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푸른 도나우강 언덕서 재배 깔끔 담백한 요리에 딱!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

    입력2008-06-23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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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도나우강 언덕서 재배 깔끔 담백한 요리에 딱!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그뤼너 벨트리너. 고추 맛이 연상되는 풍부한 질감을 지녔다.

    한때 거대 제국으로 유럽을 호령했던 오스트리아는 지난 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침체일로에 놓여 귀중한 것을 차례로 잃고 말았다. 땅을 잃으니 포도밭도 덩달아 사라져버렸다.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와인을 만든다. 유럽의 한복판 오스트리아에서도 역시 와인이 생산되며, 품질 좋은 와인이 많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턱없이 작은 규모지만.

    와인이라면 프랑스산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우리는 요사이 칠레와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을 느끼며 깊은 탐미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기실 우리 식단의 구성, 즉 나물반찬이 많고 채소 위주인 식단을 고려한다면, 또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애호한다면 오스트리아의 와인이 안성맞춤이다. 이 나라의 화이트 와인에 독특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와인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오스트리아는 ‘와인의 구세계’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불과해 ‘새로운 구세계’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무명 국가다. 특히 1985년 부동액 스캔들은 이런 무명성을 악명성으로 변모시켰다. 일부 생산자들이 값나가는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인에 부동액을 혼합했는데, 이 사실이 탄로나 오스트리아 와인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양조장들은 토속 청포도 그뤼너 벨트리너를 통해 국제무대에 재등장했다.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오스트리아 와인 마케팅 보드(AWMB)의 역할이 한몫했다. 와인 전담기구인 AWMB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자국 와인의 우수성을 전하고 있다.

    채소에 가까운 성질 … 음식 맛 돋우는 조연 구실에 능숙



    오스트리아 와인의 개성은 먼저 수도 빈에서 출발한다. 프랑스가 와인으로 유명해도 수도 파리에는 포도밭이 없고, 이는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빈에는 포도밭이 있다. 약 700ha의 면적에서 여러 와인이 양조된다. 빈바인(WienWein), 즉 ‘빈 와인’이라는 로고로 팔려나간다.

    빈 와인 행사는 궁전에서 치러진다. 경복궁에서 김치 세미나를 여는 식이다. 세계에서 찾아오는 와인전문가, 바이어, 수입상들은 기품 넘치는 유서 깊은 궁전으로 초대된다. 클림트와 실레의 그림이 소장된 벨베데레 궁전에서의 만찬은 행사 참가자들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오스트리아의 와인 명산지는 바하우다. 고품질 화이트 산지인 이 지역은 그뤼너 벨트리너와 리슬링을 주로 재배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동남향 언덕에 조성된 바하우에서 최고급 와인이 나온다. 바하우의 중심 마을 뒤른슈타인에는 한때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가 감금된 성이 있어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우선 푸른 고추 맛이 연상되는 매운 느낌을 준다. 과일보다는 채소에 가까운 성질은 이 품종의 음식친향적 특성이다. 단단한 구조 위에 풍부한 질감이 형성돼 있다. 지속되는 피니시가 있으며, 요리의 맛을 고조시키는 빛나는 조연 구실에 능숙하다. 스스로 소리치지 않고 은근히 요리를 받쳐주는 중성적인 뉘앙스를 지녀 자연스런 맛을 준다.

    바하우 옆마을 캄프탈의 생산자 브륀들마이어(Bru··ndlmayer)의 그뤼너 벨트리너는 풍부한 질감과 단단한 구조 위에 깔끔하고 섬세한 아몬드 아로마의 풋내가 신선하다. 특히 포도밭 람(Lamm)의 그뤼너 벨트리너는 지역을 대표하는 개성 있는 테루아(Terroir·포도밭의 재배환경)로 알려져 있으며 시음대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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