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첨단 커닝도구 활용 실종 아동 찾기 가슴 ‘짠’

휴대전화로 본 한국의 사건사고 … 과다한 요금 청구 ‘ 몰카’ 등 잡음도 여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6-23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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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커닝도구 활용 실종 아동 찾기 가슴 ‘짠’

    2004년 5월부터 현재까지 휴대전화가 찾아낸 실종 아동 등은 17명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이용 커닝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규모의 조직적 부정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동아일보, 2004년 11월20일

    휴대전화 키즈(kids)의 조직적 발칙함이 전국의 어른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 벌어진 지 4년 가까이 흘렀다. 과목별 성적 우수생으로 이뤄진 ‘송신조’, 송신조의 답안을 받아 수십명의 고3 선배에게 전송하는 후배들로 구성된 ‘중계조’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2004년 광주 휴대전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커닝사건은 374명 입건, 312명 성적 무효처리라는 씁쓸한 결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06학년도 수능부터 시험장에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한 수능 시간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을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해 성적을 무효처리하기로 했다. 고등교육법 훈령에 휴대전화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등 반입금지 품목을 명확히 밝혀놓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는 요즘에도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 사건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혹은 토익 응시생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커닝을 시도하다 적발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는 것. 덕성여대 오영희 교수(심리학)가 지난해 5~6월 고등학생 4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시험 볼 때 휴대전화로 답을 교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였다(‘학업부정행위에 대한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인식조사’, 한국청소년연구 제19권 제1호).



    2004년 겨울의 한바탕 홍역으로 시험장에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면 성적이 무효처리된다는 건 이제 상식 중 상식. 그러나 이후 수능 시간에 휴대전화를 소지했다가 적발된 수험생은 97명이나 된다(2006~2008학년도). 이들 모두 휴대전화 커닝을 시도했던 걸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금필 부장(수능운영부)은 청소년의 휴대전화 중독 문제를 거론한다. 그는 “커닝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서 몰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만큼 학생들의 휴대전화 중독이 심각한 듯하다”고 우려했다.

    중학생 자살 부른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

    400만원에 가까운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고민해온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오전 8시께 전북 익산시 황등면 강모(46) 씨 집에서 강씨의 아들(17·중3)이 숨져 있는 것을…. - 한국일보, 2006년 2월16일

    370여 만원의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남자 중학생이 자살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무선인터넷 요금이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로 나뉘어 청구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요금을 청구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무선인터넷 과다 요금은 특히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체계는 물론, 이를 고객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은 이동통신사 측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SK텔레콤과 KTF는 2006년 4월 데이터통화료를 20만원 이상은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그 상한액을 15만원으로 낮췄다. LG텔레콤은 4월부터 데이터통화료를 최대 15만원까지만 받고 있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통화료 정액제 상품을 좀더 적극적으로 출시, 홍보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LG텔레콤은 월 6000원에 무선인터넷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오즈무한자유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과다하게 무선인터넷 요금을 받아온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소비자의 집단소송도 진행 중이다. 녹색소비자연대(상임대표 이덕승)는 강군의 자살 직후 청소년 무선인터넷 과다요금 피해 부모 41명과 함께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첫 판결이 나왔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K텔레콤에 소비자에게 요금체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미성년자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인 경우 청구된 무선인터넷 요금의 100%를,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를 자녀가 사용한 경우 50%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KTF와 LG텔레콤에 대한 집단소송 1심 판결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끊이지 않는 ‘몰카’와의 전쟁

    전남의 40대 현직 경찰관이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경위는 지난달 13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의 한 서점에서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여성 A씨를 몰래 따라 들어가 화장실 옆칸에서 A씨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 동아일보, 2007년 10월5일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이용한 ‘몰래 촬영’ 사건은 아무리 ‘검거, 처벌’ 소식이 전해져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휴대전화 사회문제’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의 허벅지를 몰래 찍다 적발된 초등학교 교장,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짧은 치마를 들어올리고 촬영하려다 들킨 30대 남성 등 ‘몰카 범죄’는 신문 사회면의 단골손님이다.

