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2007.05.01

마지막 힘 짜내기 감독들의 승부수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7-04-27 17: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4월 초 여자 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있었다.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맞붙었다. 두 팀 모두 잘 싸워 승부는 마지막 5차전까지 가서야 났다.

    5차전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두 팀 감독은 경기 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은 경기장 현관에서 연방 담배를 피워 물었고,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은 그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의 기나긴 마라톤을 달려온 데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경기 한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도 기진맥진하긴 마찬가지. 이즈음이야말로 정신력이 필요할 때다.

    두 감독이 전의를 북돋우기 위해 선수들에게 주문한 게 대조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삼성생명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유니폼 앞에 있는 이름을 생각하며 뛰어라.”



    다름 아닌 팀 명칭이다. 삼성생명이라는 팀, 바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명예를 위해 힘내라는 뜻이다. 신한은행 이 감독은 정반대였다.

    “유니폼 뒤의 이름을 생각하라.”

    유니폼 뒤쪽엔 각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팀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 것, 즉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다.

    각 팀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결과는 ‘자신을 위해 뛴’ 신한은행의 승리였다.

    4월 초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 결승전. 플로리다대학과 오하이오 주립대학이 맞붙었다. 플로리다의 빌리 도너번 감독 또한 경기 전날 선수들에게 뭔가를 주문했는데 위 두 감독과 또 달랐다. 그는 “뛰어야 할 이유, 이겨야 할 이유를 생각하라”고 했다.

    밤새 고민했을 선수들은 자신의 양말과 발목 테이핑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플로리다는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다. 남이 아닌 자신이 좋아서 하는 행위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마지막 힘을 짜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마라톤이 1m에 얼마를 적립하는 식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기부 방식과 결합된 이유도 혼자만 달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리라.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하고 있는가.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