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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③

‘호박’을 빼고 다이어트 논하지 말라!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호박’을 빼고 다이어트 논하지 말라!

‘호박’을 빼고 다이어트 논하지 말라!
우리 집 앞마당은 잔디를 심지 않고 그냥 풀들이 자라게 두고 있다. 잔디를 예쁘게 가꾸면 보기에는 좋으나, 가꾸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가꾼 뒤에 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당을 풀밭으로 둔 채 잡초만 뽑아주면 풀밭에는 민들레, 질경이, 씀바귀, 돌나물, 쑥 등이 쑥쑥 자란다. 이런 나물들은 굳이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며,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으면 좋다. 또 풀밭에 이동식 닭장을 만들어놓았다가 닭들이 풀을 다 뜯어 먹으면 다른 곳으로 닭장을 옮긴다. 이는 우리 집을 방문한 어떤 교수의 아이디어다. 힘들게 풀을 뽑을 필요 없이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면 알아서 닭이 풀을 먹어 없애고, 그곳에 닭똥이 쌓이면 저절로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풀밭에 닭장을 만들어 얼마 동안 닭을 키운 뒤에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호박을 심었더니 호박이 아주 잘 자랐다.

호박은 땅이 비옥하면 씨만 뿌려놓아도 잘 자란다. 또 호박은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므로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쉬운 채소 중 하나다. 호박은 모종을 사 심을 수도 있지만, 난 먹고 난 호박에서 씨앗을 빼 말린 뒤 심는다. 밭에 깊이 30cm 정도의 구멍을 파 퇴비를 넣고 흙으로 덮은 뒤 씨앗 두세 개를 심는다. 그리고 잎이 2개 정도 나올 때 솎아내어 한 포기만 남긴다. 호박은 더운 기후를 좋아하지만, 13~35℃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잘 자란다. 호박을 심으면 호박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잎도 먹을 수 있어 좋다. 호박잎은 여름철 우리 집의 대표적인 거친 음식이다. 어린잎을 따서 살짝 데친 뒤 된장을 발라 쌈을 싸 먹으면 씁쓰름한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이뇨작용 탁월, 포만감 주고 칼로리 적은 식품

호박은 베타카로틴인 비타민 A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 C도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겨울철에 피부가 거칠어지고 밤눈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비타민 A와 C는 항산화 작용으로 암을 예방한다. 호박은 이뇨 및 배설 작용을 활발히 해주어 신장의 기능을 돕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신장이 좋지 않아 부기가 있는 경우 부기를 없애준다. 또 호박에 들어 있는 당분은 소화흡수를 도와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좋다. 포만감을 주면서 칼로리가 적을 뿐만 아니라 배설을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 바로 호박이기도 하다.

호박은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엿, 떡, 술 등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간단하게 호박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호박죽은 늙은 호박의 씨를 빼내 길게 썰어 껍질을 벗긴 다음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푹 익으면 체에 내리면서 으깬다. 그리고 팥은 따로 삶아서 건져놓는다. 호박 으깬 것에 팥을 넣고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저어가면서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맛있는 호박죽이 된다.



호박죽이 몸에 좋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들은 호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호박으로 빵을 만들어주면 호박죽처럼 호박 맛을 많이 느낄 수 없어 맛있게 먹는다. 20년 전부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호박 빵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축제 때 학생들이 호박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간동아 2005.08.16 498호 (p85~85)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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