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담배 한 갑 1만원 시대

  • 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입력2008-06-23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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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은 물가가 미국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특히 비싼 품목이 담배다. 담배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애연가 중에는 뉴욕 바깥에 볼일이 있다가 돌아갈 때 꼭 담배를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담배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뉴욕의 애연가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담배가격이 또 오른다는 것이다. 뉴욕주가 담뱃세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뉴욕주는 6월2일부터 담배 한 갑당 세금을 1.25달러(약 1300원)에서 2.75달러(약 2800원)로 인상했다. 미국 최고 수준의 세금이다. 담뱃세가 싼 버지니아와 켄터키주는 한 갑당 세금이 30센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뉴욕주에선 담배 한 갑의 가격이 6~8달러(약 6200~8300원)에 이른다. 뉴욕주에서도 뉴욕시는 이보다 더 비싸다. 주 차원과는 별도로 뉴욕시가 걷는 추가 담뱃세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뉴욕시의 담배 한 갑 가격은 10달러까지 한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담배 한 갑에 1만원인 것이다.

    담배가격이 상승하자 금연상담 전화에는 6월 첫 주에만 1만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뉴욕주는 이번 조치로 14만명의 흡연자가 담배를 끊을 것으로 추정한다.

    뉴욕주 담뱃세 또 올려 … 흡연 장소도 계속 축소 금연자 속출



    뉴욕 애연가들이 또 괴로운 이유는 뉴욕에서 담배 피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실내 금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식당에서조차 금연원칙을 적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현재 뉴욕의 모든 식당은 금연이다. 손님이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업주가 수백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단골손님이 애원해도 뉴욕 식당에선 금연원칙이 강도 높게 적용되고 있다.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인식당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뉴욕에선 레스토랑 입구에서 서성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얼른 한 대 피우고 다시 들어가는 ‘보기에도 불쌍한 애연가’들의 모습이다. 모든 식당 내 금연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이다. 이러다 보니 뉴욕 애연가들은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담배의 해악에 대한 공감대가 워낙 폭넓게 자리잡고 있어 이 같은 불만은 묻히기 일쑤다.

    이처럼 뉴욕에서 담배 피우기가 힘들다 보니 흡연자가 줄어들고 있다. 뉴욕시에 따르면 2006년 통계로 흡연율은 17.4%로 사상 최저치다. 2002년 이후 4년 동안 20%의 흡연자가 담배를 끊은 것이다. 맨해튼에서 여성 흡연자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담배를 피우는 뉴요커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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