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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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퇴직연금 잡기 기선 제압

교보생명, 싱가포르서 프레젠테이션 … 전문 역량·재무건전성 바탕, 공격 마케팅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11-28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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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기업 퇴직연금 잡기 기선 제압

    11월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교보생명 박진호 상무가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1월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회의장.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Oracle), 바클레이즈(Barclays) 등 전 세계 70여 개 다국적기업의 아태지역 인사총괄 담당자 120여 명이 모여들었다. 머서(Mercer), 왓슨 와이어트(Watson Wyatt) 등 세계적 컨설팅사 임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교보생명이 주최하는 퇴직연금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것.

    싱가포르는 다국적기업들의 아태지역 본부가 밀집해 있어 현지 법인 및 지사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아태지역 담당자들 “궁금증 해소 기회”

    지금까지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서 퇴직연금 설명회를 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날 교보생명의 설명회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교보생명은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처럼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아태지역 담당자들은 한국 퇴직연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태지역 담당자 제프 존스(Jeff Jones)는 “아시아 각국마다 독특한 기업문화가 존재한다. 대부분 글로벌기업 인사담당자는 서구식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데 각 나라의 독특한 상황, 문화, 제도를 잘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번 설명회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들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를 주도한 사람은 교보생명 법인사업본부장 박진호 상무. 컨설팅사에서 17년간 퇴직연금 컨설팅 전문가로 근무한 그는 “다국적기업 담당자들이 한국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퇴직연금을 언제 도입하는 게 좋은지, 외국과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면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외국계 기업의 컨설팅 의뢰를 받고 계약을 맺게 된 점이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교보는 이 행사를 위해 2월부터 접촉 대상자를 선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9개월 만에 행사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이 이처럼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그들의 선택이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방향타이기 때문. 현재 국내에는 2200여 개의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의 임직원은 12만명 정도이고,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외국계 기업은 현행 퇴직보험 제도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퇴직연금을 더 선호해, 이를 국내 대기업보다 앞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다국적기업을 두고 삼성생명 등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상무는 “객관적 기준을 중시하는 외국계 기업의 특성으로 볼 때 장기적 자산운용 능력, 서비스의 질, 재무구조의 안정성, 컨설팅 역량 등을 갖춘 교보생명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외국계 기업 퇴직연금 잡기 기선 제압

    11월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퇴직연금 설명회에서 교보생명 신용길 부사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마이크로소프트 매니저인 제프 존스 씨 등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영 효율 향상·자본 확충 투자자들 관심

    최근 교보생명은 금융감독원에 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이후 실사가 이뤄지면 기존 은행, 증권사의 상품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 퇴직연금사업부 박회림 부장은 “신탁업 진출로 더 다양한 상품 제공과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해지는 만큼, 퇴직연금 사업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퇴직연금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또 하나의 배경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재무건전성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급여력비율. 이는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9월 현재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7.3%로 글로벌 기업 수준인 200%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매년 3000억~4000억원대의 배당전 이익을 실현해 이처럼 안정적이고 우수한 이익기반을 구축했다. 2007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2.1% 신장한 24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5%로 국내 12월 결산 상장사의 평균 ROE(10.8%)보다 2배가량 높았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사의 수익성과 맞먹는 수준이다(세계 5대 투자은행 평균 ROE 24%).

    특히 자산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 면에서 교보생명의 실적이 돋보인다. 퇴직연금의 경우 장기간 연금자산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대형 3사 가운데 4년 연속 1위이고, 매년 업계 평균보다 0.5~1%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총자산도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 2007년 9월 현재 44조8598억원으로, 45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영효율이 향상되고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 투자전문 금융회사인 UBS는 7월 ‘한국 생명보험’ 리포트를 통해 “그동안 교보생명의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해왔고 보장성 상품의 판매 증가, 높은 투자이익률 등으로 향후 수익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분석했다. 3월 도이치방크도 ‘한국 생명보험산업’이라는 리포트에서 교보생명을 2000년부터 우수한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해온 “주목되는 변화혁신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대기업들이 도입을 관망하고 있어 시장이 그리 크지 않지만, 2010년부터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기업이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시장 규모는 해마다 급속히 커질 것이다. 그래서 퇴직연금을 금융업계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2010년 40조원, 2015년 150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치열해지는 퇴직연금 유치 경쟁에서 전문 역량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보생명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 퇴직연금 현황(2007년 10월 현재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구분 전 금융권 교보생명 비고
    가입 단체 수 2만5885개 250개  
    가입자 수 39만5506명 1만821명  
    적립금 1조7817억 1364억  
    금융권별 시장점유율(적립금 기준) : 생보사 47.9%, 은행 33.9%, 손보사 9.4%, 증권사 9.1%


    퇴직연금제 도입 2년

    40만명 가입 … 확정급여형 등 3가지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23개월 만에 가입자 규모가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21일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5명 이상 사업장의 5.1%인 2만5885개 사업장, 39만5506명이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적립금 규모도 전달보다 7.8% 증가한 1조781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공기관은 전체 451개소의 7.5%인 34개소, 또 500명 이상 사업장 888개소 가운데 11.9%인 106개소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 및 500명 이상 사업장이 제도 확산에 선도적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부 장의성 근로기준국장은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노사의 인식이 높아져 도입 2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말에는 더 많은 사업장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 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 기간 중 퇴직금 지급재원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사용자(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한 뒤 근로자 퇴직 시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기업복지제도다. 이를 도입하면 기업이 도산해도 근로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운용 방법과 수령 방법에 따라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개인퇴직계좌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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