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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첩보위성, 일본이 쏘아주나

미쓰비시, 2011년 예정 아리랑 3호 발사 도전 … 우주산업 협력적 라이벌 관계 형성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국 첩보위성, 일본이 쏘아주나

한국 첩보위성, 일본이 쏘아주나

2006년 7월28일 러시아 우주발사체에 실려 지구 궤도에 올라온 아리랑 2호. 2011년 한국은 이 위성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아리랑 3호를 일본의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띄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이 만든 첩보위성 아리랑 3호가 일본이 제작한 우주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일관계를 영원한 앙숙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하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H-ⅡA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일본이 첫 번째 해외 위성발사 사업으로 “한국의 첩보위성을 발사해주겠다”며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영원한 숙적으로 본다면 오월동주(吳越同舟)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연 한국은 첩보위성을 일본 우주발사체에 실어 발사해도 좋은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심도 있는 탐구를 시도해본다. 이를 위해 먼저 아리랑 위성에 대해 살펴보자.

위성 수명 4년 넘긴 아리랑 1호 기능 상실

한국이 제작하는 첩보위성의 공식 명칭은 한국 다목적 실용위성(Korea Multi Pur-pose Satellite)으로, 콤샛(KOMPSAT)이라고도 한다. 아리랑은 애칭이다. 한국 최초의 첩보위성인 아리랑 1호(콤샛 1호)는 1999년 12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오비탈사이언스라는 미국 회사가 제작한 토러스 우주발사체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랑 1호에는 미국 TRW사가 제작한, 흑백으로 6.6m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광학카메라가 실려 있었다. 미군이 운영하는 KH-12 첩보위성의 사진 해상도가 15cm인 점을 고려하면 6.6m 해상도는 형편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여 년 전 미국에서 6.6m 해상도 사진은 대단한 첩보자산이었다.



아리랑 1호 덕에 한국은 북한 군부대와 장비의 이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까막눈’ 신세를 면한 것이다. 위성의 수명은 보통 4년으로 본다. 4년이 지나면 통제불능 상태가 돼 지상기지로 더는 사진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아리랑 1호는 8년5개월 이상 사진을 보내오다 지난 5월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서 우주 미아가 됐다.

아리랑 1호가 기능을 상실하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이스라엘 엘롭(ELOP)사의 기술을 제공받아 흑백 해상도 1m의 광학카메라를 실은 2호 위성 제작에 성공했다. 1m 해상도 사진은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지프까지 구분해낼 수 있다. 1호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 2년2개월 전인 2006년 7월28일, 항우연은 2호를 러시아의 로콧 우주발사체에 실어 플레세츠크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아리랑 1, 2호에 실린 광학카메라의 작동원리는 일반인들이 쓰는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하다. 한밤중에 비행기를 타고 가면,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어둡기 때문에 지상의 모습을 찍지 못한다. 한낮인 경우에도 구름이 끼어 있으면 허연 구름 모습만 찍힐 뿐 역시 지상 모습을 담지 못한다. 이와 똑같이 아리랑 1, 2호에 실린 광학카메라도 밤이나 구름이 낀 날에는 지상 모습을 담지 못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이다. 캄캄한 동굴에서 생활하는 박쥐는 초음파를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동굴의 모양을 인식한다. SAR 위성의 작동원리도 이와 같다. 지상으로 레이더파를 쏜 뒤 돌아온 반사파를 받아 지상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구름 낀 날은 물론 한밤중에도 지상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SAR 위성은 광학카메라를 탑재한 광학위성처럼 정교한 사진은 찍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광학위성과 SAR 위성을 함께 띄워 감시한다. 매일 한 차례 이상 촬영을 원하는 나라를 살펴보려면 적어도 4대의 위성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SAR 위성과 광학위성을 2대씩 구비하는 것을 최소한의 정보자산으로 보고 있다.

애초 한국은 광학카메라를 실은 아리랑 3호를 띄우고 SAR로 제작한 아리랑 5호를 띄울 계획이었다(아리랑 4호는 없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높아지자 전천후로 작동할 수 있는 5호를 먼저 띄우기로 했다. 항우연은 5호를 발사해줄 회사로 러시아의 드네프르사를 선정해 계약했다. 아리랑 5호를 실은 드네프르 발사체는 2010년 발사될 예정이다.

일본 H-ⅡA 우주발사체 개발

SAR로 제작되는 아리랑 5호에 차례를 양보한 아리랑 3호에는 첩보용으로 손색없는 흑백으로 70cm, 컬러로 3m 해상도 사진을 찍는 광학카메라가 탑재된다. 항우연은 이 위성을 5호보다 1년 늦은 2011년쯤 발사해, 그 무렵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는 2호를 대체할 계획이다. 5호와 3호를 발사하면 한국은 광학위성 한 개와 SAR 위성 한 개를 보유한 나라가 된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광학위성 2개와 SAR 위성 2개를 띄워놓고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을 감시한다. 한국은 우주발사체가 없어 외국 업체에 위성발사를 의뢰하지만, 일본은 H-ⅡA라고 하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했기에 위성을 자체 발사했다. 일본의 우주 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고대 전설 중에는 달나라로 날아간 대나무 공주 ‘가구야’ 이야기가 있는데, 일본은 가구야로 이름 붙인 달 탐사선을 제작해 지난해 9월 H-ⅡA 발사체에 실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가구야 위성은 현재 달 궤도를 돌면서 달 표면을 촬영한, 정교한 HDTV 영상을 일본으로 보내주고 있다. 그리고 6월에는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이용해 그들이 제작한 우주연구시설 ‘키보(希望)’를 싣고 가 국제우주정거장에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일본은 해외로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첫 번째 대상으로 한국의 아리랑 3호 발사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리랑 3호 발사 입찰에는 아리랑 5호를 발사하기로 한 러시아의 드네프르사와 H-ⅡA 발사체를 제작하는 미쓰비시사가 참여했는데, 미쓰비시사가 제시한 가격이 파격적으로 낮다고 한다.

항우연은 ‘정치에는 국경이 있지만, 기술과 경제에는 국경이 없다’는 입장이다. 값싸고 성능이 좋으면 정치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리랑 3호 발사체로 일본의 H-ⅡA가 결정되면 한일 간에는 축구에 이어 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적인 라이벌 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해 축구 열풍을 일으켰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협조가 우주산업에서도 형성되길 바란다. 아리랑 3호가 H-ⅡA에 실려 발사됨으로써 한국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 우주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8.07.15 644호 (p18~19)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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