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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줄기세포 진실게임

적이 된 黃과 盧 잘못된 만남인가

노 이사장 난자 제공하며 연구 참여 … 윤리 파문 때도 방패막이 하다 돌연 등 돌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적이 된 黃과 盧 잘못된 만남인가

적이 된 黃과 盧 잘못된 만남인가

12월1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에서 만난 노성일 이사장.

번영을 위해 출항하는 배에는 서로 올라타려고 해도 침몰하는 난파선에서는 먼저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누가 먼저 황우석 호에 올라탈 것인가’가 과거의 화두였다면 지금의 트렌드는 ‘누가 먼저 황우석 호에서 뛰어내릴 것인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 결별에 이어 노 이사장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황우석 사단의 생명공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노 이사장은 한때 “어찌 방송이 과학을 검증할 수 있느냐”며 황 교수를 적극 옹호했던 인물. 그런데 지금은 180도 돌아서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는 없다”고 선언했다. 황 교수와 자존심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에 들어가게 된 노 이사장은 어떤 인물인가.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은 각자의 자존심을 세우고 만났던 것 같다. 두 사람을 연결시킨 이는 국내에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소개한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문신용 교수. 노 이사장은 연세대 의대를 나왔고 문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두 사람은 경기고 동문이다. 문 교수가 경기고 5년 선배인데, 노 이사장은 “문 교수는 형님으로 모시는 유일한 분이다. 그러한 문 교수를 통해 황 교수를 만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국내 최고 자랑하는 병원 이끌어

황 교수를 만나기 전부터 노 이사장은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병원을 이끌어왔다. 시험관아기를 시술하기 위해서는 수정란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나면 남는 배아가 생긴다. 2000년 노 이사장이 이끄는 미즈메디 병원은 잉여 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주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세계 6개 센터에 22개 줄기세포주가 있다고 했는데, 6개 센터 중의 하나가 바로 미즈메디 병원이었다. 당시 미즈메디는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줄기세포주 배양에 성공한 병원이었다.



2002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분과위원회는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복제 소 영롱이를 만든 황 교수를 발제자, 문 교수와 노 이사장을 토론자로 초청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따로 가진 자리에서 세 사람은 복제 문제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노 이사장은 “나는 의사이기 때문에 복제를 할 수 없지만 황 교수는 수의사인지라 동물 복제를 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치료 목적의 복제를 거론하기에 그라면 할 수 있겠다 싶어 ‘합시다’라고 동의해주었다”고 말했다.

치료를 위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려면 반드시 난자가 있어야 한다. 수의사인 황 교수는 난자를 구할 수 없지만, 미즈메디 병원을 운영하는 노 이사장은 구할 수 있었다. 노 이사장 측은 황 교수 측에게 242개의 난자를 제공했고, 황 교수 연구팀은 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다음 체세포를 넣어 줄기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1999년 황 교수 팀은 어미 소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넣은 복제 소 영롱이를 만든 경험이 있다(그러나 지금은 이 부문에 대해서도 가짜 시비가 일고 있다. 복제한 동물은 수정란에서 나온 동물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데 영롱이는 오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데도 황 교수 팀은 실패를 거듭하다 2004년 비로소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이 성공으로 2004년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리게 되었다.

이때 미즈메디 병원 연구소에 있던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 등이 황 교수 팀에 합류, 연구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 황 교수 팀은 2004년에 발견한 방법대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작업을 벌여 성공을 거뒀다며 그 과정을 논문으로 작성해 사이언스에 게재했는데, 이것이 바로 공동저자로 올라갔던 황 교수, 노 이사장, 문 교수 등이 모두 철회를 요청한 문제의 논문이다.

이 논문이 문제가 된 근본 이유는 황 교수 연구팀에서 키우던 줄기세포가 오염됐기 때문. 그렇다면 줄기세포를 새로 키워 연구를 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미즈메디 병원에 따로 분양해둔 줄기세포가 황 교수 연구팀에 들어와 오염된 줄기세포를 대체하는 연구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누군가가 미즈메디 병원에 있던 줄기세포를 가져왔다며 이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고, 노 이사장은 황 교수 연구팀에 가 있던 김선종 연구원이 자기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져갔다며 황 교수의 지시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시해 본격적인 진실게임에 들어갔다.

맨 처음 MBC PD수첩은 황 교수 팀이 연구한 난자를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수의사는 사람의 난자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 공격이었다. 이 공세를 막아준 이는 노 이사장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난자를 제공하겠다고 한 여성에게 15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제공하며 난자를 입수, 무상으로 황 교수 팀에 제공해주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 이사장은 “생명윤리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만 이러한 일을 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에선 내가 가장 형편이 좋았기 때문에 무상으로 할 수 있었다. 공동연구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밝힌 바 있다.

이어 MBC 측은 윤리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노 이사장은 “윤리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부처와 예수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황 교수를 옹호했다. 그러나 2005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미국에 가 있는 김선종 연구원 등과 통화한 뒤 “황 교수가 만들었다는 줄기세포는 없다”는 선언을 하고 나왔다. 황 교수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옹호자에서 가장 강력한 적으로 변신한 것이다.

황 교수와 노 이사장, 그리고 섀튼 교수 등이 결별하지 않고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이것으로 모든 연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줄기세포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장기나 기관으로 자라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면 별개의 연구가 펼쳐져야 하는데, 이 연구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꼭 맞는 장기나 기관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비로소 한국은 BT(생명공학) 분야에서 결정적인 특허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내부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은 한국 BT 호를 이끈 선장과 기관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함교에 있는 선장이 배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갑판 밑에 있는 기관실에 있는 기관장이 기관을 힘차게 돌려주어야 한다. 배를 움직이게 하는 기관장이 내린 배는 아무리 우수한 선장이 있어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 황우석 교수가 포용력 있고 인내심 강한 선장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 이사장의 하선이 더욱 나은 선장을 탑승시키기 위한 계기가 될지, 아니면 한국 BT 호를 침몰로 이끌어가는 계기가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주간동아 2005.12.27 516호 (p20~2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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