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4

2005.10.04

대세 상승장 누가 짭짤한 재미 봤나

주간동아 상위 10종목 수익률 조사 … 기관 22.5%, 외국인 18.5%, 개인은 오히려 6.3% 손실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09-28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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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주가지수가 9월7일 10년 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1142.99포인트)한 이후 1200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덩달아 주식시장 활성화가 경기 호황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3년 안에 2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썰렁하기만 하다. 사이버 거래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에는 지수가 달아오르면 증권사 객장에 나와 증권사 직원들과 환담을 나누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다. 또한 과거에는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주가 강세가 실물 경기를 살리는 선순환 고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증시만 ‘나 홀로’ 달아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막강한 정보·자금력으로 무장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소외감도 증권가의 썰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통계상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높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기관과 외국인들이 증시를 좌지우지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므로 이는 당연지사일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에 외국인이 본격 가세하기 전에는 기관과 개인들이 수익을 올리며 지수 1000포인트를 이끌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주간동아’ 자체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올 들어 9월20일까지 기관, 개인, 외국인 등 매수 주체별로 순매수 및 순매도 상위 10종목에 대한 수익률 및 기회 손실률을 조사한 결과 기관의 투자수익률이 2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외국인이 18.5%를 기록했고, 개인은 오히려 6.3%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893.71포인트에서 1190.93포인트로 33.2% 상승했다.



    사실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투자 주체들의 투자수익률을 일일이 계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간동아’는 편의상 기관 및 개인, 외국인 등 투자 주체가 올 들어 매수한 상위 10종목의 수익률과 이들이 매도한 상위 10종목의 기회 손실을 단순 계산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투자수익률을 조사했다. 순매수 종목의 경우 주가가 연초에 비해 올랐다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순매도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면 기회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두 수치를 합한 것이 투자수익률인 셈이다.

    기관투자가의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순매수 종목의 수익률로 75.9%였다. 이는 외국인의 77.9%에 비해 낮았지만 순매도 종목의 기회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기관의 순매도 손실률은 53.4%인 반면, 외국인의 순매도 손실률은 59.4%였다. 개인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매도에 의한 기회 손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현재 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순매도를 계속한 결과인 셈이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는 심지어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올 들어 개인이 일곱 번째로 많이 사들였던 세양선박이 그것이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없었다. 올 들어 개인들은 세양선박 주식을 1443만80주나 매수했으나, 이 주식은 올 초 1235원에서 9월20일 985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은 이 기간 동안 세양선박 주식을 2033만4994주나 팔아치워 오히려 기회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세양선박 주식을 개인이 받았으나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기관의 순매수 종목 수익률은 놀랍다. 순매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올 들어 주가 상승률 100% 이상을 기록한 종목이 4개나 됐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종목씩이었다.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현대해상은 올 초 4000원에서 9월20일 9350원으로 올라 134%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 기관의 순매수 3위 종목인 하이닉스, 6위인 한솔CNS, 9위인 INI스틸 등이 각각 104%, 124%, 122%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기관은 주식 매도에서도 기회 손실을 덜 보았다. 기관의 순매도 상위 10종목 가운데 기회 손실률이 100%를 넘은 종목은 순매도 1위인 LG카드 하나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의 경우 기회 손실률이 100%를 넘는 종목은 각각 3개였다. 기관은 또 대한항공 주식을 적시에 처분, 오히려 1%의 기회 수익을 얻었다. 연초 1만8800원이던 대한항공 주가는 9월20일 1만8000원으로 하락했는데, 기관은 이 기간 동안 미리 534만274주를 팔아치워 손실을 방지했다.

    개인 주식 보유 비중 감소 추세

    ‘주간동아’ 조사 결과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 주도 시장에서 본격적인 기관화 장세로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들어 9월6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은 5조67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1조1060억원에 그쳤다. 개인들은 이 기간 동안 7조1960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지난해에는 외국인들이 10조484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했다. 기관과 개인의 당시 순매수 규모는 각각 2조7720억원과 6조6130억원이었다.

    증시의 기관화 장세는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는 증시의 장기적인 수요자이기 때문에 증시의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 또 기관이 돈을 벌면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겨감으로써 일었던 ‘국부 유출’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또 외국인투자자 중심의 시장구조는 사소한 외부 여건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주가가 요동친다는 문제도 있다.

    현명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이런 추세에 잘 대처하고 있다. 개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2002년 22.3%에서 지난해 18.0%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또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바뀌는 게 선진국형 투자 패턴이라는 점에서 우리 증시의 패러다임도 이미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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