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4

2008.07.15

100원의 행복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7-07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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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터라 요금을 내고 남은 거스름돈 몇백원을 받지 않고 내릴 때가 빈번한 편입니다. 지금 같은 불경기엔 동네 슈퍼마켓에서조차 1000원 한 장으로 살 만한 물건 찾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100원짜리 동전까지 챙길 만큼 각박하게 굴어야 하나 하는 ‘몇백원짜리 호사(?)’ 때문이라고 할까요. 말 그대로 ‘100원어치 행복’ 정도 느낄 수 있는….

    그러나 요즘 언론보도를 접하노라면 그런 소소한 행위마저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밀가루와 유류를 위시한 식품·연료 등 생활필수품 값이 지난 1년 사이 20% 이상 뜀박질한 데 이어, 이에 연동해 서비스 요금과 전기료·교통비 같은 공공요금까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경제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네요.

    이뿐인가요? 같은 제품인데도 우리나라의 경우가 가장 비싸다니 물가 불안에 대한 걱정을 넘어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밀가루, 경유·LPG, 수입차 등의 가격이 G7 국가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종합비타민제 값이 우리나라보다 싼 건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가격차가 무려 5배에 이른다니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을 누구인들 갖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그 주된 원인이 과도한 유통마진과 공급업체들의 독과점에 있다니,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며 등골 빠지게 살아가는 서민들로선 혈압이 오를 일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5%가 올라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올 상반기 무역수지, 폭력과 강경 진압으로 얼룩져 1987년 6월을 떠올리게 하는 촛불시위와 경찰의 맞대응….



    100원의 행복
    날아드는 소식들이란 게 한결같이 10년, 20년 전 과거로의 회귀입니다. 뒷걸음치는 대한민국의 끝은 그 어디쯤일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란 옛 경구를 굳이 반추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젠 티끌을 아무리 모아봐야 태산이 될 리 만무한 세상이기에. 작금의 경제위기에도 한 치 흔들림 없는 ‘가진 자’들에겐 ‘서 푼짜리’ 정도로 비쳐질지 모를 ‘100원의 행복’을 더더욱 놓치기 싫은 까닭도 이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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