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작가는 주인공인 배우에게 ‘작품에 필요하다’며 코믹 연기를 요구하지만, 배우는 ‘코미디 연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작가가 요구한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 없는 배우는 최상의 연기를 뽑아내기 어렵다. 이런 대립은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통해 드러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시청률은 물론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 모든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숱한 히트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최진실은 “배우나 PD, 작가가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 결국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고 했다. 1990년대 ‘질투’를 시작으로 ‘별은 내 가슴에’ ‘아스팔트의 사나이’를 거쳐 최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도맡았던 최진실은 “원론적인 말이지만 잘 만든 드라마 탄생에 가장 큰 힘은 제작진 간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최진실 “현장에서 나누는 믿음이 가장 중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 중년 트렌디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최진실은 이번 촬영을 계기로 “현장에서 함께 나누는 믿음이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3월 처음 방송 당시 9%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탓에 “너무 창피해서 촬영장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던 최진실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진실은 “부진한 시청률을 딛고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제작진 사이에 형성된 돈독한 ‘정’이 큰 몫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높은 시청률에 작품성까지 겸비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욕심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양보 없는 주장’만 있는 드라마 현장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고 마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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