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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與圈·의협 밀월 소(牛)가 끝냈다?

의협, 광우병 위험 부각하며 정부 SOS 외면 소신 발언한 연구원 해고하기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與圈·의협 밀월 소(牛)가 끝냈다?

與圈·의협 밀월 소(牛)가 끝냈다?

6월8일 의사를 비롯한 100여 명이 의료 가운을 입은 채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에서 쇠고기 협상 무효와 의료민영화 반대, 민주쟁취 시국선언을 외치는 가운데 한 의사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압력단체(pressure group)는 어떤 집단을 가리키는 말일까? 정치학에선 압력단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고자 조직된 이익집단이다. 압력단체는 특수이익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끔 의회나 정부, 정당에 압력을 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교과서 설명에 꼭 들어맞는 한국의 압력단체로는 어떤 게 있을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단체의 정치적 지향은 달랐다. 지난 17대 국회 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벌어진 일화 한 토막.

2004년 7월 국회에서 ‘약대 6년제안’이 논의될 때의 일이다. 약대의 학제를 6년으로 바꾸는 방안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공약이자, 약사회가 의욕적으로 밀어온 정책. 한나라당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의협 편을 들며 ‘딴죽’을 걸었다.



의협 홈피에 ‘유해 쇠고기 수입 차단’ 글 올린 게 발단

“‘가장 중요한 단체’인 의협이 ‘약대 6년제’ 합의 과정에서 빠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설명하라.”(A의원)

“복지부와 약사회장, 한의사협회장 3자가 밀실에서 만들어낸 약대 6년제 합의안이 보건의료계에 혼란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B의원)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은 의사 편에 선 적이 많았고,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약사 쪽에 친근했다. 당시 의협 간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로 의사를 뽑았는데, 열린우리당은 약사를 넣었으니 의사보다 약사가 더 좋다는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은 대표 면담 한번 하자고 해도 만나주지 않는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엔 약사 출신 의원이 2명, 한나라당엔 의사 출신 의원이 3명 포진했는데, 정치권 로비가 중요한 압력단체에서 ‘의원 만들기’는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18대 국회도 17대 국회와 상황은 엇비슷하다. 의사 출신 의원 4명(신상진 안홍준 정의화 조문환 의원)의 당적은 모두 한나라당. 약사 출신으로는 통합민주당 2명(전혜숙 김상희 의원), 한나라당 1명(원희목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그런데 ‘둘도 없이 친한 사이’로 여겨지던 한나라당과 의협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를 향한 의협의 눈초리뿐 아니라 의협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선 “의협이 이명박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다” “힘 세기로 소문난 압력단체와 정권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광우병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의협이 왜 정부를 공격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와 의협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렇듯 서로를 까칠하게 바라보게 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과 관련해 의협이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쇠고기 수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면서다. 의협은 이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은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한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광우병 공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파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민 건강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라면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유해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권 처지에선 우군이라고 여겼던 의협마저도 정부를 꼬집은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차례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질병관리본부 등이 토론회에 참석할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의협은 추천을 망설였다고 한다. 의협은 결국 참석을 원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부나 언론이 전문가 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최근 의협은 Y연구위원(의학박사)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공교롭게도 Y연구위원은 광우병 논란이 한창일 때 각종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중에 떠도는 인간광우병 위험은 과장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의협 주변에선 그가 사실상의 ‘해고’를 통보받은 이유로 “광우병 파동 때 의협의 동의 없이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정부의 협상 실패와는 무관하게 광우병 위험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는 게 Y연구위원의 소신이라고 한다. 그는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Y연구위원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토론회 참석할 전문가 추천 요청 끝내 거부

일부 의협 회원들은 Y연구위원의 해고와 관련해 주수호 의협 회장을 비판한다. “유능한 인재가 소신을 피력하다 정치적으로 희생됐다” “Y박사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Y연구위원은 의료계에서 손꼽히는 의약품 분야 전문가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과학자로서의 소신을 밝혔을 뿐인데…. 언론과는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 쪽 전문가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광우병 괴담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의협 회장선거가 의협의 스탠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각을 세운 이유는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 바른 소리를 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한나라당과 가까웠던 것은 사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섭섭한 일도 적지 않았으나 의협의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가미된 것은 아니다. Y연구위원을 재계약하지 않은 것도 연구실적 등 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7.01 642호 (p20~2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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