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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 ‘맨투맨 작전’

국회의원·국민들 상대로 직접 설득 … 노사모식 행동 100만명 서명운동 돌입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경찰 수사권 독립 ‘맨투맨 작전’

경찰 수사권 독립 ‘맨투맨 작전’

2005년 9월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입법공청회 모습. 5000명 이상의 전·현직 경찰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경찰이 이처럼 단결한 적이 또 있을까?’

9월15일, 추석을 이틀 앞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주변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전·현직 경찰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 출신 재선의원인 이인기 의원(한나라당 대구)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입법공청회’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인 9월8일, 국회에서 7000명이 넘는 경찰이 참석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네티즌 대토론회’의 후속탄이다. 말은 공청회이지만 경찰에 수사권을 주라는 국회 압박용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다.

공청회장 앞에서 젊은 경찰들은 ‘국민은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원한다’ ‘형사소송법 제196조 개정!’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네티즌 연대’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로 분권화하고 검찰과 경찰 양쪽 조서의 증거 능력을 모두 폐지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9·15일 입법공청회 인산인해



공청회에 참석한 경찰과 예비 경찰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방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대거 상경해 현장에서 연대서명을 받을 정도였다.

이 공청회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용희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최연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출동했다. 제1야당 지도부가 경찰에 미소를 던진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 검찰은 이 행사에 몰려든 인파를 보고받고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집회 현장의 인원 파악에 능숙한 경찰은 공청회에 참석한 인원을 대략 5000명 이상으로 추산했으나, 일부 언론들은 3000명 정도라는 수치를 내세웠다. 일부 국민들은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찰이 민생치안을 외면한 채 수사권 독립에 올인(다 걸기)했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외부 관계자들은 경찰대를 위시한 경찰 내 일부 세력의 사주에 의해 청중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시각은 대검찰청 측이 경찰대 홈페이지에 올려진 ‘총력행동주간(2주차) 행동방침’이라는 글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 문건에 포함돼 있는 ‘열린우리당의 절충안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거나 ‘각 기수와 출신 지역별로 국회의원들을 나눠 맡아 접촉하는 방식으로 의원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측은 “경찰이 법 논리로 안 되니까 대중 정서에 기대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당초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대검찰청 관계자가 불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한다.

‘9·15 경찰 국회집결 사건’은 협상 테이블에서 벌이던 검찰과 경찰의 지루한 공방이 막을 내리고, 경찰은 국회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 투쟁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찰 관계자들은 “검찰과의 협상은 소모적이었다. 그럴 바엔 직접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국회의원들을 뽑는 국민들을 설복해내는 방법이 낫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5만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찰의 노선 변화는 과격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시대에 걸맞은 방법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먼저 과격한 부분을 살펴보자. 이는 경찰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100만명의 국민이 경찰의 수사구조 개혁을 지지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면서 “10여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사람들은 100만명이라는 숫자에 압도당할 것이다”는 식의 주장이 펼쳐져 있다.

현장 경찰관들 자신감 회복 계기

주로 경사 이하 경찰관을 뜻하는 ‘풀뿌리 경찰’들이 중심이 된 경찰 포털인 폴네티앙(www.polnetian.com) 회원들은 개혁적 네티즌 모임인 사법개혁네티즌연대(회장 황동렬)와 손잡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사법개혁네티즌연대 등의 사법개혁 주창론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계층인 ‘노사모’와 ‘서프라이즈’ 참여자들과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경찰의 대국민 설득 작업도 노사모 운동 방식과 여러모로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경찰대 출신이나 경찰 고위 간부가 아닌 일선 경찰들에 의해 나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사모식 운동 방식이란 조직과 자금에 기초한 수직적 네트워크가 아닌, 논리와 참여에 기반을 둔 수평적 네트워크를 뜻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권 독립 운동을 ‘포퓰리즘적이다, 공무원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찰 안에도 경찰대 존폐론, 부서 간의 뿌리 깊은 이질감, 인사 적체 등 수많은 갈등이 있음에도 경찰은 모든 역량을 수사권 독립에 집중해놓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 논객으로 불리는 경찰 논객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들은 고급간부가 아닌 30, 40대의 일선 경찰들이다. 이들은 ‘폴네티앙’과 각종 정치칼럼 사이트에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법개혁 논의를 시대 중심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의 눈에 검찰은 ‘공공의 적’이다. 이들이 이렇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이 결국 경찰의 의견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운동이 장기적으로 경찰의 개혁과 혁신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현장 경찰관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경찰 수사권 독립 운동을 계기로 과거 경찰이 갖고 있던 약점, 즉 친일의 역사와 파쇼경찰, 자질 미달 등을 대부분 극복해냈다. 이로써 경찰도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의 주체로 일어설 때가 되었다. 검찰에도 1400여명의 검사에 4000여명이 넘는 수사 보조인력이 있다. 이제는 검찰권의 독주도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폴네티앙 회원 김기범 경감)

수사권 독립을 위한 경찰의 투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 의원과 보좌진들도 “경찰 등쌀에 귀찮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찰의 염원이 좌절됐을 경우에 생길 파장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까지 포위하고 들어오는 경찰의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5.10.04 504호 (p38~40)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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