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커버스토리 | 선택 2017

이철희 “촛불민심은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심판” 홍문종 “대통령제 보완할 시스템 개혁이 민심의 요구” 김경진 “대화하고 토론하는 새 정치로 평가받을 것” 장제원 “반문연대는 필패, 가치와 이념 중심으로 뭉쳐야”

  •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1-23 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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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1월 18일 오전 10시 30분장소 : 동아일보 서울 충정로 사옥 9층 회의실사회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패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
    정리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최종 결정권자로서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게 권력을 위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고자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은 정치권의 몫이다. 형식상 대선은 투표용지에 기재된 대선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대선후보를 공천한 정당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과 같다. 여야 각 당이 국민의 신임을 받아 수권정당이 되려고 각축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야 4당의 대표 논객들로부터 19대 대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각 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받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들어봤다. 대선 좌담회는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는 대선 일정 얘기로 시작됐다.

    ▼ 헌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나.



    인용할 거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나.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박한철 헌재소장이 1월 말 퇴임하면 심리 정족수가 부족해 인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은 있다.




    헌재가 심리를 스피디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종합해보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재는 헌법적, 정치적 판단을 하는 곳이다. 헌재가 존폐를 걸고 기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헌재가 기각한다고 국민이 과연 박 대통령이 계속 국정을 운영하도록 놔둘까. 도덕성이나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까.


    ▼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대선주자의 레이스도 빨라졌다.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국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약하다. (정치) 기획은 과하고, 캐릭터와 메시지는 약한 미스매치 상태다.




    반 전 총장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인데, 귀국 후 행보는 기존 정치인과 차이가 없다.





    개헌 매개로 한 제3지대는 불가능?

    ▼ 국민의당이 반 전 총장과 함께할 가능성은 없나.



    당내 토론이 필요한데, 현 기류로는 비관적이다. 우리 당 의석의 과반이 호남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호남 민심이 반 전 총장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 바른정당과 반 전 총장이 손잡을 가능성은?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온다면 환영한다. 다만 입당 후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후보군과 경쟁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집권하기 쉽지 않다. 자칫 더불어민주당(민주당) 1당 독주체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차기정부를 견제할 건전한 세력이 필요하다. 반 전 총장에게는 일단 새누리당을 허물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반 전 총장이 일부 극보수 패권세력과 결별하고 바른정당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면 정권 창출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보수세력, 견제세력을 만들 수 있다.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면 정말 좋겠지만….

    ▼ 반 전 총장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이 개헌을 매개로 빅텐트에 모이는 제3지대론의 현실성은 어떻게 보나.



    그 얘기에 앞서 장 의원이 ‘민주당 독주’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지금 우리 당 지지율이 40%이지만 국회 의석은 절반에 못 미친다.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연정이나 협치를 해야 정국운영이 가능하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대선주자 간 개헌에 대한 어떤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연대는 쉽지 않다. 만약 가능하더라도 이번 대선은 아닐 것이다.



    헌재에서 탄핵을 결정하면 4월 혹은 5월에 대선을 치를 개연성이 높다. 개헌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보수정권 9년에 화가 난 다수 국민은 개헌의 당위성에는 동의하지만, 개헌 시기는 얘기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가 만들어지려면 의원들이 탈당해 당을 깨야 하는데, 이는 의원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 현재로서는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일정으로 좌담회에 늦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이때 합류했다.)

    ▼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광장에 나온 촛불민심은 무너진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로 세우라고 했다. 최근 정권교체, 정치교체 논란이 있었는데.



    정권교체와 시대교체가 다른 게 아니다. 보수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 촛불민심이고, 그 요구는 곧 정권교체다.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정권교체로 나타난다.




    정치와 정권 모두 바꿔야 한다. 정치교체는 정치문화와 선거제도의 교체, 그리고 개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촛불민심이 이 같은 정치교체에 불을 붙였는데, 한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장의 민심은 ‘대한민국은 정의롭지 못하다’ ‘통합하라’고 한다. 정권교체 열망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율 40%가 그 증거다. 다만 정답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인지는 의문이다. 문 전 대표가 갈등과 분열, 패권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국민 여론은 금세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촛불민심이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교체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다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촛불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적폐를 해소하고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게 하려면 대통령제에서 누군가가 국정을 농단하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번 대선은 반문(반문재인)연대를 통한 양자구도, 혹은 다자구도 어느 쪽일 것이라고 보나.



    반문연대는 정치적 퇴행 콘셉트다. 특정인을 반대하려고 모이면 망한다. ‘반문’이 생긴다면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 될 것이다. 가치와 이념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 우리 당의 목표는 진정성 있게 반성해 환골탈태했다고 인정받는 것이다. 대선에서 이기려고 이합집산하고 밀약하는 것을 국민은 금세 안다.



