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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품질 경쟁’ 언제 불붙을까

시행 1년 ‘주택성능등급제’ 유명무실… 건설사는 외면, 소비자는 무지 이미지 경쟁 여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아파트 품질 경쟁’ 언제 불붙을까

‘아파트 품질 경쟁’ 언제 불붙을까
지난해 가을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한모(35) 씨는 새집에 대해 불만이 많다. 윗집 가족이 쿵쿵거리며 걷는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등이 다 들리기 때문이다. 한씨는 “아파트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다가도 한두 푼도 아닌 아파트를 이렇게 지어도 되는가 싶어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꼴로 살고 있는 아파트. 아파트를 투자대상이 아닌 순수 주거공간으로만 간주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파트의 품질이다. 하지만 기성복처럼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는 구입 전 해당 아파트의 품질을 파악할 수 없다. 이에 관련된 불만도 적지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아파트 품질 하자 피해 구제 건수는 2006년 91건으로 2005년 76건보다 20% 증가했다. 상담 건수는 매년 3000~3300건에 이른다.

이러한 아파트 고객의 ‘정보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없을까? 우리 가족이 살게 될 아파트가 일조량이 풍부한지, 내구성이 강한지, 층간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고 선택할 수는 없을까?

2000가구 이상 분양 때 평가

정부는 아파트 입주자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월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소음 △구조 △환경 △생활환경 △화재·소방 등 5개 분야 20개 항목에 대해 성능등급(1~4등급)을 평가받고 그 결과를 입주자 모집공고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아파트 소비자들이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은 물론, 시행사나 시공사조차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도의 실제 활용 또한 미미하다.

이유는 올해 말까지 2000가구 이상 사업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성능등급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공교롭게도 200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사업은 제도 시행 이후 크게 줄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200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 건수는 2005년 21건에서 2006년 17건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단 10건의 사업만 2000가구 이상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2000가구 이상 분양한 사업체들도 제도 시행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대부분 성능등급 평가를 피해갔다. 때문에 현재까지 실제 성능등급 평가를 받은 아파트 단지는 두 곳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 적용 대상은 1000가구 이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사업승인을 1000가구 이하로 쪼개 받으면 이 의무사항을 피해갈 수 있어 제도 활성화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건설사들은 주택성능등급평가제 자체에도 문제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설계도면을 가지고 아파트 성능등급을 매기므로 실제 성능과 다를 경우 민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항목 20개 중 상호 모순되는 항목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예를 들어 일조 등급이 높으면 에너지성능 등급은 낮을 수밖에 없다. 가변성 등급과 소음 등급도 서로 반비례 관계다. 가변성이 높다는 것은 벽면이 얇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소음 차단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현행 평가기준대로라면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건설기술을 적용해 지은 아파트는 최하등급을 받기 쉽다. 아파트 성능 기술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평가기준 자체를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성능등급 평가를 받은 두 곳의 아파트 단지는 20개 항목 중 최하등급이 각각 9개와 11개나 됐다. 최상등급은 두 곳 모두 2개에 그쳤다.

가장 걱정거리인 항목은 소음 분야의 4개 항목(표 참조)이다. 지난해 8월 대우건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파트 품질 부문은 소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벼운 바닥 충격 소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1.4%로 가장 높았다.

‘아파트 품질 경쟁’ 언제 불붙을까
“분양가 부풀리기로 악용될 가능성”

그러나 건축법상의 표준바닥설계로 건설할 경우 경량충격음은 최하등급인 4등급을 받게 돼 있다. 실제 성능등급을 받은 두 아파트 단지 모두 경량충격음 항목에서 4등급을 받았다. 모 대형 건설사 기술 담당 관계자는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 현재로는 마땅치 않아 최하등급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성능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서는 건설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건설비를 더 들일 수 없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 이에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성능등급이 높은 아파트는 추가 건설비용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김성달 부장은 “성능등급이 분양가 부풀리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성능등급을 받고 현재 분양 중인 한 업체는 모델하우스의 한쪽 벽면에 20개 항목의 성능등급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 대부분이 이 게시물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등급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이 요구하는 대로 공개만 할 뿐 적극 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성능등급을 아는 사람도 없고, 설명해주려는 사람도 없는 형국이다.

아파트 상품의 경쟁도 여느 상품 못지않게 치열하다. 건설사마다 앞다퉈 아파트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고 차별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브랜드는 각양각색이지만 브랜드마다 고유의 특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미지 경쟁이지 품질 경쟁은 아닌 것. 최민수 연구위원은 “주택성능등급평가제도는 입주자에게 사전 정보를 준다는 의미도 있고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는 의의도 있지만 현재는 허점이 많아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했다.



주간동아 2007.05.01 583호 (p46~4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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