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8

2008.01.08

따뜻한 체온으로 세상 바라보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8-01-07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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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체온으로 세상 바라보기

    ‘굿 럭’

    잡지 ‘앙앙’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에 14년간 1위로 뽑힌 남자,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큰 인기를 기록해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 그리하여 일본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연예인으로 불리는 남자, 바로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또 다른 드라마가 전파를 탄다.

    평균 30%로 일본 역대 드라마 시청률 4위에 오른 ‘굿 럭(Good Luck)’은 기무라 다쿠야 외에 영화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다’ ‘메종 드 히미코’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시바사키 고우, ‘런치의 여왕’의 츠츠미 신이치 등이 출연한다. 국내 배우로는 윤손하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굿 럭’은 2003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10부작 미니시리즈로, 신참 조종사 신카이 하지메(기무라 다쿠야 분)가 진정한 하늘의 사나이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행기가 좋아서 파일럿이 된 신카이는 입사 초기부터 감사실 감사관이자 선배 기장인 고우다(츠츠미 신이치 분)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호놀룰루에서 일본 나리타로 돌아오는 길, 기장 마즈시마의 몸에 이상이 생겨 그가 대신 비행기를 착륙시킨 것이 발단이었다. 마즈시마의 마지막 비행 날, 신카이는 소란을 피우는 승객을 달래기 위해 조종석을 잠시 비운 것이 문제가 돼 원칙주의자 고우다에게 불려간다. 신카이는 매사에 규칙만 내세우는 고우다가 못마땅하고, 고우다는 실력보다 열정이 넘쳐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신카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이야기는 다소 뻔한 순서로 진행된다. 고우다의 냉정함은 12년 전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고, 신카이와 러브 라인을 형성할 까칠한 정비사 오가와 아유미(시바사키 고우 분)의 비행기 공포증도 12년 전 부모를 잃은 사고에서 비롯됐다. 그리하여 신카이의 정의롭고 따사로운 마음이 냉정함 또는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게 된다. 이처럼 ‘굿 럭’은 ‘성장 드라마’의 정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굿 럭’은 매우 감동적인데, 이는 이 드라마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 때문일 것이다. ‘굿 럭’은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지, 하늘을 나는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은 혼자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통받고 있는 동료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것, 제멋대로인 정치가이든 가난한 할머니든 사람은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러므로 세상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돕고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굿 럭’은 세상은 36.5℃의 체온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기에 아직 36.5℃만큼은 따뜻한 곳이라고, 그러니 당신도 좌절할 때가 아니라고 다독여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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