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기고|‘코스모폴리탄’ 마틴 메이어의 쓴소리

“한국은 네덜란드 배우지 말라”

“일부 대마초 합법화 주장 이해 어려워 … 서구의 방탕 쓰레기 허겁지겁 수입 금물”

  • 번역 = 이나리 기자

“한국은 네덜란드 배우지 말라”

한국인들이 과거 우리 유럽인들이 했던 실수, 이른바 ‘문명화된 대륙’의 사람들이 몸에 익혔던 타락을 반복하려 애쓰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광풍을 모두 경험한 우리 유럽인들은 이제 물질적 번영이 성공적 삶의 유일한 시금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덕분에 ‘느리게 살기’가 호응을 얻고 있으며, 파리·런던·암스테르담에 사는 코스모폴리탄 엘리트 중에는 물질적으로 흥청거리려 하기보다는 도르도뉴·켄트·노스 홀란드 등지의 평온한 시골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출세주의와 상업주의의 판도라가 막 열린 한국에선 모든 게 끝이 없다.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지고의 목표를 향하고 있는 지금, 1인당 5개의 신용카드도 충분치 않은 모양이다. 그와 함께 찾아온 탐욕, 목을 짓누르는 경쟁,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는 마땅히 치러내야 할 대가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하나인 네덜란드 출신으로서의 ‘특권’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는 부르주아적 번영의 모든 과정들을 지치지 않고 좇아왔다. 그 결과 네덜란드에서 가족, 연장자에 대한 존경, 인간적 삶의 가치와 같은 전통적 윤리들은 아주 ‘효율적으로’ 파괴돼왔다. 매춘, 동성 결혼, 안락사도 모두 합법이 되었다. 그러나 가까운 이의 ‘자비 살인’을 목격한 나로서는 국제 미디어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네덜란드의 ‘적극적 안락사’ 법제화를 즐거운 맘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 의학계는 네덜란드의 법적 선례에 매료된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럴듯하면서도 뭔가 고상해 보이는 그 진취적 행위를 성급함과 충동, 심사숙고의 결여라는 한국 특유의 방식으로 모방하려는 듯도 보인다.

한국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토론 못지않게 교육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한국인들의 끝없는 지탄에도, 서울의 고교 졸업생들은 베를린·암스테르담·뉴욕의 고교 졸업생들보다 더 높은 학력을 자랑한다. 미국 공립학교의 경우 많은 고교 졸업생이 문맹일 뿐 아니라, 학교는 성적 방종과 마약 남용, 육체적·심리적 폭력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부러움과 경탄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美 공립학교 육체·심리적 폭력의 온상



안락사나 교육 문제는 그 중요성을 떠나, 지금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서구적인 모든 것’에 대한 열광이다. 전제는 분명하고 단순하다. 서구적인 것은 부유한 것이고 강한 것이다. 고로 좋은 것임이 틀림없다. 허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결론에 대해 진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그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우위로 인해, 생활방식에서도 타 지역 국가를 리드할 수 있는 위임을 받은 셈이라는 식의 잘못된 이해가 있다. 이를 반성적으로 고민하는 한국인들은 거의 없고, 특히 젊은 세대는 윤리적 실험의 회색지대로 몸 던지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에 만연하고 있는 사회적 병리 과다에 최근 한 가지가 덧붙여졌다. 바로 마약 중독이다. 최소한 여배우 K씨의 경우를 보자면 그렇다. 이 진보적 인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빈약한 임금을 받은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따금씩 대마초를 ‘빨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그녀는 히로뽕 중독자이기도 했다. 사회적 윤리의 경계를 어디까지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사회개혁에 대한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녀가 자녀들이 따라야 할 한국 부모로서의 역할 모델이냐 하는 점에 대해선 더더욱 확신할 수 없다.

네덜란드에서 대마초 흡연은 물론 합법이다. 공개적으로 대마초를 살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18세가 되면 좋게 말해 ‘커피숍’이라 불리는 장소에 출입할 수 있다. 거기에 가면 대마초 연기 속에서 카운터 뒤에 있는 대마초며 다양한 헤시시들의 가격표를 볼 수 있다.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모로코산 대마초가 있다. 노란색 레바논 대마초뿐 아니라 더 강력한, 다양한 종류의 붉은색 대마초도 있다. 더 강한 것을 원하고 그를 감당할 만한 돈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향이 좋고 농밀한 아프간산 대마초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환상도 배제해야 한다. ‘부드러운’ 마약을 합법화하는 것이 전체 마약 사용 행위에서 ‘범죄 요소’를 골라낼 수 있고, 그 결과 ‘강한’ 마약의 유입을 늦출 수 있다는 말은 분명 허위다. ‘풀로 된 마약’에서 한 발만 살짝 내디디면 크랙 코카인- 혹은 좋았던 옛 시절의 LSD-의 단계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너무나 쉽게 얻는다. 네덜란드 도시들은 마약중독자들의 쇼핑몰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은 유럽 ‘헤로인 수도’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헤로인 수도로 악명높으며, 네덜란드는 전 유럽에서 마약을 구하려는 관광객들의 최종 행선지가 됐다. 나는 내 조국의 기분 좋은 ‘개방성’에 대해 독일·스코틀랜드·이탈리아 사람들에게서 찬사를 들었다. 그들은 모두 운하 위에 있는 노변 카페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는 멋진 시간을 즐겼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관용성은 결과적으로 ‘범죄 요소’를 떨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끌어들이는 자석을 만들어낸 것이다.

K씨는 티모시 리어리나 재니스 조플린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한국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위해 좋고 귀중한 어떤 것을 목표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녀와 목소리를 같이하고 그녀의 유명세를 곁들인 명분을 지지하며 탄원서를 낸다 해서 그녀의 주장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 덜 위협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젊은이들은 의학적·윤리적 재앙으로부터 튼튼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술이나 담배도 대마초만큼이나 나쁘고 중독적이라는 K씨의 주장은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고 명백히 어리석은 것이다. 그것은 음주나 흡연의 규제 이유는 되겠지만 새로운 악덕을 도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은 많은 미덕을 지니고 있다. 가족 간의 강한 유대감, 연장자에 대한 공경(망자에 대한 것을 포함해), 부모와 스승에 대한 적절한 존경, 젊은 남녀 사이의 일정한 절도는 한국 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이는 서구적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서구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가치들이다. 나는 학교에 다니는 네 자녀의 부모로서, 내 아이들이 아직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고, 주차장에서 정신병자에 의해 납치될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며, 주변 친구들에게서 섹스와 마약 경험에 대한 압력을 받지 않는 이 나라,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최근까지 한국은 어린이의 순수성 보호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었다. 불행하게도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이 피난처는 급속도로 침식당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가치- 물론 이 가족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혼에 기반을 둔 것이라야 한다. 한 남성과 두 여성 혹은 두 남성 간, 두 여성 간, 기타 다른 결혼 방식은 해당되지 않는다-를 신봉하는 사람에게나 고등학생들을 위한 건전한 윤리를 위해서나, 하나님이 목적하신 대로 살아야 하는 삶의 고결함을 위해서라면,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아직까진 ‘아주 좋은 선택’이다.

한국인들이 서구의 방탕으로부터 튕겨져 나온 쓰레기들을 취하려 허겁지겁 달려가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사회의 성숙을 위해 진실로 도움이 되는 외국의 가치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서구 또한 한국에는 풍부하지만 그들 자신에겐 부족한 어떤 ‘사회적 기술’을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5.10.18 506호 (p30~31)

번역 = 이나리 기자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