    반문연대는 정치권 내부 동력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 정서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교체 열망 때문에 외부 동력이 거의 없다.




    ‘반문’ 자체가 사람을 한데 모으는 접착제가 되긴 어렵다. 모여봐야 흩어지기 쉬운 모래알일 뿐이다. 이번 대선은 친박(친박근혜)을 제외한 다자구도가 될 것이다. 대선은 대선후보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설득하는 게임이다. ‘저 사람 나쁘다. 그러니 나를 찍어달라’고 해서 이길 확률도 없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이 의원이 누군가를 반대해 이긴 적이 없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오히려 진 적이 없다. 실질적으로는 반대세력이 연합해 이겼다. 3당 합당으로 DJ(김대중)가 졌고, 이후 이회창에 맞서 DJP(김대중-김종필)가 이겼다. 반 전 총장이 경쟁력을 갖는 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후보를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안보관 엿볼 리트머스시험지

    ▼ 우리 사회에서 이견이 큰 주제가 안보 문제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의견 차가 크다.



    사드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하나의 무기다. 문 전 대표가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 동맹국과 협의한 사안을 새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드에 반대하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없다. 둘 다 같이 가야 한다. 외교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 정부에서 논의해 결론내자는 것이 주류 의견이다.



    우리 당은 사드 배치를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드가 안보를 지키는 무기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마치 사드 배치가 안보의 모든 것처럼 비치는 데는 반대한다. 다만 북핵 위협이 커진 현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무기 하나 배치하려고 국회 비준까지 받아야 하나. 사드 배치 철회는 한미동맹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드 배치는 이미 활시위를 떠난 문제다. 이제는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문 전 대표가 사드에 대해 모호하게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집권까지 7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외연을 넓히려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조금씩 말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차라리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뚜렷하게 밝히는 것이 낫다.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동맹, 북핵 문제, 대중관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와 같다.



    중국을 설득하는 방법은 국회 비준이 유일하다.
     




    그건 국회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려는 발상이다. 사드 배치 논란은 문 전 대표가 차기주자로서 검증받고 있는 과정이다. 사드 배치가 엎어지면 한미동맹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중국에 기대를 주고 미국에 실망을 안기는 게 바로 현 시점의 전략적 모호성이다.

    ▼ 대선 얘기로 화제를 바꿔보자. 역대 대선에서는 야권이 단일후보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국민의당은 다당제를 지향한다. 야권연대는 논리적이지 않다. 후보 난립으로 과반 지지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제를 하자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유동성은 크지 않다. 다만 유동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의 역동성으로 봤을 때 (바른정당에는) 파괴력을 가진 후보가 있다. 경선을 거치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다만 정권 창출에 목적을 둔 공학적 연대는 필패다. 다만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서민이 믿을 만한 진보적 어젠다 그룹이 있다면 가치를 중심으로 함께할 수 있다.



    당을 새롭게 만들어달라는 취지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전권을 줬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비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은 이합집산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지거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특정 후보에 대한 불안이나 반대 정서도 부상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안 된다는 세력이 서로 희생해 뭉칠 개연성이 있다. 그 중심이 누구인지에 따라 느슨한 연대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 새누리당이 인적쇄신을 한 후 바른정당과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나.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 목표가 조금이라도 같다면 그래야 한다.





    우리가 분당할 때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현기환, 이한구처럼 이미 퇴장한 사람들을 제명시키면서 인적쇄신이라고 한다. 위장쇄신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충분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고려할 요소가 많다.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연대할 정당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 국민은 대선후보를 고를 선택권을 갖고 있지만, 선택지를 스스로 만들기에는 제약과 한계가 많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공할 것인지 각 당의 포부를 얘기해달라.



    우리는 집권도 해봤고, 패하기도 해봤다. 일희일비할 수 없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때리기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가 그리는 세상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우리에게 집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경계하겠다.

    ▼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싱겁게 끝날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후보로 떠올랐고, 여러 후보가 뛸 준비를 하고 있다. 2012년 당내 경선과 비교하면 새롭고 참신한 후보가 많다.




    최근 여론이 역동적이다. 양당구도를 깨고 3당 구도를 만든 게 국민이다. 우리 당은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평가받고 싶다.




    바른정당에 보내는 비판과 질타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분당한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상실하고도 책임지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싶다.




    잘못이 드러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다. 새누리당은 그 나름대로 발버둥치고 있고 환골탈태 과정에  있다. 물론 현재는 최악이다. 반성할 대목도 많다. 하지만 보수의 원류이자 정통성을 지켜온 새누리당이 완전히 버려진 정당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무시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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