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2005.10.18

대구 동구을, 자존심까지 건다

10·26 재선거 4곳 관전포인트 … 이강철 vs 유승민 여야 지도부 치열한 ‘대리戰’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입력2005-10-12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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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동구을, 자존심까지 건다

    10월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홍보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 동구을, 울산 북구, 경기 부천 원미구갑, 경기 광주 등 네 곳에서 치러지는 ‘10·26’ 국회의원 재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구 동구을에서 이뤄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대리전, 둘째 울산 북구에서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수성 성공 여부, 셋째 경기 부천 원미구갑에 출마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이상수 전 의원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경기 광주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사덕 전 의원 등 중진 정치인의 재기 여부가 그것이다.

    [대구 동구을] 당이냐 인물이냐

    대구 동구을, 자존심까지 건다

    이강철, 유승민

    노 대통령의 친구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58) 우리당 예비후보(이하 후보)와 비례대표 의원으로 대표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47)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는 이곳은 이번 재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노 대통령의 연정 논리가 우리당이 영남 지역에 착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나왔다는 점을 역으로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텃밭 중의 텃밭인 대구에서 이 후보가 이기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초반 상황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매일신문과 대구MBC가 공동으로 한 초반 판세조사(6일 보도)에서 유 후보가 32.2%, 이 후보가 30.9%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정당 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이 41.5%로 우리당의 19.8%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후보 지지도에서 접전을 보이는 것은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재선거를 겨냥한 활동으로 한나라당의 견제를 받았던 이 후보의 ‘인물론’이 일단 먹혀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대구의 낙후 지역인 동구에 공공기관을 유치할 적임자는 자신뿐이라는 점을 앞세워 ‘공공기관이 들어오면 해마다 약 800억원이 골목에 풀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서민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이전 경쟁지가 박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이라는 점도 이 후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우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무려 15명이 공천 신청을 했으나 이들을 모두 배제하고 유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도 접전 요인 중 하나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뒤늦게 캠프를 가동한 유 후보가 초반에는 접전을 벌이겠지만 선거 막판 ‘박풍(朴風·박 대표의 바람)’에 의해 대세는 바로 결정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13·14대 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로,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조정위원장을 역임한 유 후보의 역량이 ‘인물론’을 앞세운 이 후보에 결코 뒤지지 않아 정당 및 인물 대결 모두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두 후보 외에 민노당 최근돈(44), 자민련 이명숙(55) 후보도 출전 채비를 갖췄다.

    민노당 조승수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곳은 민노당의 수성이냐, 한나라당의 실지 회복이냐가 관심거리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는 유권자(9만5000여명)의 70%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일 정도로 친(親)노동자 지역이며 민노당이 구청장과 지방의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 전 의원 동정론이 만만치 않고 현대차 노조도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선언해 민노당 수성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노당은 10월7~10일 당원투표를 통해 경선에 출마한 정창윤(43) 울산시당위원장과 정갑득(47)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중 후보를 결정한다.

    한나라당은 이채익 남구청장이나 김철욱 시의회의장을 전략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결국 16대 의원을 지낸 윤두환(50) 후보를 공천했으나 공천 잡음이 만만치 않아 실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윤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민노당 최용규(세종공업 노조위원장) 후보를 563표 차로 따돌렸으나 17대 총선에서는 조 전 의원에게 7260표 차로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높은 당 지지도를 표로 연결한다는 전략으로 조직 정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때 민노당과의 소연정을 고려해 무공천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우리당은 울산 행정부시장을 지낸 박재택(59) 후보를 공천키로 했다.

    [경기 부천 원미구갑] 광복절 특사 재기?

    대구 동구을, 자존심까지 건다

    이상수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3선의 이상수(59) 우리당 후보가 정치생명을 건 이곳의 초반 상황은 이 후보에 불리한 쪽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 후보도 열세를 인정한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때 인권변호사로 부천과 인연을 맺었던 이 후보는 ‘힘 있는 후보’의 지역개발 공약을 앞세워 초반 열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천 소사의 김문수 의원 사무국장 출신으로 시의원을 3선한 뒤 17대 총선에 출마해 차점 낙선했던 임해규(45) 한나라당 후보는 월등한 당 지지도 우세를 표로 연결하기 위해 후보 개인 대결보다는 ‘노 정권과의 대결’로 선거 구도를 몰고 가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을 끌어안는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은 젊은 변호사인 조용익(39) 후보를 공천했고, 민노당에서는 세종병원 노조위원장으로 지난 총선 때 5700여표를 얻은 이근선(45) 후보가 출마한다.

    대구 동구을, 자존심까지 건다

    홍사덕

    이곳은 정당지지도에서 훨씬 앞선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공천 후유증으로 5선의 홍사덕(62)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혼미해졌다. 노 대통령 탄핵 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지냈던 홍 후보가 양당 구도 속에 무소속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거리다.

    홍 후보의 출마로 당 부대변인과 경기도지사 정책특보를 지낸 정진섭(53) 한나라당 후보가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정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도 17대 총선 때 안양시민연대 홈페이지에 출생지를 ‘서울’로 했다가 이번에는 ‘광주 남종’으로 변경했다는 경쟁자들의 문제 제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당에서는 국회의장 정책비서관을 지내고 지난 총선에서 656표 차로 낙선한 이종상(43) 후보를 일찌감치 확정해 표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17대 때 출마했던 당 조직위원장인 이상윤(59) 후보를 내세웠고 민노당은 ‘꽃보리 푸른학교 설립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최종원(36) 후보를 공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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