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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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려면 땀 흘려 놀고 상상하라!

남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생각이 곧 경쟁력 … 여가시대 이야기산업 세계경제 핵심으로

  •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입력2007-10-29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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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되려면 땀 흘려 놀고 상상하라!
    내가 ‘요즘처럼 창조적 상상력이 소중해진 시대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사람들이 반문한다. “인류 역사에서 상상력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물론 인류 문명도 상상력의 산물이다. 옛날에도 상상력은 중요했다. 상상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이뤄낼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문명의 추진동력인 상상력이 두 가지 관점에서 더욱 중요해진 시대를 우리는 지금 만나고 있다.

    첫째, 기술의 진보 속도와 결합해 ‘빠른 창조적 상상력’이 미래경쟁력으로 대두됐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스케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22년 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것은 그로부터 418년 뒤인 1903년이었다.

    제조업에서 이야기산업으로 패러다임 변화

    그러나 오늘날 한 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이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현실에서 구현되는 데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예로 정체된 귀향길 고속도로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꿈꿔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 우주항공연구소(NLR)는 이미 이 만화 같은 상상을 ‘스카이 자동차’로 실현해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유기적 시스템은 어떠한 상상이라도 당대에 구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남보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상상해서 결실을 만드느냐’다. 그것이 곧 경쟁력이다.



    둘째,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상상력의 파워다. 지금 우리는 상상력의 산물인 ‘이야기’가 생산의 핵심동력인 사회에 살고 있다. 정보나 첨단 정보기술(IT)을 팔아 얻는 부가가치보다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게임 등 이른바 상상력 없이는 끌고 갈 수 없는 이야기산업의 부가가치 총량이 커진 사회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일만큼이나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출현이 이야기혁명 시대의 도래를 촉발했다고 본다. 21세기 들어와 이야기산업은 세계경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2003~2005년 3년간 이야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0.5%로, 이는 2005년 한국 경제성장률 4.2%의 배가 넘는다. 가히 상상력에 기초한 산업의 폭발적 성장세를 말해준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이 2~3%대에 그치고 있는데도 2001~2005년 세계의 이야기산업 시장은 연평균 5.5%의 고성장을 기록했다는 자료도 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파워 집단인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산업 규모는 386억 달러로 한국 영화산업 규모의 23배에 이른다. 소설, 뮤지컬, 음악 등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상상력 콘텐츠를 보유한 영국도 1992년 이후 10년간 문화산업의 영국식 표현인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에서 무려 93%나 성장하며 2002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20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한 여성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인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1997~2006년까지 올린 총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8조원(소설, 영화, 관련 캐릭터 판매액 포함)인 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총액은 231조원이었다. ‘이야기 부자’ 조앤 롤링이 2003년 벌어들인 수입은 ‘정보 부자’ 빌 게이츠의 수입(보유 주식의 연간 배당금 기준)보다 2.2배나 많았다.

    부자 되려면 땀 흘려 놀고 상상하라!

    도로가 막히면 수직 이륙해서 날아갈 수 있는 ‘스카이 자동차’도 상상력이 뛰어난 과학자들에 의해 실제 개발됐다. 사진은 영화 ‘제5원소’에 나오는 이동 수단.

    지금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은 선진국들은 산업구조의 핵심을 고부가가치의 이야기산업 분야로 돌리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잘 만든 이야기가 돈이 되고, 국가의 신(新)산업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상상력 파워 시대에 특기할 것은 상상력의 생산성이 기존 경제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이 부자 되는 사회’가 아니라 ‘땀 흘려 놀며 상상한 사람이 부자 되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게임에 빠져 일 안 하고 공부도 안 하던 젊은이가 놀면서 만든 신종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쳐서 수출 효자산업이 되고 개인의 부를 만들어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싫증을 빨리 느끼고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제품의 소비주기는 한층 빨라졌다. 우리가 좀더 오랫동안 우려먹고 싶어하는 지식은 배운 즉시 옛것이 돼버린다.

    여가의 증대는 또 사람들을 끊임없이 뭔가 자극적인 상상력의 도전 속으로 몰아넣는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과 상상도 하지 못할 서비스를 꿈꾼다.

    세계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이야기에 목말라한다. 상상력이 곧 경쟁력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돈이고 권력이다. 기업과 이야기산업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치를 비롯한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제언

    선진국 가는 길은 창의적 인재 육성뿐


    지금 대학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주말에 시골 고향집에 자주 가곤 했는데, 아들이 동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빠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일만 한다는 것. 그래서 같이 놀거리를 만들어보자고 하자 아들은 뒷산 나무 위에 ‘방어기지’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순간 아들이 즐기는 전쟁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시저2’ ‘시저3’가 생각났다. 전쟁을 시작하면 늘 방어기지부터 쌓는 게임이다.

    그래서 나는 “공격기지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녀석은 내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힘을 합해 ‘공격기지’를 완성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은 ‘공격기지’에서 공격을 준비하거나 능선을 따라 공격하면, 그 모습이 노출돼 고지 위 적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아들은 고민 끝에 적의 기지로 통하는 땅굴을 파자고 제안했다. 결국 우리 부자는 그해 겨울이 올 때까지 땅굴을 파며 보냈다.

    영국 BBC는 몇 해 전부터 교육개혁에 관한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조앤 롤링의 경우처럼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인재 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살길도 상상력 자원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가 바로 창의적 인재의 육성 여부에 달렸다.

    이 과정의 걸림돌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3%다. 일본 45%의 2배에 가깝다. 진학률만 놓고 보면 지식강국의 유리한 대열에 섰지만,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도토리 키재기식 평준화 교육도 문제지만, 학교에서는 늘 5개 중 하나만 골라내는 시험을 치른다.

    변화무쌍한 세상, 수도 없이 정답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는 외면받기 일쑤고 오직 하나의 정답만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

    주입식 교육도 문제다. 창의적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이종(異種)결합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교육 시스템은 인문 경영 공학 등 융합을 외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城)쌓기식 교육에 열중한다. 만화책처럼 아이들에게 재미도 주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재도 외면한다.

    쉽고 재미있는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문학서적을 읽기 전에 만화책을 많이 읽게 해주는 방법도 좋다. 세상의 위대한 모든 창조적 산물도 찬찬히 뜯어보면 만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만화가들은 이미 100년 전 달에 착륙했고, 유비쿼터스 세상도 경험했다. 주관식 시험을 개발해 세상엔 많은 정답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치게 해줘야 한다. 전쟁이라면 ‘방어기지’만 떠올리는 우리의 어린 상상가들에게 ‘공격기지’를 만들어주는 교육행정가, 교육자, 학부모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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