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월급쟁이 재테크

내 퇴직금 지키는 법

  • 김광주 ‘돈파는 가게 머니마트’ 대표 bbugi2000@naver.com

    입력2017-01-23 18: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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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겨울, 꽉 막힌 경제가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특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더는 출근할 곳이 없는 ‘퇴직자’의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춥고 시릴 것이다. 퇴직환경이 옛날 같지 않다는 건 굳이 통계지표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체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등 떠밀리듯 회사를 나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들은 ‘이중 추위’에 시달린다. 회사라는 외피가 벗겨졌을 때 처음 맞닥뜨리는 생경한 추위와 새로운 외피를 구하려고 집 밖을 나서면서 맞게 되는 칼바람이 그것이다.

    뭐든 자연스러워야 마음도 편안하다. 하지만 ‘퇴직=휴식’이 아닌 ‘퇴직=실업’으로 뒤바뀐 현실에서 ‘제2의 인생(Second Life)’은 간격이 벌어져도 한참 벌어진다. 흔히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거쳐 온 현 퇴직세대에게 ‘제대로 된 준비’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마음만 급해진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준비 없는 창업이나 투자는 퇴직금을 ‘한 방’에 날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설령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해도 당장의 형편에서 최대한의 지혜를 끌어모아 처방전을 찾은 뒤 외양간을 고쳐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 앞엔 수십 년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업을 하라

    먼저 시대를 잘 읽어야 한다. 이는 퇴직 후 소득 창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좋든 싫든 직장은 그야말로 온실이었다. 집 밖의 기온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필요가 없었다. 특히 담장이 높은 직장(공무기관, 공기업 등)이나 한두 군데 회사에서 오랫동안 장기 근속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고금리를 내세우는 부동산 사기에 알토란같은 퇴직금을 날리고 있다. ‘20~30% 고수익, 원금 보장’ 등으로 유혹하는 금융사기 피해자 가운데 교사나 군인, 공무원, 경찰 은퇴자가 유독 많은 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또한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원룸빌딩을 지어 올렸지만 세입자를 절반도 못 채워 속을 새까맣게 태우는 사람,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식당이나 치킨, 피자 전문점, 카페를 창업했다 빚쟁이로 전락한 사례도 수없이 많다. 섣부른 창업만큼 위험한 투자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등산만 할 게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하는 편이 좋다. 몸으로 느끼는 것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시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눈으로, 귀로, 머리로 배우면서 틈새 아이템을 찾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 후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저출산 기조가 굳어지면서 청년은 줄고 노인은 많아지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노인조차 소비 여력이 없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이제 너무 흔한 얘기다.

    그렇기에 구매층 범위는 최대한 좁히는 것이 좋다. ‘모든 사람에게 팔 수 있는 물건’은 ‘모두가 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면 구매력 있는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젊은 맞벌이 부부 혹은 전업주부 등으로 소비 타깃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결국 주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현실적인 구매력을 지닌 소비층을 파악하고 사업 아이템도 찾을 수 있다.



    퇴직 후 소비 ‘견적서’를 미리 써보자

    퇴직 후 재테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라이프플랜(Life Plan)’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상되는 기대수명과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가능한 한 객관적·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퇴직 후의 삶이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견적서’이기 때문이다. 라이프플랜이 잘 정리되면 될수록 특정 기간에 얼마의 돈(예를 들어 매월 100만 원, 간병이 필요한 시기엔 매월 200만 원 등)이 필요하며 어떤 형태(목돈, 연금, 임대수입 등)로 준비할지 등 현금흐름 지도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

    다음에는 현 재정 상태를 깨알같이 정리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물론, 소유한 주택을 역모기지로 활용할 때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 예상액, 보장성 보험(나이가 들수록 신규 가입이 어려워지고 보험료도 비싸다), 각종 저축(투자)성 보험, 금융계좌 잔고(적금·펀드·주식·기타 금융자산 등) 및 부동산 현황을 현 시점의 가치로 평가해본다. 물론 금융기관 대출금이나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같은 부채 명세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참고로 퇴직연금은 일시금으로 받을 예정이거나 이미 받았다면 60일 이내에 개인형퇴직연금인 IRP 계좌에 예탁하면 6∼38%에 해당하는 퇴직소득세가 3.3∼5.5% 연금소득세로 낮아져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나눠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중도 해지가 제한된다는 점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퇴직 시점의 ‘재산상태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저축성 보험 같은 장기 상품은 해당 상품의 보험증권이나 약관을 챙겨놓는 것이 필수다. 특히 약관은 일종의 계약서와 같아서 미래 지급을 담보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이런 약관은 각 보험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공시실 혹은 상품공시실을 클릭하면 해당 보험상품마다 가입 연월일을 기준으로 검색할 수 있으니 확인 후 개인용 컴퓨터에 다운로드해놓는 것이 좋다.

    정말 중요한 건 이 다음부터다. 앞에서 꼼꼼하게 정리한 현 시점의 재산상태표를 퇴직 후 라이프플랜이 요구하는 ‘견적서’와 비교하면서 과부족을 따지는 것이다. 이때는 미래 시점에 필요한 금액을 현 시점으로 끌어당겨 계산하는 방식이 동원되는데, 일반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필자 경험으로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다수 사람이 퇴직 후 필요한 금액이 현 자산보다 많다. 그만큼 준비가 덜 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금액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먼저 ‘정말 부족할까’부터 따져봐야 한다. 몸에 옷을 맞출 수도 있지만, 옷에 몸을 맞출 수도 있기에 생활비나 여가활동비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면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줄여보자.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투자를 통한 기대 수익보다 긴축으로 남기는 수익이 훨씬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분이 생긴다면 어떤 형태로든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고정수입(각종 연금이나 근로소득, 임대소득 등)이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면 은행 예·적금보다 주식형 펀드를 추천한다.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기간을 분산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정수입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대신, 일시금이나 부동산 자산이 있다면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현금흐름을 만들어보자. 특히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일시금을 활용한 연금수익이나 월적립식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이미 여러 개 나와 있다. 발품을 팔면 팔수록 자신감도 커진다.

    밖은 비록 춥지만, ‘돈’보다 귀한 ‘시간’이 있다는 건 누가 뭐래도 행복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직 청춘이다. ‘Second Life’,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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