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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주인들 지금 디지털 사랑

화상카메라·음성메시지로 애정 표현…개와 인간 진보된 교류 의견 분분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애견 주인들 지금 디지털 사랑

애견 주인들 지금  디지털 사랑

서윤희 이사(맨 왼쪽)는 거실에 설치된 두 대의 화상카메라를 이용해 밖에서도 애견의 상태를 원격 모니터한다.

패션 전문 홍보대행사 데크의 서윤희(42) 이사는 ‘폰 CCTV’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집 밖에서도 일곱 살 동갑내기 코커스패니얼 두 마리의 상태를 확인한다.

서 이사는 개들과 함께 집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카메라를 통해 많이 알게 됐다. 먼저 ‘아들’ 토비가 ‘딸’ 허니를 몹시 귀찮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허니가 토비의 간식까지 빼앗아먹을 정도로 식탐이 강해 다이어트가 시급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폰 CCTV’는 화상카메라와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집 안 상황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서비스업체 측은 가정, 매장, 사무실의 보안 감시는 물론 치매 노인이나 애견의 상황을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3년 전 서 이사가 호주 지사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2년간 한국을 떠나 있을 때 자식처럼 아끼던 애견들을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이 서비스 덕이었다.

“호주 정부가 동물 반입에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데다 현지 집주인도 개들이 함께 사는 것을 꺼려 데려갈 수 없었어요.”



애견호텔에 맡기자니 비싼 비용은 둘째치고 제대로 돌봐줄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서 이사는 ‘도그시터(dog-sitter)’를 고용했다. 저녁 9시에 출근해 개들과 함께 밤을 보낸 뒤 아침 9시에 퇴근하는 조건이었다. 서 이사는 더 나아가 도그시터에게 양해를 구한 뒤 거실에 화상카메라를 설치했다. 주인만 알 수 있는 개들의 미묘한 건강상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며 가족으로 생각

“비디오로 ‘아이들(개들)’을 보면서 보이스 메일 기능이 있는 집 전화기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어요. 개들의 외로움이 덜할 것 같아서요.”

‘베이비시터’를 쓰듯 ‘도그시터’를 고용하고, 직장에서도 화상카메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애견을 동물이 아닌 한 가족으로, 자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32) 씨 역시 두 달 전부터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애견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집 밖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등과 가스를 켜고 끄거나,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로 집 안을 살필 수 있는 서비스다.

“언젠가 퇴근 직전에 홈네트워크에 접속했는데 카메라를 아무리 움직여도 개를 찾을 수 없는 거예요.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부리나케 집에 가보니, 낮에 내린 폭우와 천둥 번개에 놀라 안방에 뛰어 들어갔다가 문이 잠겨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더라고요.”

미국과 영국에서는 ‘도기 카메라(Doggie Camera)’라는 이름의 애견 감시 카메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이도기웹캠’ ‘도그클럽포유’ ‘펫와치’ 등의 이름을 단 이 사이트들은 화상카메라를 각 가정에 설치해주고 실시간 화상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애견 주인들의 아이디어도 진화하고 있다. 야후, 구글 등 포털사이트와 채팅사이트에선 애견가들이 이런 전문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동일한 기능을 누릴 수 있는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어린 자녀들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하는 내니 캠(Nanny cam)을 이용하라’ ‘이왕이면 개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는 제품을 사라’ 같은 실용적인 정보가 많다.

네이버의 애견 동호회 ‘럭셔리 슈나우저 카페’ 운영자 김주연(32) 씨 가족도 미국에 살 때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살피기 위해 화상카메라를 이용했다.

“요즘엔 애견 훈련소, 애견 유치원과 호텔 등에서도 화상 비디오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어요. 애견 주인들이 개들의 적응 상태를 비디오로 확인하고 싶어하거든요.”

만지고 쓰다듬기가 가장 큰 선물

국내에선 엠텍비전이라는 멀티미디어 전문업체가 2004년 한 대형 애견카페와 제휴해 ‘도기 카메라’와 동일한 기능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2006년 서비스를 중단한 엠텍비전은 국내 애견인구 확대로 수요가 확대됐다고 보고, 이르면 올 가을쯤 초기 서비스보다 진보된 형태의 서비스를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애견의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 카메라를 설치하고 음성메시지를 남겨 주인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 개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서울 청담동 파랑새동물병원 이승준 원장은 “아직 학계에서도 애견이 웃음, 울음 등의 감정 표현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애견의 감정 변화 자체를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똑똑한 개들은 주인의 원격 지시사항에 반응할 정도로 예민하므로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주인을 직접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음성 자극을 받을 경우, 처음 한두 차례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 이후에는 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애견 주인들 지금  디지털 사랑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사랑 방식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하루 30분의 산책이 30개 보이스 메일보다 30배쯤은 더 좋다는 것.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통하는 ‘진실’은 자식 같은 애견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통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애견문화는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듯하다. 직원 자녀들을 회사에 초청하는 것처럼 애견들을 직장에 초대하는 행사까지 열릴 정도다. 6월30일 미국 애견단체 ‘펫시터스 인터내셔널’은 미국 전역에서 ‘일터에 애견 데려오는 날(Take Your Dog to Work Day)’ 캠페인을 펼쳤다. 반려견 입양을 독려하고 개와 인간 사이의 ‘긍정적 상호관계’를 체험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주간동아 2008.07.15 644호 (p58~59)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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