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2007.12.04

다시 ‘불쌍한 납세자’ 신세 안 되려면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11-26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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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만한 예산집행 등 지난 5년간의 국정(國政) 난맥상에 대해선 그동안 언론에 하도 자주 나와 지겨울 정도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국무회의가 20개 부처 공무원 582명을 증원한 것이 도마에 올랐지요. 한 언론의 계산에 따르면, 5년 임기 동안 하루 평균 56명씩 공무원 수를 늘린 셈이라고 하네요. 참, 대단한 참여정부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또한 이 정부의 기막힌 혈세(血稅) 낭비 사례입니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독자들께서 조금 어렵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타당성조차 불투명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데 공직자 다수가 연루된 혐의가 곳곳에 드러난다는 것, 부정 특혜의 악취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는 것, 결과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정부기관마다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것….

    답답한 마음에 지난해 제가 낸 세금이 얼마였는지 찾아봤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더군요. 제 세금이 이런 엉터리 같은 일에 일부나마 쓰였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집니다. 눈 크게 뜨고 찾아보면 이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졌지만 이 정부는 출범 초기에 ‘시스템’을 표방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일사불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부, 참으로 그럴듯한 구호였습니다. 하지만 임기 말에 이른 지금 ‘시스템’은 고장난 지 오래고, 사방에 구린 냄새가 진동합니다.

    물론 정부도 잘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수 있는 법이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컴퓨터도 오작동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기계는 오작동을 통해 더 성능 좋은 기종으로 진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가 국민에게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실수를 바로잡는 교정능력이 결여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불쌍한 납세자’ 신세 안 되려면
    대선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불쌍한 납세자는 이제부터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되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 후 다시 불쌍한 납세자 신세로 굴러떨어지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저 또한 이전투구(泥田鬪狗) 대선판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가 누구인지 오감(五感)을 활짝 열고 찾아보렵니다.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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