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2005.10.18

土公 인사 혁신 눈에 확 띄네

순수 土公맨 김재현 사장 변화와 혁신 … 승진 및 보직인사 뒷말 사라져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10-12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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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土公 인사 혁신 눈에 확 띄네

    ·1969년 조선대 공대 졸<br>·1979년 토지공사 입사<br>·1999년 택지본부장(상임이사)<br>·2001년 부사장<br>·2004년 사장

    지난해 11월 한국토지공사 사장 공모를 앞두고 토지공사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보스 기질이 강한 데다 임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높아 공사 내에서 차기 사장감 0순위로 꼽힌 김재현 당시 부사장의 행로에 암운이 드리워졌기 때문. 임직원들은 노무현 정부의 인사 관행상 김 부사장의 사장 선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은 이렇다. 그해 6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손학래 전 철도청장이 임명됐다. 손 사장은 김 부사장과 같은 호남 출신에 같은 대학(조선대) 출신이다. 당시 토지공사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의 특정 지역 편중 인사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지역 안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노무현 정부의 인사 관행상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장에 호남 출신 2명이 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고, 그 때문에 직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현 사장은 사장 공모에서 다른 응모자들을 압도해 무난하게 사장으로 선출됐다. 김 사장은 토지공사 역사상 최초로 일선사원에서 출발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인물이다. 한 간부는 “과거 우리 공사에서 사장을 하다 건설교통부 장관이 된 김윤기 씨가 있긴 하지만, 그는 토지금고에서 근무하다 우리 공사로 옮겨온 경우였다. 순수 ‘토지공사 맨’이 사장이 된 경우는 김재현 사장이 처음”이라면서 “직원들은 자신도 공기업 사장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이런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듯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토지 개발은 지방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로 토지공사가 독점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부장 파격 발탁도



    김 사장이 경영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는 인사제도 혁신. 올 2월 이뤄진 승진 및 보직 인사에서는 ‘뒷말’이 사라졌다.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부장(장옥선·37·고객만족팀장)이 탄생하는 등 파격적인 발탁을 한 것이 그 결과라는 평가다. 장 부장의 발탁은 인사 적체가 심해 40대 남성 차장이 줄을 선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장 부장은 ‘역대 최연소 부장’ 기록을 더하게 됐다.

    김 사장이 무엇보다 신경을 쓴 대목은 승진 심사. 올 초 심사는 각종 직군·직종·직급·지사별로 안배된 52명의 승진심사위원회를 구성해 1차 승진심사를 하고, 여기에서 통과된 대상자만을 인사위원회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승진심사위원으로 선발된 직원들은 당일 아침 인사팀 및 감사팀 직원, 보안회사 직원으로 구성된 ‘체포조’에 의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하고 승진심사 장소로 ‘납치’돼 오기도 했다.

    한 직원은 “‘체포조’가 승진심사위원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갈 때도 밀착 감시함으로써 승진심사위원들에게 부탁이나 청탁이 통할 수 없게 됐다”면서 “김 사장이 이처럼 ‘007 작전’을 펴듯 승진심사위를 구성한 것은 일선 사원부터 성장해오면서 승진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입직원 채용 방법도 크게 바꿨다. 공사는 이미 학력 제한을 철폐하고 응시자의 필기시험 성적을 제공하지 않는 무자료 면접을 시행해왔는데, 올해에는 여기에 더해 연령 제한 철폐, 지역인재 우대제 등을 추가로 도입했다. 공사 관계자는 “과거 수년간의 인력 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업무 능력은 학력과 별개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학력 관련 자료 없이도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토지공사의 변화는 인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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