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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추락하는 생명윤리

엄마 찾아 삼만리 자궁의 세계화

불임부부 대리모 출산 국경 넘나들며 은밀 성행 … 괜찮은 대리모 1억원 거래 공공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엄마 찾아 삼만리 자궁의 세계화

엄마 찾아 삼만리 자궁의 세계화
아이를 담을 ‘그릇’이 없는 어떤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결혼 7년째 불임여성입니다. 돈도 많이 썼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나님께 버림받은 느낌입니다. 시댁에서는 대리모 얘기를 비치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할까요?”

마음만 먹으면 ‘그릇’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윤리가 문제 될 뿐. “자궁을 빌려준다”는 한 여성이 웹에 올린 문구다.

“20대 후반, 혈액형은 B형. 난자 공여, 대리모 경험 있음. 사례비는 3000만원, 임신 중 거처도 필요합니다.”

인터넷 포털의 지식검색, 블로그를 매개로 상업적 대리출산이 급증세다.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한국인 대리모를 알선하는 브로커도 있다.



취재팀은 대리모를 알선하는 한 브로커와 접촉했다. 웹에서 브로커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한나절 클릭하면 수백 개의 대리모 알선 및 지원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괜찮은 대리모는 큰 거 한 장(1억) 정도 준비해야 해요.”

이 브로커는 나이와 키, 몸무게, 혈액형을 물었다. 불임 원인, 시험관 시술 경험도 물었다. 그는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기자에게 “깨인 분”이라고도 했다.

“의뢰자는 30대 중·후반이 많아요. 시험관 시술을 받으면서 기천만원씩 깨진 분들이죠. 한국선 안 되니까 일본이나 미국에서 시도하다 오시는 분도 있고요.”

또 다른 브로커의 설명이다.

“사례금의 30%를 지급하면 대리모 후보를 소개합니다. 한 명을 골라 임신이 되면 30%를 더 지급하고, 아이를 받은 뒤 잔금을 내면 됩니다.”

“선불 30%, 임신 때 30%, 아이 받고 잔금 지급”

경력 5년차라는 이 브로커는 “의뢰자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 산부인과 선정, 임신 관리, 출산 후 친자 확인 등에도 관여한다. 난자 공여를 원하면 제공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경우(성관계)’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사례비는 조건에 따라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로 차이가 납니다. 처음 지정한 대리모가 두세 번 시험관 시술을 했는데도 임신이 안 되거나 임신한 뒤 유산되면, (아이가 나올 때까지) 계속 다른 대리모를 제공합니다.”

나이가 적고 학벌이 높을수록 사례비는 올라간다.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생활이나 몸가짐이 좋아 태교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소재 대학을 나온 20대 여성은 7000만~800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한 브로커는 “자궁만 제공하는 대리모도 학벌은 중요하다. 대리모 중 가장 높이 쳐주는 이들은 해외유학파로, 지능지수는 물론 유전자도 좋은 조건이라고 짐작되기 때문에 1억5000만원 넘게 사례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엔 아이를 낳은 후 비밀보장이 확실하고, 사례비도 낮은 외국인 여성을 찾는 이들도 느는 추세다. 중국인(2000만~3000만원)과 동남아, 인도인(2000만원)은 한국인에 비해 사례금이 낮다. 취재진이 접촉한 외국인 여성을 알선하는 브로커의 설명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 등 외국인 대리모의 사례비는 한국 여성보다 조금 낮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도 대학 졸업생이 있어요. (난자 공여도 하는) 인도 여성의 경우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선호하는 분들이 일부러 찾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씨받이’ 여성을 구하는 사례도 많다. 중국-한국의 각종 거래를 알선하는 P2P 사이트 쭛쭛넷에 올라온 메일 주소로 한 브로커와 접촉했다. 옌지(延吉)에서 100km 떨어진 둔화(敦化)라고 위치를 밝힌 그는 의뢰인 남성과 대리모가 직접 성관계를 갖는 방식으로 대리모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대리모에게 주는 사례비는 2000만원, 소개비는 200만원입니다. 남성이 대리모의 배란기에 맞춰 중국을 방문해 잠자리를 하고, 그때 전체 비용의 절반인 1000만원을 보증금으로 냅니다. 임신하지 못하면 다음 달에 다시 들어오면 되고요. 현지에서 돌봐줄 사람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이가 태어나면 잔금 1000만원과 소개비 200만원을 갖고 아이를 받으러 오면 됩니다.”

비밀보장 확실 중국 등 외국인 여성 선호

이런 과정이 모두 끝나면 입양 형식을 통해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온다. 중국인 대리모는 출산 경험이 있는 30대 초반이 많다고 한다. 출산 후 친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도 할 수 있는데, 그때는 의뢰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수속 과정과 비용을 책임지면 중국 여성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출산하게 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이 ‘자궁을 임차할’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취재팀은 인터넷 모 포털사이트에서 불임 관련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에게 대리모 지원 메일을 보냈는데, 이튿날 바로 전화가 왔다.

“7년째 대리모 연결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이 브로커는 메일에서 밝힌 나이, 혈액형, 키, 몸무게, 거주지, 출산 및 결혼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계약한 날 곧바로 200만원을 주고 달마다 30만원씩 생활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뢰인의 남편이 해외에 있는 탓에 11월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어 (8월부터) 3개월 동안은 평상시처럼 생활하며 공돈(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계약을 위해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복사본을 각각 두 통씩 가지고 오세요. 임신 중 거주지가 마땅치 않으면 저희가 제공하는 곳에 머물며 숙식을 제공받게 됩니다.”

이 브로커를 통한 대리모 사례금은 달마다 주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3800만원. 임신 성공 후 3개월이 지나면 1000만~1500만원의 중도금을 받을 수 있고 아이를 낳은 뒤 잔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출산 뒤 위로금 조로 500만~1000만원을 얹어받는 예도 있다고 한다.

한국 여성이 일본인 부부에게 자궁을 빌려주는 시장도 형성돼 있다. 일본 불임전문업체에서 전문적으로 한국행을 주선하는데, 한국인 여성의 자궁을 이용한 대리출산 상품을 700만엔(약 5400만원)가량에 팔고 있다. 생명을 사고파는 ‘거래’로서, 불임 해결의 ‘도구’로서 자궁의 세계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7.08.14 598호 (p38~3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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