    공공장소에서 몰래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건에 대해 법원은 성폭력법 14조 2항을 적용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로 중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찍힌 부위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에 국한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몰래 촬영’으로 초상권이 침해돼도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종 아동 찾아주는 ‘착한’ 휴대전화

    경찰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미아찾기를 실시한 지 100여 일 만에 첫 성과를 거뒀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수신된 미아의 인상착의가 병원에서 보호 중인 무연고 아동과 비슷하다’는 전북 김제군 A병원 사회복지사 박모 씨의 제보를 받고…. - 국민일보, 2004년 8월29일

    휴대전화가 ‘나쁜’ 사건만 낳은 것은 아니다. 2004년 여름 자폐아 박모(당시 14세) 양을 실종 4개월 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등 가슴 훈훈한 일도 휴대전화가 해냈다.

    경찰청이 휴대전화의 무선인터넷망을 활용해 실종 아동, 정신지체장애인, 치매노인 등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4년 5월4일. SK텔레콤이 먼저 경찰청에 제안하고 수반 비용을 부담하면서 시작됐다. 미아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을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보내 발견 제보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7년 3월까지 34개월간 14명의 실종 아동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경찰청은 지난해 4월 휴대전화 미아찾기를 ‘실종유괴아동 앰버경보시스템’의 매체에 포함시켰다. 이후 5월 현재까지 165건의 실종 아동 정보가 발송돼 121명을 찾았으며, 그중 3건이 휴대전화를 통해서였다. 지난해 8월에는 인천의 한 사회복지사가 실종된 정신지체장애인 이모(36·여) 씨의 정보를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에서 보고 당시 보호시설에 있던 이씨를 경찰청에 알려 실종 5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희소식도 있었다. 휴대전화로 실종 아동 앰버경고를 확인하려면 무선인터넷의 공익채널에 접속하면 된다. 데이터통화료는 무료다.

    매년 1000만대 이상 발생 ‘장롱폰’ 어찌할꼬

    우리나라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평균 1년6개월마다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꾼다. 이 주기는 갈수록 짧아져 최근엔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 4000만명 중 1200만~1300만명이 매년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고 있다. - 조선일보, 2008년 5월20일

    2000년을 전후해 기존 플립형 단말기를 대체하는 폴더형 단말기가 출시되고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폐휴대전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폐휴대전화 규모는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다. 다만 환경부는 이동통신 가입자 추이와 단말기 판매대수 등을 종합해 한 해 발생하는 폐휴대전화가 1200만~1300만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600만대가 회수돼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각 가정에 잠들어 있다고 어림잡는다. 최근 영상통화가 가능한 단말기와 휴대용 컴퓨터 개념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폐휴대전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휴대전화 안에는 금, 은 같은 유가금속과 납, 수은 같은 유해물질이 함께 들어 있다. 즉 집 안에 놔두면 아까운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고, 밖에서 버려지면 소각되거나 매립될 때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폐휴대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2005년 휴대전화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으며, 올해부터는 사전관리제도인 ‘환경성보장제도’를 실시한다. 환경성보장제도란 제품을 만들 때 유해물질을 일정 함량 이하로 포함하도록 한 제도다.

    민간 차원의 폐휴대전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폐휴대전화 재활용 관련 법안 마련 운동을 주도한 한국중고휴대폰재활용협회 송영준 회장은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의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회가 추진하는 법안은 기기를 변경할 때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 반납을 의무화하고, 이렇게 수거된 중고 휴대전화를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회장은 “현재 휴대전화 한 대를 수거하는 데 4000~5000원이 드는 반면, 휴대전화에 든 유가금속의 가치는 400~500원에 불과하다”면서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등 이동통신 소외계층에게 중고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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