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2005.10.18

헉! 동굴 속 괴물이 깨어났다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10-17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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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동굴 속 괴물이 깨어났다
    동굴’이란 뜻을 가진 영화 ‘케이브’의 무대는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 아래, 지상에서 3400m 내려간 땅속의 거대한 동굴이다. 날개 달린 악마와 싸운 템플 기사단의 전설이 어린 성당 밑에서 발견된 동굴이니 마땅히 뱀파이어의 소굴이어야겠지만 영화는 전형적인 ‘에일리언’식 괴물 이야기다. 즉 동굴을 조사하러 온 탐사대가 입구가 막힌 동굴 안에서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비평가들이라면 설정만 듣고도 욕을 퍼부을 만한 내용이지만, 이 설정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루마니아에 동굴이 많은 건 사실이다. 자그만치 1만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동굴에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꾸준히 발견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 중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할리우드 호러 영화의 장르에서 그 정도의 과장은 충분히 허용되지 않을까? 여기에 약간의 생태학적 지식을 섞는다면 그럴싸한 SF의 배경이 완성된다.

    카르파티아 산맥이라는 배경은 뻔한 ‘에일리언’ 아류작이 될 수 있는 영화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다. 동굴 속의 에일리언이 될 수 있었던 괴물은 이 배경만 가지고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단순한 생물학적 변이가 아니라, 기독교의 악마이고 중세의 뱀파이어인 것이다. 주인공들이 헤매는 동굴이라는 공간도 막판엔 지옥불이 타오르는 지옥의 모습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늘어놨으니 ‘케이브’가 무척 훌륭한 호러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케이브’는 그냥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호러물이 되었다. 이 영화의 문제는 꽤 독창적일 수도 있었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존재하지만 그건 단지 개념만 남아 있을 뿐 영화 안에서는 확장되지 못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평범하고 무개성적이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영화의 액션신들이 평범한 가운데 그래도 절벽과 관련된 결투 장면 하나가 볼 만하고, 호러물로선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는 패트릭 타토풀로스의 괴물은 잘 짜여진 테크닉 덕분에 사실적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탐사대 중 한 명으로 나오는 한국계 배우 다니엘 데이 킴의 존재일 것이다. 영화에서 그의 비중은 중간 정도. 하지만 이 정도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최근엔 다니엘 데이 킴 외에도 맹렬하게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들은 많으니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에서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20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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