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2007.12.04

비언어 비디오 아트 소설로 변신해 소통

  •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입력2007-11-28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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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언어 비디오 아트 소설로 변신해 소통
    대중영화, 예술영화, 비디오 아트의 경계는 어디일까? 왠지 진지하고 어렵고 실험적이면 예술영화? 그리고 더 난해하고 지루하면 비디오 아트?

    사실 구분이 모호하다. 종종 단편영화제에 비디오 아티스트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 사이에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특히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다르다. 일반 영화에서는 시간적 선후관계나 논리적 인과관계에 의해 사건들이 이어진다. 물론 뒤섞일 때도 있지만. 그러나 비디오 아트에서 내러티브는 좀더 파격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가진다. 이야기가 선형적(linear)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복수의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진행되거나 이야기들이 각기 분절돼 파편화되기도 한다.

    11월17일부터 비디오 아트의 특성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신당동 ‘몽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지난 10년간 비디오 아트 분야에 늘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던 박화영 씨다. 전시명은 ‘치자와 단도’. 작가 자신이 직접 쓰고 출간한 책의 이름과 같다.

    박씨는 한 사업가의 주택을 개조해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몽인아트스페이스’와 그 인접 지역을 배경으로 가상의 허구적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그는 또 이 장소를 전시공간으로 이용해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가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구체적 사이트(site-specific)’ 프로젝트를 구현했다.

    따라서 이야기에 나오는 물건들이 실제 이 집에 존재하며, 그러한 물건들을 찍은 비디오, 사진, 회화, 설치 등이 전시장에 다시 나타난다. 즉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것이다.



    박씨의 소설에는 인물 2명과 강아지 1마리가 등장한다. 한 명은 소설에서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나’다.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추정된다. 다른 한 명은 ‘나’의 집으로 들어온 여자다. 여자는 벙어리이며, 새하얀 치자꽃이 핀 화분을 들고 왔기에 ‘치자’라고 명명된다. 마지막으로 강아지의 이름은 ‘단도’이며 ‘나’가 키우는 애완동물이다. 불현듯 동거하게 된 ‘나’ ‘치자’ ‘단도’는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서로 통한다.

    박씨는 전시장 1층에 ‘나’의 시점에서 바라본 여러 사실을 비디오와 사진에 담아 설치했고, 2층에는 일정기간 머물다 떠나버린 ‘치자’의 회화와 드로잉을 펼쳐놓았다. 3층에는 진돗개 ‘단도’와 관련된 몽환적 영상물을 설치했다. 그 속에서 한 편의 소설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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